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당신이 지금껏 들어본 중 가장 기이한 북핵 해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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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JONG UN
North Korean leader Kim Jong Un (C) speaks during a visit to the Sinhung Machine Plant in this undated photo released by North Korea's Korean Central News Agency (KCNA) in Pyongyang April 1, 2016. REUTERS/KCNA ATTENTION EDITORS - THIS PICTURE WAS PROVIDED BY A THIRD PARTY. REUTERS IS UNABLE TO INDEPENDENTLY VERIFY THE AUTHENTICITY, CONTENT, LOCATION OR DATE OF THIS IMAGE. FOR EDITORIAL USE ONLY. NOT FOR SALE FOR MARKETING OR ADVERTISING CAMPAIGNS. THIS PICTURE IS DISTRIBUTED EXACTLY AS RECEIVE | KCNA KCNA /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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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 개발은 정권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자국에 위협이 되는 국가에 핵 공격을 가할 수 있게 되면 제아무리 미국과 같은 초강대국이라도 북한을 함부로 다룰 수 없게 된다. 단 한 발이라도 미국 본토를 때리면 그 정치적, 경제적 타격은 어마어마할 것이기 때문. 때문에 북한은 핵전력 개발에 국가의 총력을 쏟아붓고 있다.

핵 공격의 대표적인 수단에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그리고 전략폭격기가 있다. 북한에게는 전략폭격기를 개발할 역량이 부족하고, SLBM은 발사를 성공시키긴 했지만 미국 근처까지 잠항할 수 있는 수준의 잠수함이 없다. 결국 남는 것은 ICBM.

북한이 지난 12일 발사를 성공시킨 북극성 2형은 위의 맥락을 비롯한 여러 가지 의미에서 위협적이다. 고체연료로 별다른 준비 시간 없이 빠르게 발사할 수 있는 ICBM의 개발에 가까워졌다. 미사일 발사의 사전탐지가 더 어려워져서 발사 조짐이 보이면 선제타격한다는 한미 연합전력의 '킬 체인'도 더욱 취약해졌다.

미국은 오래 전부터 북한과 이란 등의 '핵 개발도상국'의 위협에 대비해 미사일방어(MD) 체계를 구축하고 있지만 만능의 방패는 못 된다.

북한과의 대화를 통한 '핵 동결'은 얼마 남지 않은 선택지 중 하나다. '동결'은 분명 '폐기'와 다르다. 냉동만두는 해동해서 먹기위해 판다. 마찬가지로 핵을 동결시켜 놓으면 나중에 다시 해동하여 먹을무기화할 수도 있다. 북한을 제외한 다른 나라 입장에서는 마뜩찮은 선택지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한국과 미국의 매파들은 여전히 핵 동결이 아닌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CVID)'를 주장한다.

20년 전이었다면 CVID도 가능했을 것이다. 어쩌면 10년 전이었어도 가능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2011년 리비아의 독재자 카다피의 몰락은 북한에게 커다란 교훈을 남겼다. 리비아는 2003년 핵 개발을 포기했다. 그리고 2011년 나토의 군사 개입으로 카다피는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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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핵을 포기할 의사가 전혀 없다. 리비아의 사례를 직접 거론하기도 했다. 로동신문은 2014년 "리비아가 미국의 경제적 지원을 약속받고 핵을 포기했지만, 미국은 지원은커녕 리비아의 정치 제도만 바꾸려 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경제 제재를 통한 압박이 통하지 않음은 오바마 행정부의 8년이 여실히 보여줬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 등의 국제제재와 미국의 단독제재는 북한의 경제를 궁핍하게 만들기는 커녕 북한과 중국의 경제적 연대만 더 긴밀하게 만들었다. 북한전문언론 NK뉴스의 최근 통계 분석에 따르면 작년의 경기 침체와 국제제재에도 불구하고 북중 무역량은 오히려 더 늘었다.

그리하여 이제 우리 앞에는 검토할 수 있는 마지막 선택지가 남는다. 무력으로 북한이 완전한 핵 투발 능력을 갖기 전에 이를 제거하는 것이다. 북한은 남한의 주한미군 전력이나 가능할 경우 괌, 오키나와, 일본 본토 등에 배치된 미군 전력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으로 대응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압도적인 군사력은 충분히 북한의 전력을 궤멸시킬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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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과정에서 주변국, 특히 한국이 입게 될 피해에 대해서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게다가 미국을 견제하고 있는 중국이 러시아가 시리아 내전에 개입하듯 북한에 은밀히 개입할 가능성도 있다. 동북아 일대의 경제 질서는 정치적 안정과 함께 포화 속에 먼지로 사라질 것이다.

북핵 문제에 대한 무력 개입은 결코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그러나 중국에 대해서 매우 호전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줄줄이 포진하고 있는 지금의 트럼프 행정부라면 북핵 문제에서 남중국해 문제보다 더 무력 개입의 명분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한 '핵 동결'과 한국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흔을 남길 무력 개입 중 또다시 북핵 위기가 닥칠 때 트럼프 행정부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셰퍼드 아이버슨은 트럼프가 곧 북핵 문제에 무력을 사용하리라 확신하고 있었다. 우리는 비가 흩뿌리는 작년 12월 용산 국립박물관 앞에서 만났다. 그는 곧 발간될 자신의 두 번째 책의 가제본판을 내게 건냈다. '북한을 멈춰라!(Stop North Korea!)'라는 자극적인 제목. '북한 문제에 대한 급진적이고 새로운 접근'이라는 부제를 읽어봐도 책은 뭔가 북한에 대한 무력 행사를 호소하는 책처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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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이버슨이 기실 이 책에서 주장하는 북핵 문제의 해법은 분명 매우 급진적이고 새로워서 심지어 황당하게 여겨질 정도다. 그의 해법을 단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아마도 이렇게 표현할 수 있으리라: 북한을 돈으로 죄다 매수해 버립시다!

아이버슨의 아이디어는 북한의 엘리트부터 일반 국민 모두에게 핵을 포기하고 평화적으로 남한과 통일하는 데 동의할 인센티브를 주자는 것이다. 그래서 북한의 최고위 엘리트 1,000 가정에게는 각기 500만 달러를, 그리고 차상위의 정치·군부 엘리트 가정에게는 100만 달러를 주는 식으로 엘리트부터 로동당원, 평양 시민, 그리고 일반 북한 국민까지 모두에게 (차등적으로) 돈을 7년 동안 나눠서 지급한다. 엘리트들에게는 통일 이후의 신변안전을 보장한다.

그렇다면 이를 위한 재원은 어디서 마련할 수 있을까? 아이버슨은 '통일투자펀드'를 제시한다. 남한 정부 단독 또는 동북아 정부들이 연합으로 재원을 마련함과 동시에 민간 기업으로부터도 투자를 받자는 것이다. 투자하는 기업들에게는 통일 이후의 북한 지역에서 철도부설권이나 광산채굴권 등의 사업 기회를 부여받게 된다.

평화적으로 통일이 이루어질 경우 북한이 갖고 있는 경제적 잠재성이 풍부하다는 데에는 어느 정도 합의가 이루어져 있다. 풍부한 광물 매장량부터 철도와 부동항들이 갖고 있는 무역상의 잠재력도 있다. 이제 갓 싹틔운 북한의 '시장'은 (자본 투자를 통해) 적절한 환경이 갖춰지면 죽순 자라듯 자라날 것이다. 저명한 투자자 짐 로저스는 전부터 적극적으로 북한 투자를 강조한 바 있다.

그렇다면 대체 얼마 정도가 들까? 아이버슨의 추산에 따르면 북한의 엘리트부터 일반 국민에게까지 줄 '통일 인센티브'는 매년 213억 달러(한화 24조 원) 정도라 한다. 한국 정부의 2017년 국방 예산이 40조 원 가량이고 사회간접자본 예산이 22조원 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통일을 위해 이 정도 금액을 7년 동안 투입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을 성싶다. 게다가 이렇게 주민들에게 직접 지급한 금액은 대부분 북한의 경제에 재투자될 것이기 때문에 통일 이후의 경제 발전을 생각하면 결코 손해보는 장사가 아니라는 게 아이버슨의 설명.

물론 통일 이후에는 북한 내에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이보다 훨씬 많은 재원 투자를 필요로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아이버슨은 북핵 문제와 통일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나면 그 과실은 동북아 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 전반에 주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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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이러한 통일투자펀드가 성공적으로 출범하고, 북한 내부에도 이러한 펀드의 존재가 알려지게 되면 김정은 정권에 불만을 가진 주민들은 물론이고 지금 당장은 (상대적인) 부귀영화를 누리고 있으나 항상 독재 체제의 특성으로 인해 불안에 떨곤 하는 엘리트들까지 통일에 찬동하도록 김정은을 압박하게 될 것이라고 아이버슨은 전망한다.

아이버슨이 이러한 제안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2013년에도 '하나의 한국: 평화를 위한 제언(One Korea: A Proposal for Peace)'이라는 책으로 '통일 인센티브'를 제안했다. 내가 아이버슨을 처음 만났던 것은 바로 이때였다.

사실 그는 국제정치나 북한학을 전공한 학자도 아니다. 그는 브라운에서 문화인류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작년말까지 인하대학교의 한국학연구소에서 재직하면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문외한의 몽상이라고 코웃음칠 수도 있지만 또다른 누군가는 오히려 그 때문에 '상자 밖에서 생각하기'가 가능하다고 여길지도 모른다.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북한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후자에 속한다. 아이버슨의 2013년작의 서문을 쓰기도 했던 그는 아이버슨의 신간에 대해 "이제는 상자 바깥에서 생각할 때가 됐다. 셰퍼드 아이버슨의 책은 생각해 봐야 할 혁신적인 접근법을 제안한다"고 추천사를 썼다.

"이건 평범한 책은 아니다. 그러나 북한 또한 평범한 문제는 아니다. 이 책은 한반도를 비핵화시키고 통일시키는 데 대해 도발적이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한다"고 '인터내셔널 시큐리티' 저널의 편집자 숀 린-존스도 덧붙였다. 존스홉킨스 국제대학원(SAIS) 한미연구소의 구재회 국장도 "한국에 대한 제대로 된 대학 강의라면 반드시 이 책을 강의요강에 넣어야 한다"고 평했다.

그런데 과연 국제정치의 역사에서 순전히 돈으로 상대방을 매수하는 데 성공한 사례가 있었을까? 아이버슨은 나의 질문에 동의하면서도 이를 기업간의 인수합병(M&A)에 비유하면 좀 더 이해하기가 쉽다고 덧붙였다. 북한 최고위층에게 보다 많은 '통일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발상도 M&A 업계의 '골든 패러슈트'와 비슷한 구석이 있다.

M&A 업계에서도 골든 패러슈트는 논란의 대상이다. 반대론자들은 이미 많은 보상을 받고 있는 고위 임원진들이 인수합병된 이후 해고당한다고 해서 또다시 많은 보상을 받는 것이 불공평하다고 지적한다. 반면 찬성론자들은 피인수되는 기업의 경영진이 합병 이후에는 경영진이 해고 당할 가능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보다 객관적으로 합병 협상에 임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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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이버슨의 제안의 가장 큰 약점은 정치적인 압력이다. 북한을 제외한 대부분의 민주국가는 국민의 지지를 통해 정책을 시행한다.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의 엘리트 일당에게 면죄부를 줌과 동시에 심지어 금전적 인센티브까지 지급한다는 (다만 아이버슨의 제안에서 김정은은 인센티브 지급 대상에서 빠진다) 발상은 특히 대한민국에서 가장 완강한 반대에 부딪힐 것이다.

아이버슨은 그래도 낙관적이었다. 일단 짐 로저스 같은 저명한 투자자라든지 다보스포럼의 경제인들이 주축이 되어 논의를 진전시키면 그 다음에는 일반 시민들도 통일투자펀드의 장점에 눈을 뜨게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그의 추론은 간명했다. 자유무역 체제에서 더 많은 교역과 평화(정치적 안정)는 모두에게 이롭다. 때문에 동북아의 가장 큰 화약고나 다름 없는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비단 인접한 동북아 국가들 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의 주요 문제나 다름 없다는 것. 때문에 전세계가 협력하여 한반도 문제의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버슨은 작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인하대학교를 그만두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그의 신간은 올해 중으로 터틀(Tuttle) 출판사를 통해 발간될 예정이다.

남북 문제를 꽤 오랜 기간동안 바라보면서 내 안에 형성된 가벼운 비관주의는 끊임없이 아이버슨의 제안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되묻지만 분명 숀 린-존스의 말마따나 비상한 문제에는 비상한 해결책이 필요하다. 적어도 한반도 문제의 직접적인 당사자인 한국인들은 세상에 이런 독특한 북핵 해법 제안도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