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리지'가 말하는 '산수가 좋은 곳'은 정말 살기 좋은 곳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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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책에 등장하는 유명 저서 중 ‘택리지’가 있다. 조선시대인 1751년에 실학자인 이중환이 각 도를 직접 돌아본 후 저술한 지리서다. 지금 봐도 도움이 많이 되는 책이다. 어떤 곳이 사람 살기 좋은 장소인지, 환경이 사람들 마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꼼꼼하게 살펴볼 수 있다. 물론 조선 사람들의 관심사와 고민까지도 알 수 있다. 조금 더 자세히 ‘택리지’를 만나보도록 하자.

korea mountain and river

1. 땅이 기름진 곳은 어디일까?

korea land

“땅이 기름지다는 것은 그 땅이 오곡을 가꾸기에 알맞고, 목화 재배에 알맞은 곳을 말한다. 논에 벼 한 말을 심어서 60두(斗)를 거두는 곳이 제일 좋은 곳이고, 그다음이 40~50두를 거두는 곳이며, 30두 이하밖에 추수할 수 없는 곳은 땅이 메말라서 사람이 살기 어려운 곳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기름진 땅은 전라도의 남원과 구례, 그리고 경상도의 성주와 진주 등 몇 곳이다. 그 지역은 논에 벼 한 말을 심어서 가장 많이 나는 곳은 140여 두를 거두고, 다음은 100두를 거두며, 가장 적은 곳은 80두를 거둔다. 나머지 다른 고을들은 모두 그렇지 못하다. 경상도의 좌도는 땅이 모두 메마르고 백성이 가난하다. 그러나 우도는 기름지다. 전라조의 좌도는 지리산 곁에 자리잡고 있는 지역으로 모두 기름지다. 그러나 바닷가에 연한 고을은 물이 없고 가뭄이 많다.” (책 ‘신정일의 새로 쓰는 택리지’, 이중환 저, 신정일 옮김)

농업 기술이 발달했다 해도, 기본적으로 땅이 기름지지 않은 곳이 농사가 잘 지어질 리는 없다. 기름진 땅은 축복받은 곳이다. 지금도 이곳들은 사람 살기 좋고, 농산물이 잘 자라는 곳일 것이다.

2. 누가 사는 곳이 인심이 무너졌을까?

korean folk village

“대개 사대부들이 사는 곳치고 인심이 무너지고 고약하지 않은 곳이 없다. 당파를 만들어 죄 없는 자를 거둬들이며, 권세를 부려서 일반 백성을 괴롭히기도 한다. 자신의 행실을 단속하지도 못하면서 남의 비판은 싫어하고, 한 지방에서 우두머리가 되기를 좋아한다. 당색이 다른 사람과는 같은 고장에서 함께 살지 못한다. 혹시라도 다른 당색끼리 살게 되면 마을의 골목에서 서로 나무라고 헐뜯으며 욕을 하면서 산다. 신임(신축년과 임인년) 이래로 조정에서는 노론과 소론 그리고 남인 간에 원한이 더욱 깊어져 서로 역적이라고 덮어씌웠는데, 그 영향이 아래로 시골에까지 미쳐서 하나의 전쟁터가 되었다.”(책 ‘신정일의 새로 쓰는 택리지’, 이중환 저, 신정일 옮김)

사대부가 사는 곳이면 기품이 있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못했다. 백성들을 괴롭히고 제 잘난 맛에 사는 사람들이었다. 글을 읽기만 해도 골치가 아파 보인다. 고약한 사대부와 함께 살아야 했던 백성들은 얼마나 살 맛이 안 났을까?

3. 산수가 좋으면 정말 살기 좋은 곳일까?

korea mountain and river

“무릇 산수란 정신을 기쁘게 하고 감정을 화창하게 하는 것이다. 사는 곳에 산수가 없으면 사람이 촌스럽고 거칠어진다. 그러나 산수가 좋은 곳은 생리가 풍부하지 못한 곳이 많다. 사람들이 자라처럼 모래 속에 숨어 살 수가 없고 지렁이처럼 흙을 먹지 못하는데, 한갓 산수만을 취해서 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기름진 땅과 넓은 들, 그리고 지리가 아름다운 곳을 택하여 집을 짓고 사는 것이 좋다. 그리고 십 리 밖이나, 혹은 반나절 걸을 수 있는 거리에 경치가 아름다운 산수가 있는 곳을 사두어서 가끔씩 생각이 날 때마다 그곳에 가서 근심을 풀고, 혹은 머무르다 돌아온다면 이것은 자손 대대로 이어나갈 만한 방법이다.” (책 ‘신정일의 새로 쓰는 택리지’, 이중환 저, 신정일 옮김)

산수가 좋은 곳이 사람 살기에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근처에 산수가 좋은 곳이 있어서 때때로 쉬고 오는 것이 좋다고 저자는 말한다. 산수를 보며 근심을 풀고, 다시 생업으로 돌아오는 방법을 권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