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움직이는 법칙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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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벽은 높다. 어려운 이야기를 듣고는 사람들은 ‘꽤 철학적이다.’라고 말을 한다. 한 마디로 이해가 어렵고 못 알아듣겠다는 뜻이다. 대체로 철학자의 말은 어렵다. 현상의 본질을 꿰뚫기 때문이다. 하지만 핵심을 관통하고 있기 때문에 이해가 되고 나면 속이 시원하다. 그나마 철학을 이해하기 쉽게 접근하는 방식은 대화법이다. 소크라테스가 대화를 통해 자신의 철학을 전파한 것도 이런 이유 아니었을까? 같은 주제에 대해 다른 의견을 가졌던 철학자들에게 가상의 대화를 시켜본 책이 있다. 철학적 주제인데도 생각보다 이해가 빨리 간다. 그 중 역사를 움직이는 것은 무엇인가를 놓고 게오르크 헤겔(Georg Wilhelm Friedrich Hegel, 독일 출신, 1770~1831)과 쇠렌 키르케고르(Soren Abaye Kierkegaard, 덴마크 출신, 1813~1855)가 가상의 대화를 나눈 부분을 소개해 본다. 헤겔은 “역사에는 법칙이 있다”고 주장하고, 키르케고르는 “개인의 주관적인 삶이 역사를 만든다”고 주장한다. (이하 책 ‘대논쟁 철학배틀’, 하타테야마 소 저)

the spirit of the world

헤겔 “역사는 자유가 조금씩 실현되어가는 과정이고, 거기에는 법칙이 있다는 이야기일세. 그러니까 말하자면 세계사의 발전을 이끄는 세계정신이라고 할까, 다른 식으로 말하면 신의 섭리라고도 할 수 있겠지.”

georg wilhelm friedrich hegel

키르케고르 “헤겔 선배님이 말씀하시는 자유는 현재를 살아가는 인간이라는 개체성과 주체성, 다시 말해 지금 살아 있는 자신인 ‘현실 존재(실존)’를 외면하는 것은 아닐까요? 모두가 자유로워진다든가 역사적으로 자유를 획득하는 것이 대체 ‘나’와 무슨 관계가 있다는 말씀입니까? 현재의 내가 바로 그것 때문에 살고 싶고, 또 죽고 싶다고 생각하는 진리야 말고, 그러니까 주체적 진리야말로 중요한 것입니다.”

kierkegaard

헤겔 “예컨대 지금 말한 역사를 분석해보게. 인간을 자유로 향하게 하는 것은 아까도 언급한 ‘세계정신’이야. 세계정신은 개별 인간들을 이용해 역사 속에서 자신의 자유를 실현하지. 나는 이것을 이성의 간지라고 부르고 있네만."

키르케고르 “세계정신이라고요? 그것은 개개의 이성과 어떻게 다릅니까?”

헤겔 “세계를 총괄해 지배하는 원리라는 의미네.”

키르케고르 “어휴, 난 그런 건 믿지 않아요. 인간이 스스로 결단해야지요. 현실 세계란 한 사람의 인생 그 자체에, 결단하는 가운데 있는 것 아닙니까? 한 사람이 주체적 진리를 발견하고 그 누구의 인생도 아닌 자기 자신의 인생을 사는 것이야말로 자유라고 생각합니다.”

키르케고르 “맞아요. 완벽한 인간은 없으므로 인간은 반드시 절망합니다. 그리고 이성에 비추어 부조리한 종교적 진리, 신앙의 진리로 다시금 비약하는 것입니다. 바로 그때 인간은 ‘신’ 앞에 오로지 혼자 서 있는 실존적 단독자가 되어 주체적 진리를 획득하기에 이릅니다. 이렇게 스스로의 결단을 통해 우리는 미적 실존, 윤리적 실존, 종교적 실존으로 비약해가는 거죠. 이제 좀 이해하시겠어요? 헤겔 선배님! 우리 배후에는 역사를 움직이는 보편적 진리 따위가 버티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역사의 각 장면에는 우리 인간의 주체적이고 개별적인 결단이 있을 따름이에요.”

헤겔 “키르케고르 군은 ‘신’앞에 오로지 혼자 서 있다고 했는데, 그것 역시 관념적이지 않은가? 게다가 나는 주관적인 정신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네. 주관적 정신이 있기 때문에 안티테제로서 객관적 정신이 나타나고, 이 둘이 통합되어 역사는 발전하는 거니까. 문제는 키르케고르 군이 주체적 입장만 중시한다는 점일세. 인간은 주관과 객관 사이에서 방황하면서 자유를 실현하는 존재가 아니겠나?”

책 속 이들의 가상대화 중 일부다. 여러 분의 선택은 무엇인가? 헤겔처럼 “역사에는 법칙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키르케고르와 같이 “개인의 주관적인 삶이 역사를 만든다”고 믿고 있는가? 저자는 다시 한번 토론자들의 주장을 정리해 주었다.

헤겔 “보편적 진리(세계정신)에 의해 자유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 역사다.”
키르케고르 “보편적인 사회나 역사의 분석보다는 개인의 주체적 진리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