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전술핵 재배치 검토'에 한국의 호들갑이 시기상조인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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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UMP NUCLEAR
NEWPORT NEWS, VA - MARCH 2: President Donald Trump speaks to Navy and shipyard personnel aboard nuclear aircraft carrier Gerald R. Ford at Newport News Shipbuilding in Newport News, Va. on Thursday, March. 02, 2017. (Photo by Jabin Botsford/The Washington Post via Getty Images) | The Washington Post via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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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만 하면 돌아오는 각설이 같은 그 이름, 전술핵. 이번에는 트럼프와 함께 찾아왔다.

6일, 국내 주요 언론들은 일제히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에 전술핵을 재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대서특필했다.

언론들의 반응은 조금씩 달랐다. 동아일보는 사설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가 북핵 위협을 중대하게 다루고 있다면서 한국 정부의 소극적인 자세를 비판했다. 반면 한겨레는 사설에서 전술핵 재배치나 선제타격이 현실성이 떨어지고 부작용이 심각하다며 비판적이었다.

조선일보는 한술 더 떠서 전술핵 재배치가 한국 정부의 비핵화 정책을 사실상 폐기시킬 것이며 B61 전술핵폭탄이 배치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분석 기사까지 내놓았다.

이렇게 열띤 반응이 나오는 데는 이유가 있다. 1990년 조지 H.W. 부시 대통령 시절 주한미군의 전술핵을 철수시킨 이후 전술핵 재배치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한결같았다. 그 근본적인 이유는 당시 주한 미 대사로 근무했던 도널드 그레그가 잘 설명해준다: "북한에 핵 개발 계획을 중단하라고 요구해야 하는데 그럴 경우 북한이 한국에 배치된 미국의 핵무기를 지적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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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입장은 오바마 행정부 때까지 매한가지였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자 과거 그가 대선 캠페인에서 했던 '한·일 핵무장 용인' 발언 등과 함께 미국 정부의 기조 자체가 뒤바뀔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정말로 전술핵 재배치를 검토했다는 보도가 나오니 한국 언론의 열띤 반응도 이해하지 못할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초의 보도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얼마나 진지하고 무겁게 전술핵 재배치를 검토했는지는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문제의 보도는 뉴욕타임스의 3월 4일자 기사 (한국어 번역본)에서 나온 것.

그런데 이 기사는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해 개발한 '발사의 왼편'이라는 보조적 수단에 대해 지면의 대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3,000 단어가 넘는 긴 분량의 기사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전술핵 재배치 검토에 대해 전하는 부분은 기사의 초반과 말미의각 한 문단씩이다:

백악관 상황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안보 팀의 2인자들이 회의를 연 건 두 번이었는데, 이 중 가장 최근에 회의가 열린 건 화요일이었다. 이 회의들에선 모든 위의 옵션들이 논의되었고 한국에 핵무기를 재배치함으로써 극적인 경고 효과를 낼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함께 거론됐다. 트럼프 정부 관계자들은 이러한 이슈들이 곧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최고위급 국가안보 담당자들에게 전달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략)

백악관은 또한 선제타격 옵션도 검토하고 있다고 트럼프 정부의 고위급 관계자는 전했다. 이는 물론 북한에 산악지대가 많고 땅 속 깊이 묻힌 터널과 벙커들이 상당수라는 점을 고려할 때 상당히 위험 수위가 높은 옵션이다. 약 25년 전 한국에서 철수시켰던 미국의 전략적 핵무기를 한국에 재배치하는 것 역시 북한과의 무기 배치 경쟁을 촉발시키는 조치일 수도 있지만, 검토되고 있다. (뉴욕타임스 3월 4일)

물론 트럼프 행정부는 여러 가지로 과거의 미국 정부들과는 다른 면모를 보여주고는 있다. 그러나 갓 출범한 행정부가 가능한 정책 대안의 하나로 (아직까지는) 단순히 거론한 것만 가지고 이렇게 호들갑을 떨 일은 아닌 듯하다. 미국이란 국가가 25년간 유지해온 한반도 비핵화 기조를 바꾼다는 것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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