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s' Voices] 강석현 셰프는 "버틸 수 있을 정도로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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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을 목전에 둔 1989년생부터 갓 스물이 된 1998년생까지, 2017년 한국을 살아가는 20대들을 생각하면 어떤 단어가 떠오르시나요? 암울한 취업률, 과다 스펙, 삼포 세대, 치열한 경쟁, 헬조선 등 암울한 단어들이 많죠. 그러나 모든 20대들에게 조금도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초석을 닦는 이들도 분명히 존재하죠.

허핑턴포스트의 20대 에디터 세 사람은 2017년 1년간, 엄청난 성공을 거머쥐기에는 어린 나이이지만 빛나는 눈으로 자신의 꿈에 도전하고 있는 20대들을 만나 인터뷰합니다. 그 두 번째로 CNP 푸드의 R&D 총괄과 아우어 다이닝의 헤드 셰프로 활약 중인 강석현 씨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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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현은 무려 세 개의 직장을 갖고 있는 셰프다. 그는 'CNP 푸드'의 R&D 총괄과 '아우어 다이닝'의 헤드 셰프, 그리고 키친 웨어 브랜드 '공에이프런'의 CEO로 활동한다. 당연히 하루도 쉴 수가 없다. 그는 오전부터 밤 늦게까지 긴 시간을 아우어 다이닝에서 보내고, 퇴근한 후에는 공에이프런으로 출근한다. 바쁜 스케줄에도 강석현은 "온전히 쉴 때는 없"지만,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에 마냥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는 어릴 적부터 요리를 시작했다. 당시에는 그저 끼니를 때우기 위해서였다. 그가 요리를 좋아한다는 것을 마침내 깨달았던 건 고등학교 때였고, 학업을 포기한 채 막연하게 서울로 상경했다. 베트남 음식점과 중식당 등을 거쳐 이태원 장진우 식당에 자리를 잡게 된 그는 그제서야 이탈리안 요리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그가 현재 운영하고 있는 아우어 다이닝은 지난 2016년 12월 중순에 오픈해, 지금은 당일 예약이 불가능할 정도로 인기가 대단하다. 하지만 강석현 셰프는 현재의 인기에 안주하고 싶지 않다. 앞으로 10~20년 이후까지 '아우어 다이닝'스러운 음식을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지난 1월 말, 12시부터 9시 반까지의 긴 영업을 마친 강석현 셰프를 아우어 다이닝에서 만나 요리 철학과 삶에 대해 들어봤다.

요즘 뭐가 가장 힘들어요?

=요즘 같은 불경기에 사업체를 운영하는 것 자체가 힘들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매출이 안 나올 때도 스트레스 받고요. 전안법도. 전안법은 깊게 파면 안 될 것 같아요.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이하 전안법)은 생활용품 업체 등이 품질/안전 검사를 통해 KC인증을 받는 것을 의무화한 규정으로, 소규모 유통업자까지 품목마다 20~30만원에 달하는 비용을 치르도록 했다. 반발이 이어지자 전안법의 적용 시점은 오는 12월 31일까지 유예됐다.)

직접 타격을 입으셨나요?

=아직 직접적인 타격은 없는데, 다들 그런 추세라고 하니 저희도 약간 느끼고는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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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꿈은 뭐였나요?

=옛날부터 요리사가 되고 싶었어요. 꿈이 변한 적은 없어요. 어릴 때부터 진짜 좋아했어요. 요리를 직업으로 생각한 적은 없었는데, 좋아하는 걸 계속하다 보니 지금까지 온 것 같아요.

어릴 때 상상했던 지금의 모습과 현재는 어떻게 다른가요?

=똑같아요. 옛날에 제가 이 나이 때쯤이면 이걸(요리) 하고 있겠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때를 생각해보면 지금의 제 모습과 비슷한 것 같아요.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은 없었나요?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다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수도 있는데요. 저희들은 남들이 쉴 때 일해야 하고, 남들이 일할 때도 일해야 하는 직업이라 그게 좀 힘들죠. 크리스마스 날 쉬고 싶고, 발렌타인데이에 여자친구랑 있고 싶고 한데, 이제는 한 10년쯤 하다 보니까 기대도 안 해요. 쉴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없어요.

꿈을 이루기 위해 걸어온 삶의 궤적이 어떻게 되나요?

=고등학교 때 막연하게 요리를 하고 싶은데, 제가 살던 충남 당진에는 마땅히 요리를 할 수 있는 필드가 없었어요. 당시에는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요리 학원이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요리 학원도 없더라고요. 그래서 서울로 상경하게 된 거예요. 요리를 넓게 보고 싶었어요. 서울에서는 사람들이 어떤 요리를 만들까 궁금해서 왔죠.

처음 요리를 시작한 건 언제였나요?

=아버지랑 저랑 둘이서 지냈는데, 집에서 밥을 먹어야 하잖아요. 그래서 초등학교 때부터 요리를 해왔는데, 그러다 보니 고등학생이 되고서 제가 평소 자연스럽게 끼니를 때웠던 요리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요리 말고 다른 걸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학업도 포기하고 막연하게 서울로 올라오게 된 거죠. 그때가 고등학교 2학년 때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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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현이 서울에서 처음 나간 요리 대회. 2009년.

미성년자여서 일하기 힘드셨겠어요.

=그렇죠. 그래서 저보다 두 살 많은 친형한테 신분증을 빌려서 스무 살 성인의 입장으로 일을 시작했어요.

서울에서 처음 일한 곳은 어디였나요?

=제가 처음 주방에서 일한 건 홍대에 있는 베트남 음식점에서였어요.

그때부터 정식으로 요리를 하신 건가요?

=아뇨, 그때는 요리 못 했죠. 그때는 설거지하고, 소스 만들고, 그런 거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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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팬을 잡은 건 언제였나요?

=처음 팬을 잡은 건 일 시작한 지 5년쯤 후였어요. 제가 중식당에서 오래 일을 했거든요. 그 식당에서 처음 팬을 잡았을 거예요. 그전까지는 밑손질 같은 일을 담당했죠.

팬을 잡는 순간 이게 나랑 맞는 직업이라는 걸 느꼈어요. 요리사는 팬 잡기 전이랑 잡은 후가 정말 달라요.

중식당 다음은 어디서 일하셨나요?

=양식을 처음 접하게 된 게 이태원에 있는 장진우 식당이었어요. 그렇게 이탈리안뿐만 아니라 다국적 요리에 관심을 갖게 됐죠.

그러다 그랑블루로 옮기신 거죠? 그랑블루에서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그때는 제가 도맡아서 오프닝부터 마감까지 했어요. 거기서 한 2년 반, 3년쯤 있었을 거예요.

처음 요리 시작하셨을 때 아버님 반대는 없으셨나요?

=반대하셨죠. 저희 집이 사정이 안 좋았거든요. 차라리 군대 빨리 다녀와서 회사 들어가라고 하셨는데, 제가 그걸 거역하고 요리를 선택했어요. 저는 주방에서 팬 잡기 전까지, 그니까 그랑블루 들어가기 전까지 부모님께 제가 요리하고 있다고 말씀을 안 드렸어요. 제 일이 아직 만족스럽지 않아서 창피했거든요.

꽤 긴 시간이었잖아요. 그동안 '괜히 올라왔다. 내려갈걸'하는 안 하셨나요?

=아뇨, 그런 생각은 안 했어요. 부모님께 뭔가 성과를 보여드리고 싶잖아요. 그래서 내가 내 일에 만족하기 전까지는 부모님께 말씀드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그랑블루에서 처음 말씀드렸죠. 내 가게에서 내 요리를 할 수 있을 때였으니까요.

장진우 식당, 그랑블루, 그리고 지금 운영하고 계신 아우어 다이닝 모두 양식을 기반으로 하시잖아요. 양식을 제일 좋아하시나요?

=그랑블루에서는 이탈리안, 프렌치, 이렇게 카테고리를 나누지 않고 서양 요리를 큰 주제로 잡았었는데, 아우어 다이닝에서는 이탈리안을 기반으로 한 요리를 하고 있어요. 제가 잘하는 요리를 찾는 게 좀 걸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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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랑블루를 처음 맡게 된 순간. 2014년.


지금은 잘하는 걸 하고 계신 건가요?

=네, 좋아하는 걸 잘한다고 표현한 거예요.

꿈에 도전하면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언제예요?

='맛있다'는 것보다 '아우어다이닝스럽다'는 말을 듣는 게 뿌듯해요. 어느 정도 요리할 줄 아는 사람이면 다 맛을 낼 수 있는데, 본인 색깔을 내는 건 어렵다고 생각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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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현답다'는 건 뭐라고 생각하세요?

=그건 아직도 찾는 중이에요. 건강한 파스타라고 해야 할까요? 파스타를 먹어도 더부룩하지 않고, '우리나라에서는 이탈리안 파스타를 따라 할 수 없을 것이다'라는 편견을 깰 수 있는 요리라고 생각해요

평소 쉬실 때는 뭐 하세요?

=쉴 때 공에이프런에 가요.

일하지 않을 때도 일을 하시는 거네요?

=온전히 쉬는 경우는 없어요. 아우어 다이닝에서의 근무 시간이 정해져 있고, 남는 시간에 공에이프런을 운영하죠. 쉬는 날에는 공에이프런으로 출근해요.

아예 쉰다는 개념이 없는 건가요?

=공에이프런가서 일하는 게 쉬는 거죠.

지금 행복하세요?

=그럼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본업이 된다는 것 자체가 저는 성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지금 제가 좋아하는 일을 본업으로 하고 있는 것 자체가 너무 좋아요. 업무적인 스트레스가 없죠.

보통 좋아하는 일이 본업이 됐을 때 스트레스를 받곤 하잖아요. 내가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해야만 하기 때문에 하게 되는 경우가 생길 테니까요.

=근데 저는 정말 좋아요. 너무 좋아요 그게. 일하는 게 너무 좋기 때문에 그거(스트레스)를 이길 정도로 좋아요.

주방 안의 강석현과 주방 밖의 강석현은 어떻게 다른가요?

=저는 주방에 있을 때랑 밖에 있을 때랑 똑같아요. 똑같이 재밌어요. 쾌활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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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때 가장 행복하세요?

요즘이 제일 행복해요. 예약도 꽉 차 있고 자리도 없고, 손님들이 드시고 싶어서 멀리서부터 오시고 이럴 때가 제일 행복하죠.

같은 꿈을 가진 사람에게 해 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요리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세요. 다른 사람들은 "좋아하면 좋아하는 걸 해"라고 말하잖아요. 저희는 남들 쉴 때 일해야 하고, 많이 일해서 피곤하고 그렇잖아요. 그런 걸 버틸 정도로 좋아하냐는 거죠. 그런 걸 버틸 수 있을 정도로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주방에서 힘들어도, 14시간씩 일해도 집에 가면 쾌감이 있거든요. 그런 걸 즐길 준비가 되어있어야 하는 거죠. 쉬지 않고 일을 해도 집에 가면 너무 좋아요. 오늘 정말 열심히 일한 것 같고, 침대에 눕자마자 잠들고. 저는 그런 거로 쾌감을 느끼거든요. '오늘 일 좀 했다'하고. 근데 일이 안 바쁘면 잠이 안 와요.

당장의 목표는 어떤 게 있으세요?

=당장의 목표는 지금 잘하는 거죠. 체력관리 잘하고 지금처럼만 유지하는 거요.

먼 목표는?

=아우어 다이닝을 10~20년 동안 운영하고 싶어요. 이탈리안 요리는 반짝하고 지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러지 않고 싶어요. 트렌디하기 때문에 가게를 찾는 것을 원하지 않거든요 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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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디해서 오시는 경우가 솔직히 많잖아요.

=거의 절반 이상이죠.

그렇지 않았으면 좋겠다?

='트렌디하다', '힙하다'는 말을 듣고 싶지는 않아요.

그럼 어떤 말을 듣고 싶으신지?

=되게 특이하다는 말? 특이하다는 말을 좋아해요. 저희다운 거잖아요. '아우어 다이닝'스러운거. "여기보다 저기가 더 맛있어." 이런 말 별로 안 좋아해요. 비교되는 요리가 되고 싶지 않은 거죠. "저기보다 더 맛있는" 요리가 아니라 "아우어 다이닝만의 스타일"이 맛있다는 말이 듣고 싶어요. 요즘 여기저기 비슷한 요리 진짜 많잖아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으신지?

=성실한 사람이요. 성실한 사람으로 기억됐으면 좋겠어요.

앞으로도 계속 이 일을 할 건가요?

=네, 그럼요. 죽을 때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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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시간을 연달아 일해도 전혀 힘들지 않고, 오히려 그 '힘듦''을 즐긴다던 강석현 셰프는 아우어 다이닝의 영업이 끝난 직후 공 에이프런으로 출근했다. 피로가 상당했을 텐데도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팬을 잡은 지 수년이 지난 지금도 "강석현다운" 요리를 연구하고 있다는 그는 앞으로 10년 뒤, 20년 뒤에도 아마 강석현다운 요리를 만들고 있을 것이다.

사진/ 영상 = 허핑턴포스트코리아 윤인경

[20's Voices 시리즈]
1. 리포터·컨텐츠 크리에이터 채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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