금융위원회가 박근혜·삼성의 '압박'을 끝까지 거부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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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Jae-yong (C), vice chairman of Samsung Electronics, arrives to be questioned as a suspect in a corruption scandal that led to the impeachment of President Park Geun-Hye, at the office of the independent counsel in Seoul on February 13, 2017. REUTERS/Jung Yeon-Je/Pool | POOL New /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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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중순 기획재정부 출신의 삼성 미래전략실 전무는 금융위원회에 은밀히 사전 검토를 하나 요청한다. 자산 11조원에 이르는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계획이었다. 금융지주사 전환은 금융위의 승인을 거쳐야 하는 사안이 많아 금융당국의 의지에 반해 추진하기 어려운 사안이었다. 승인을 받으려는 쪽에서 비공식적으로 사전 검토를 요청하는 것은 이례적이었으나, 삼성으로선 가능한 일이었다. 또 삼성그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체제로 경영권 승계를 최종 마무리 짓는 데 중요한 절차였기에 잡음과 실수를 최소화하려는 의도이기도 했다. 8일 금융위 고위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삼성이 금융위의 입장이 뭔지 미리 의사를 타진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등에 업고 추진했던 삼성의 야심 찬 계획은 ‘의외로’ 금융위 반대에 막혀 좌초됐다. 6일 박영수 특검이 발표한 총 428쪽에 이르는 수사결과에 금융위가 어떤 논리로 삼성의 요구를 반대했는지 상세히 나와 있다. 핵심 논리는 삼성생명 보험계약자의 권익 침해 우려였다.

금융위는 요청을 받은 뒤 한달쯤 지난 지난해 2월14일 금융정책국에서 전환계획을 면밀히 검토한다. 그 결과 금융위는 삼성 쪽 계획대로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등 비금융 계열사 지분 5조9000억원어치를 5년 내 단계적으로 매각하도록 허용할 경우 삼성생명의 유배당 계약자에게 배당이 거의 돌아가지 않는다는 문제점을 간파했다. 2015년 기준 삼성생명의 유배당 상품은 219만건에 이른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하는 동안 삼성전자 주가가 40배 가까이 뛰었기 때문에 주식을 매각할 경우 유배당 계약자들에게 그 차익을 배당해야 한다. 이런 내용이 쏙 빠진 계획안에 금융위는 “삼성 봐주기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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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반대 이유도 보험계약자의 이해와 관련돼 있다. 금융위는 “삼성생명이 보유한 현금 3조원을 금융지주회사로 이전해 금융계열사 지분을 사들일 경우 보험사의 현금을 계열사에 직접 지원해주는 것으로 평가돼 보험계약자들의 권익을 침해하는 문제가 생긴다”고 보았다. 이는 보험업법상 허용되지 않는다. 이 과정의 문제점을 잘 아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애초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은 금융지주회사법과 보험업법 등 관련 법률 때문에 거의 가능하지 않았는데도 무리하게 추진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삼성의 계획은 삼성생명을 투자부문(지주)과 사업부문(생명)으로 쪼개 보유 현금 3조원 등 자산 11조원을 지주사로 이전하는 것이었다. 인적분할(분할 뒤 기존 주주의 보유 주식 비율 두 회사에 동일 유지)을 통한 지주사 전환을 하게 되면 이 부회장 등 대주주 일가가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 20.76%를 갑절 넘게 뻥튀기할 수 있는 ‘마술’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이 부회장은 삼성 금융지주사를 꼭짓점으로 금융계열사에 대한 확고한 지배권을 얻게 된다.

삼성의 무리한 삼성생명 금융지주사 전환 계획을 “도저히 승인해 줄 수 없다”고 결론 내린 금융위는 이런 뜻을 삼성 미래전략실에 전했다. 금융위는 청와대에도 이런 내용을 전달했다.

하지만 삼성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다음날 이재용 부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을 단독 면담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삼성생명이 금융지주사로 전환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박 대통령이 면담 직후 청와대 수석에게 이를 잘 챙겨보라고 지시한 뒤 금융위는 삼성의 계획을 다시 검토한다. 금융위는 지난해 3월 위원장까지 나서 두 차례에 걸쳐 청와대를 찾아가 삼성 입장을 수용할 수 없다고 보고한다. 야당의 압승으로 끝난 지난해 4·13 총선 이틀 전 삼성은 금융위에 금융지주사 전환 추진을 보류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하는 것으로 논란은 일단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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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구속 이후 첫 특검 소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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