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에게 복수하고 싶은 예능'이란 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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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모집 공고 : 남자 원기 상승 주식회사, 남원상사. 여자들에게 억눌리고 살았던 수컷들이여 일어나라! 남원상사를 필두로 남자들의 영역 확장이 시작된다. 고객 모집 조건 : 여자에게 복수하고 싶은 남자, 수컷 자존심에 상처 입은 영혼…”

씨제이 이앤엠(CJ E&M)의 케이블채널 엑스티엠(XTM)이 4월 방송 예정인 예능 프로그램 <남원상사>의 ‘기획 의도’를 이렇게 설명해 여성 혐오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진행자 5명 중 1명으로 여성 혐오 발언을 해 거센 비판을 샀던 개그맨 장동민씨가 섭외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더 커지고 있다.

엑스티엠(XTM)이 준비 중인 <남원상사>는 최근 공식 홈페이지에 “골칫덩어리 취급은 기본! 기는 물론 발도 못 펴고 자는 남자들이여! 남원상사에서 그대들의 원기를 충전해드립니다”라며 “XY염색체, 무조건 남자만 가능. 본인의 원기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남자, 여자에게 복수하고 싶은 남자(여친·가족·와이프 등 모든 여자), 남자만의 로망을 실현시키고 싶은 남자, 나만의 허세를 잔뜩 부리고 싶은 남자, 수컷 자존심에 상처 입은 영혼, 방송 출연에 거부감이 없는 수컷”을 모집한다고 공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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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장동민 씨

하지만 여성이 남성을 억누른다는 자의적인 전제, 여성에게 화풀이를 해야 남성의 자존심이 회복된다는 콘셉트의 폭력성 등이 문제로 지적되며 일각에선 폐지론까지 나왔다. 비판이 이어지자 엑스티엠 쪽은 22일 현재 ‘고객 모집 공고’ 내용을 “자존심 때문에 차마 말 못했던 고민들! 삶과 일에 치여 로망 따위는 서랍 속에 접어놓은 분들! 남원상사에서 그대들의 원기를 충전해드립니다!”로 전면 수정한 상태다.

홈페이지 첫 화면을 보면 ‘로망 실현의 꿈을 가진 분들을 찾습니다! 남원상사 의뢰하기’가 뜬다. 다음 화면에선 ‘남원상사 의뢰 지원서’ 항목으로 성별, 나이, 거주 지역, 결혼 및 연애 여부, 결혼 및 연애 기간, 나의 원기 지수(0~100), 상세 의뢰 내용 등 7가지가 나열돼 있다.

‘의뢰하기’에서 여성을 복수 대상으로 나타낸 문구들은 삭제됐지만 ‘의뢰 지원서’에는 여전히 논란이 될 만한 부분이 있다. 남성의 원기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로 결혼·연애 여부와 기간을 제시한 대목에는 ‘남성의 기를 좌지우지하는 여성’이란 전제가 깔려 있다. 이 프로그램이 남성의 원기 ‘상승’을 표방하는 만큼, 여성은 남성의 기를 떨어뜨리는 대상이란 편견도 강화할 수 있는 것이다.

남원상사 제작진은 이날 <한겨레>에 보낸 해명자료에서 “요즘 시대를 살아가는 지쳐 있는 남자들을 응원하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남성에 대한 이해를 도와 남녀 공감을 돕기 위해 기획되었다. 프로그램 기획 의도를 위트 있게 전달하기 위한 표현이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 같다. 공감 가는 프로그램을 선보일 수 있도록 좀 더 세밀하게 제작에 주의하겠다”고 밝혔다.

진행자로 섭외된 것으로 알려진 장동민씨는 2013년부터 출연한 팟캐스트 ‘옹달샘과 꿈꾸는 라디오’에서 여성을 ‘개○년’ ‘창녀’ 등으로 칭하는 등 막말을 했다가 2015년 4월 공식 기자회견까지 열어 사과한 적이 있다.

누리꾼들 사이에선 “장동민이 했던 여성 비하 발언을 다시 공론화하는 셈이다. 장동민을 비판했던 여성들한테 복수하고 싶어서 만든 프로그램 같아 보이잖아?”(@miso*******) “얼마나 여성 시청자들을 만만하게 보면 ‘개○년' 발언을 한 장동민씨를 뻔뻔하게 쓸 수 있는 거죠”(@tofu******) “근데 장동민이라니, 제작진이 절대 몰라서 이러는 게 아니란 사실이 다시 한 번 확인됨. 프로그램의 모토에 가장 잘 어울리는 출연자를 섭외했으니까”(@Recc****)라는 등 부정적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남원상사 제작진은 “장동민은 결혼을 하지 않은 남자들을 대변해 남자의 로망을 실현해주는 역할을 맡는다. 장동민의 ‘츤데레’(겉으론 매정하지만 속정이 있다는 뜻의 신조어) 성향에 매력을 느껴 섭외하게 되었으며, 장동민만의 자상하고 인간적인 매력을 끄집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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