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프랑스인이 본 한국인의 '미친 것 같은' 이유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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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청년들은 한국을 “한국”이라고 지칭하지 않는다. 주변에서 더 자주 들려오는 단어는 “헬조선”이다. 우리나라는 먹고 살기 힘든 곳이 되었다. 직장은 구하기 힘들고, 간신히 직업을 구한 사람들은 가혹한 근무시간을 감당해야 한다. 2014년 기준 우리나라 근로자의 연간 근로시간은 2,124시간으로 OECD 국가 중 두번째로 가장 오랫동안 일한다. 회사일이 얼마나 힘들면 “직장인의 꿈은 퇴직”이라는 말이 큰 인기를 끌 정도이다. 그래도 한국인들은 꿋꿋이 버텨낸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외국인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working hard korea

프랑스 사람 에리크 쉬르데주가 쓴 책 ‘한국인은 미쳤다!’는 한국인의 근로 문화에 대한 제3자의 시선을 제공한다. 쉬르데주는 소니, 도시바 등 일본의 경제를 주름잡는 회사에서 수십년간 일한 바 있는 베테랑 기업인이다. 그는 일본의 장기 불황을 직감하고 떠오르는 샛별과 같은 존재였던 한국의 모 대기업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그리고 이 책은 그가 그곳에서 목격한 충격적인 한국인의 근로 문화를 폭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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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015년에 쓰여진 책이다. 발간 당시 자성의 목소리가 있었다. 이 책이 쓰여진 시점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일하는 환경은 어느 정도 개선이 되었을까? 한번쯤 생각해볼만한 포인트를 몇가지 정리해서 소개하고자 한다.

1. 한국인은 ‘세계 1위’라는 단어에 집착한다.

world number one

“…몇몇 빌딩의 옥상 위에 한국이 머지않아 레저용 전자제품 부문에서 세계 1위가 될 거라는 내용을 대형 글씨로 써놓은 것이 보였다. 내가 제대로 본 게 맞나 싶었다. 공산주의 국가에 온 것도 아니고 과장된 슬로건을 내걸던 시대도 지났는데 말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사람들…이 더 놀랍다는 반응이었다. ‘한국이 그렇게 되리라는 걸 전 세계 사람들이 다 알아야지요’라고 말한 사람도 있었다.” (책 ‘한국인은 미쳤다!’, 에리크 쉬르데주 저)

쉬르데주에 따르면 한국인은 겉으로 보여지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위의 인용문에서 말했듯이 한국인들은 ‘세계1위’라는 슬로건을 선전물처럼 내걸어놓는다. 이는 사실 한국 기업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의 어떤 영역이든 마찬가지다. 학교나 학원 앞에 걸려있는 플래카드도 이런 내용이 많다. 한국인으로서는 당연한 처사일 수 있다. 그러나 쉬르데주는 이것을 ‘공산주의’라고 신랄하게 표현한다.

이런 문화는 사람들에게 등급 매기기 좋아하는 사회를 장려한다. 쉬르데주 표현대로 ‘한 사람도 예외 없이 적용 받는 평가 시스템’이 한국인의 인생 전반을 차지하고 있다. 유치원서부터 고등학교까지 한국인들은 시험 점수와 내신, 등수를 통해 평가되며, 대학부터 사회 생활까지 선별, 탈락, 등급, 성과 등 ‘매겨질 수 있는 수치’에 따라 철저하게 평가된다. 한국인들은 어렸을 때부터 이러한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무감각할 수 있겠지만, 서양인들은 엄청난 중압감과 압박감을 견디지 못할 것이라고 쉬르데주는 말한다.

2. 한국인은 서열을 ‘신성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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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회장님이 사진 직히는 걸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사진 찍은 사람을 당장 회사에서 내보내세요.”(책 ‘한국인은 미쳤다!’, 에리크 쉬르데주 저)

쉬르데주에 따르면 한국인에게 있어서 한 기업의 최고 간부는 곧 신이다. 하루는 쉬르데주가 근무하는 한국 대기업의 프랑스 법인에서 부회장을 모시고 만찬이 열린 적이 있었는데, 만찬이 마무리 될 즈음 누군가가 스마트폰으로 부회장의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프랑스 법인장이 쉬르데주를 불러 부회장 사진을 찍은 사람을 해고하라고 지시했다. 쉬르데주는 그 말을 듣고 어안이 벙벙했었다고 전한다.

굳이 한 기업의 최고 간부가 아니라 할지라도, 우리들은 서열에 매우 민감하다. 서열을 중시하는 것이 100% 잘못된 일인지는 판단할 수 없지만, 쉬르데주가 이러한 문화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는 것은 확실하다. 그는 한국인이 ‘서열’을 중시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서열’을 중시해야만 ‘효율적으로’ 일을 수행할 수 있다. 상사의 말은 무조건 따라야만 한다.

3. 한국인은 ‘건강’보다 ‘일’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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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이 잘 끝났다는 의사의 답변을 듣고 안심한 그들은 드디어 물어보고 싶었던 것을 물었다. ‘언제 다시 복귀할 수 있을까요?’”(책 ‘한국인은 미쳤다!’, 에리크 쉬르데주 저)

“아빠, 앞으로 OO 제품은 하나도 안 살거예요. OO가 우리 아빠를 빼앗아갔으니까요.” 쉬르데주 아들이 한 말이다. 쉬르데주는 한국의 대기업에서 오랫동안 일하면서 자신이 얼마나 많은 희생을 치루고 있는지 그때서야 깨달았다고 한다. 하루는 근무 도중에 극심한 통증을 느껴 병원을 급히 찾아갔더니 폐 색전증 진단을 받았다. 긴급 치료를 받은 후 의사는 생존율이 10퍼센트에 불과한 위험한 상황이니 한 달간 병가를 낼 것을 권했다. 그런데 쉬르데주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 다음주 월요일에 곧바로 출근을 했다. 간단히 말해 병가를 내는 것보다 일을 처리해야 할 부담감이 더 컸기 때문이다. 쉬르데주는 다른 사례들도 줄줄이 언급한다. 닷새 연속으로 회사에서 일하다가 과로로 쓰러져 수술을 받은 한 직원의 사례 등 한국 기업 특유의 문화를 잘 드러내는 이야기들이 나온다.

한국은 한국만의 문화가 분명히 존재한다. 그것이 반드시 옳다고도, 반드시 잘못되었다고도 말할 수 없다. 그렇지만 합리적인 선을 넘어서는 것은 어느 국가던 문제가 될 수 있다. 글로벌 시대에는 그 선을 준수하는 것이 필수다. 그래야 세계 우수 인재들과 함께 일하는데 지장이 없다. 보수 수준이 낮지 않은데도 이런 경직된 문화 탓에 한국 기업들이 글래스도어 등 몇몇 기업 정보 사이트에서 낮은 평가를 받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