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의 신작의 '난징 대학살' 언급으로 벌어진 싸움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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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RAKAMI HARUKI
ODENSE, DENMARK - OCTOBER 30: Japanese author Haruki Murakami outside the house of Danish author Hans Christian Anderson prior to Murakami's receival of the prestigious Hans Christian Anderson Literature Award at the City Hall in Odense on October 30, 2016, in Demark. (Photo by Ole Jensen/Corbis via Getty images) | Ole Jensen - Corbis via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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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4일 일본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기사단장 죽이기'가 출간된 이후 소설 속에 등장하는 한 구절 때문에 몇몇 극단적인 우익들이 들고일어났다는 이야기가 각종 게시판을 떠돌고 있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은 내용이 루리웹 등의 게시판에서 '하루키가 제대로 된 얘기를 했는데 일본 우익이 시비를 걸고 있다'는 식으로 받아들여지며, 꽤 큰 호응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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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실관계도 다르고 문제를 제기하는 지점도 미묘하게 차이가 있다.

일단 아직 일본의 주요 매체엔 기사 한 줄 나지 않았고, 게시판에 떠도는 것처럼 우익 측에서 크게 난리가 난 것도 아니다. 트위터에서 작은 소요가 있었을 뿐이다. 하루키의 신작을 두고 가장 많이 리트윗(약 600회)된 건 아래 트윗으로, 이런 내용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기사 단장 죽이기'에는 '난징 대학살은 절대로 있었다'라고 쓰여 있으니, 우익에겐 추천할 수 없겠네."

그러나 아무리 극단적인 일본의 우익이라도 '난징 대학살은 없었다'라고 주장하지 않는다. 허핑턴포스트 JP의 요시노 타이치로 씨는 허핑턴포스트 코리아에 "일본의 보수/우익 중에도 여러 가지 입장 차이가 있지만, 난징 사건 자체를 부인하는 극우는 거의 미친 사람대접 받는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이 트윗 자체가 "이것 보라 넷 우익. 너희들이 없었다고 믿고 싶은 난징 대학살을 무라카미가 '있었다'고 썼다"며 "모든 보수/우익을 정신 나간 부인론자로 동일시 해 먼저 깔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의 게시판에서 "하루키가 40만 명이라고 주장했다"고 말하는 데도 문제가 있다. 하루키의 '기사단장 죽이기'에 등장하는 인물은 아래와 같이 발언한다.

소설에서 주인공 '나'에게 한 등장인물은 "일본군이 전투 끝에 난징 시내를 점거해 여기에서 대량의 살인이 일어났다. 전투와 관련된 살인도 있었지만, 전투가 끝난 뒤의 살인도 있었다"며 "일본군은 포로를 관리할 여유가 없어서 항복한 병사와 시민 대부분을 살해하고 말았다"고 말한다.

이어 "역사학자마다 다르긴 하지만 엄청나게 많은 수의 시민이 전투에서 죽었다는 것은 지울 수 없는 사실이다"라며 "중국인 사망자가 40만명이라고도 하고 10만명이라고도 하는데 그 차이가 큰 이유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라고 묻는다. -연합뉴스(3월 7일)

등장인물의 발언을 두고 하루키가 난징 대학살의 희생자가 40만 명이라고 주장했다고 볼 수는 없다. 게다가 하루키는 역사학자가 아니라 소설가다.

다만, 희생자의 수를 두고는 이런저런 말이 오가는 것만은 사실이다.

"'희생자 수를 40 만 명으로 말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한 무라카미 씨. 과장을 좋아하는 중국이 일본을 깎아내리기 위해 30 만 명으로 마음대로 세계에 홍보했는데, 무라카미 씨는 거기에 10 만 명 더했네요."

소설 속 등장인물의 "중국인 사망자 수를 40만 명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10만 명이라는 이도 있다"라는 대사를 가지고 일본과 한국에서 오해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동시에 "하루키가 40만이라 주장했다"고 받아들이는 이상한 상황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한편 연합뉴스에 따르면 하루키는 지난 2015년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사죄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며 "과거 일본의 침략 사실을 인정하고 상대국이 됐다고 할 때까지 사죄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