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유치원 감사 앞두고 공무원 집으로 배달된 금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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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d bars are seen at the Austrian Gold and Silver Separating Plant 'Oegussa' in Vienna, Austria, March 18, 2016. REUTERS/Leonhard Foeger/File Photo | Leonhard Foeger /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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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유치원 설립자가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금괴(골드바)가 경기도교육청 감사실 공무원에게 배달된 사실이 확인됐다.

해당 공무원은 금괴를 곧바로 돌려보냈으나, 도교육청은 금괴를 보낸 사람이 특정 유치원 설립자와 이름이 같다는 걸 파악하고도 1년이 다 되도록 금괴 배달 경위를 조사하거나 수사기관에 신고조차 하지 않았다.

22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작년 4월30일 도교육청 감사관 소속 한 공무원 집으로 금괴가 담긴 택배가 도착했다.

당시 택배 기사는 집에 아무도 없자 해당 공무원에게 전화를 걸어 "골드바가 도착했으니 직접 받아야 한다"고 전했고, 전화를 받고 놀란 공무원은 "도로 가져가라"며 곧바로 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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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교육청 관계자는 "그때만 해도 누가 무슨 이유로 얼마만큼의 금을 보낸 것인지 알 수 없었다"며 "두 달여 뒤 사립유치원 감사를 시작해보니 택배를 보냈던 사람이 감사 대상인 A유치원 설립자 이름과 같다는 걸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유치원 설립자는 그동안 교육지원청의 지도점검을 거부해왔고 여러 민원이 제기됐던 터라 자신이 감사받게 될 것을 우려해 금붙이를 보냈던 것으로 보인다"며 "누가 감사를 맡게 될지 몰라 실제 감사를 맡은 담당자가 아닌 다른 담당자에게 보냈더라"고 덧붙였다.

A유치원 설립자 B(60)씨는 본격적인 감사가 시작되자 제출할 자료가 없다며 감사를 거부하는가 하면 나중엔 각종 영수증을 한데 모아둔 박스 한 상자만을 내는 등 감사를 방해하기도 했다.

도교육청과 국무조정실 산하 부패척결추진단은 합동 감사 결과 설립자 B씨를 사립학교법 위반 및 횡령 등의 혐의로 의정부지검에 고발했다.

감사결과 B씨는 2014∼2015년 유치원 운영비로 벤츠, 아우디, BMW 등 개인 소유 외제차 3대의 차량 보험료 1천400만원과 2천500만원 상당의 도자기 등 2억원 가량을 개인 용도로 의심되는 곳에 썼다.

이외에도 유치원 내 어학원을 불법적으로 운영하면서 별다른 증빙자료 없이 유치원 계좌에서 20억6천여만원을 어학원 계좌로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도교육청은 정작 설립자 B씨가 금괴를 보낸 것이 맞는 지, 맞다면 보낸 이유가 무엇인지 등 금괴 배달 경위에 대해선 조사하지 않았다.

뇌물공여 혐의점이 있는지 수사기관에 고발 또는 수사 의뢰해야 할 사안일 수도 있는데 이에 대한 판단을 1년 가까이 미룬 것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통상 의지를 표현한 것만으로도 뇌물공여죄가 성립할 수 있다"며 "뇌물공여죄를 저지른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고 설명했다.

도교육청은 또 감사실 공무원의 개인정보인 자택 주소가 직무관련자에게 유출된 경위도 파악하지 않고 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금괴가 배달됐을 때 사진을 찍어놓는 등의 증거수집을 하지 않아 수사기관에 신고하지 않았다"며 "지금이라도 법무팀과 논의해서 사후 조치가 가능한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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