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의 속전속결 배치는 오히려 다행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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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provided by U.S. Forces Korea, a truck carrying parts of U.S. missile launchers and other equipment needed to set up the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THAAD) missile defense system arrive at the Osan base, South Korea. The U.S. military has begun moving equipment for the controversial missile defense system to ally South Korea. The announcement Tuesday by the U.S. military comes a day after North Korea test-launched four ballistic missiles into the ocean near Japan. | NurPhoto via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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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허를 찌르고 지난 6일 한반도에 일부가 도착한 사드.

도착 과정은 철저한 보안에 부쳐졌다. 중앙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한민구 국방장관을 비롯한 군 수뇌부만 사드를 실은 수송기의 도착을 알고 있었다 한다.

사드가 배치될 예정인 성주골프장 부지의 건설 작업은 이르면 3월 중에도 가능하다고 조선일보는 전한다:

미군이 들여오기로 한 사드 1개 포대는 발사대 6기와 미사일 48발, AN/TPY-2 레이더, 통제·냉각·전력·전자 장비 차량 등으로 구성된다. 군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48시간 이내에 나머지 장비들을 국내에 전개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군 관계자는 "어차피 장비를 들여와도 부지가 마련되기 전까지는 가동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장비 종류와 상관없이 국내에 전개만 해놓으면 된다"고 했다. (조선일보 3월 8일)

중국은 사드 배치에 대해 여전히 완강히 반대하고 있다. "사드는 분명히 잘못된 선택이고, 이는 이웃나라로서의 도리를 어긴 것이자 한국 안보를 더 위험하게 하는 행위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8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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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중국 외교부장

중국의 반대와 그로 인한 각종 경제적 제재는 야권 대선 주자들을 사드 배치에 비판적으로 만들었다. 이번 사드 구성품 도착에 대한 문재인의 지난 7일 반응이 대표적이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금 정부가 왜 이렇게 서두르는지 저로서는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사드 배치 문제를 다음 정부로 넘기는 것이 우리 국익을 위한 최선의 방안"이라고 했다. 문 후보는 "순리대로 다음 정부로 넘겨주면 긴밀한 한미 협의, 한중 협의 등 여러가지 레버리지를 활용해 안보와 우리 국익을 함께 지켜내는 합리적 결정을 충분히 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다음 정부의 외교적 운신 폭을 아주 좁혀서 우리 안보에도 그렇고 우리 경제를 비롯한 국익 전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조선일보 3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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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위기의 한국경제 블랙스완에 대비하자' 제1차 경제현안 점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하지만 오히려 차기 정부의 입장을 생각해 볼 때 그 '외교적 운신의 폭'이 아주 좁혀지는 게 더 유리할 수 있다. 왜냐면 현 상황에서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안보와 국익을 함께 지켜내는 합리적 결정'을 내리기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과 한국은 작년 7월 양국 정부간 합의를 통해 사드를 한국 내에 배치하기로 결정한 상황이라는 걸 기억해야 한다. 국가간 합의를 파기할 생각이 아니라면 결국 중국의 반발은 어떻게 하더라도 피할 수가 없다.

애초에 그런 합의를 하지 않는 상황이 가장 유리했겠지만 이미 그 결정은 현재 그 임기가 백척간두에 서 있는 박근혜 정부가 내린 것이다. 사드 포대의 실질적인 배치 시기를 늦춘다고 하더라도 현재 상황에서 한국 외교의 운신의 폭은 '미국이냐 중국이냐'의 양자택일 정도를 벗어나기가 어렵다.

차라리 사드 문제에 대한 책임은 박근혜 정부에게 모두 넘기고 다른 측면에서 중국과 협력을 추구하는 것이 다음 정권에게 더욱 유리할 것이다.

중국 전문가인 김흥규 아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페이스북에 남긴 글은 사드 문제로 인한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풀 것인가에 대한 좋은 시사점을 준다.

...답은 신뢰회복에 달려 있다. 극단과 대립을 선택하는 것은 답이 아니다. 새로운 지도자는 한미동맹을 중시하여 미국과 맺은 합의대로 이행하는 것을 공식화하면 된다. 동시에, 한국은 미국과 여타 영역에서 협력을 강화하면서도 중국을 적대하거나 또는 그러한 견제 동맹에는 참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 된다. 대중 견제동맹에 참여하는 것은 동맹의 비용을 넘어서고, 우리의 중견국가 역량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새로운 대통령이 상기 정책을 보증하여 주고, 시진핑 주석의 체면을 살리면서 그와 신뢰관계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 중국에게는 한국이 우려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공동 대응하고, 대북 협력을 강화하고, 취약해지고 있는 한국의 경제 부문과 전략적 협력을 추진하자고 요구해야 한다. 한국은 중국이 관심을 갖고 있는 일대일로 사업과 동북3성의 경제발전도 도울 수 있다. 한중 관계는 오히려 굳건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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