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보복으로 명동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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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인 5일 오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문제로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든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서 중국어 관광통역안내원들이 관광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중국 관광객들 거의 없어요. 중국말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대만 사람들이에요.”

중국 웨이하이에서 한국으로 유학 와 주말마다 명동 거리 노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원징은 “한달 전부터 중국인 관광객들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5일 오후 둘러본 명동 중심 거리에 줄을 선 노점 60여개 가운데 사람들이 모여서 음식을 먹는 곳은 10곳이 채 안 됐다. 주말엔 걸음을 옮기기 힘들 정도로 북적이던 명동 거리가 몇달 전에 비하면 한산하게 느껴질 만큼 여유가 있었다.

화장품 로드숍들 역시 손님보다 판매원이 더 많은 가게가 많았다. 한 판매원은 “겨울부터 중국 손님 발길이 끊겼다”며 “중국 정부가 한국 여행을 금지시키면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집으로 가야 할 것 같다”고 걱정했다.

롯데면세점 본점 역시 서너달 전만 해도 한두 시간 줄을 서는 건 기본이었으나 그 줄이 많이 짧아져 있었다. 톈진에서 교사직을 정년퇴임하고 딸과 함께 단체여행을 온 한 중국인은 “막차를 타고 한국에 온 것 같다”고 말했다. “깨끗한 환경이 맘에 들고, 이제 은퇴해서 시간도 많아 개인여행으로 다시 오고 싶었는데 우리 같은 서민은 국가정책을 따라야 하니 그러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에 반한 감정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며 “(면세점은) 온통 중국인들뿐인 것 같은데 이 사람들이 안 오면 어쩌냐”고 걱정해줬다. 상하이에서 친구들과 개별여행을 온 여성은 “한국 음식문화를 좋아한다”면서도 “(한국 여행상품 금지에 대해서 아직 듣지 못했지만) 정치적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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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인 5일 오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문제로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든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 50% 세일 안내판이 내걸린 화장품 가게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사드 보복’이 본격적으로 효력을 발휘하기도 전에 명동 거리에는 이미 찬바람이 불고 있다. 사드 배치 문제로 중국 정부가 유감을 표한 지난해 말부터 위기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한 관광시장은 한국 여행상품 판매 금지령으로 ‘잔인한 봄’을 맞고 있다.

한국을 찾은 중국인 수가 2013년 52.5%, 2014년에는 41.6%라는 폭발적 증가세를 보이면서 관광·면세점업계는 투자를 늘리는 데 여념이 없었다. 2015년 메르스 사태로 3.8% 감소한 중국인 방문자는 다시 지난해 34.8% 증가했다. 하지만 중국이 한국행 전세기 운항 제한에 들어가자 1월 방문객이 8.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1월 증가율은 32.4%였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장사하는 자영업자들은 생계가 위협받을 처지에 놓였다.

8년 전부터 명동역 인근에서 고깃집을 해온 정아무개씨는 “추석 때까지는 중국인 관광객이 꾸준히 늘었는데 겨울 들면서 중국인 관광객 대상 정보지에 게재하던 할인쿠폰 회수율이 3분의 1 정도로 줄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정씨는 “남산 케이블카 쪽으로 가는 단체버스가 최근 들어 보이지 않는다. 주변 상인들이 다들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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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화장품 가게 직원이 휴일인 5일 오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문제로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든 서울 중구 명동상가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관광버스로 극심한 정체를 겪던 서울 마포구 연남동 일대도 교통이 원활해질 정도로 버스들이 사라졌다. 호텔보다 저렴해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에어비앤비나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개인사업자들도 타격이 예상된다. 동대문에서 방 5개를 에어비앤비로 운영하는 정아무개씨의 고객 중 절반은 중국인이다.

그는 “4일 도착한 중국인이 ‘정부가 하지 말라는 것을 하는 것 같아 긴장된다’고 털어놓더라”며 “소규모 단체 관광객이 많은 게스트하우스들은 예약 취소가 심심찮게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관광업계는 이번 조처의 효과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는 이달 말께부터가 진짜 위기의 시작일 것이라고 예상한다.

5일 현재 최대 규모 온라인여행사 씨트립을 비롯해 중국 주요 여행사 누리집에서 한국 여행상품은 모두 사라졌다. 한국에 오는 중국 관광객 가운데 40%가 이용한다는 씨트립에서 여행상품 판매 금지령이 내려진 것으로 알려진 2일부터 이틀간 100명 정도가 여행상품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명동의 한 가게 주인은 “정부가 하루빨리 문제를 해결해주면 좋겠지만 이런 상황을 걱정했으면 이 지경까지 오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싼커(개별 관광객)라도 덜 줄어들기를 기대할 뿐”이라고 말했다. 중국 쓰촨성에서 온 유학생 루웨는 “정부 정책이 부담을 주기는 하겠지만 젊은층은 예전과 달라서 내 친구들도 그렇고 개별 여행자들은 그래도 한국행을 포기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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