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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에 내 인생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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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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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해 본 아르바이트 없이 힘든 일자리를 전전하다 5성급 호텔요리사가 됐다고 하면, 흔히 ‘인생역전’이라고 한다. 그런데 여기 미국 5성급 호텔 요리사의 길을 접고, 맥도날드 매장의 점장이 되어 단 하나뿐인 인생역전의 의미를 만든 사람이 있다. 그는 바로 맥도날드 충남 당진점의 박광순 점장이다. 호텔에서 마주한 그 어떤 화려한 요리보다 맥도날드의 빅맥이 사람들에게 행복을 안겨주는 최고의 ‘해피밀’이라고 말하는 남자. 지금부터 햄버거가 그의 인생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내 삶에도 인사이트가 되어 줄 5가지 사건을 만나볼까.

사건 1. 요리를 좋아하던 아주 평범한 대학생이 미국 5성급 호텔 요리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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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누구나 그렇듯 특별할 것 없는 대학 시절을 보냈다. 주전공은 컴퓨터공학부. 하지만 복수전공인 외식경영학에 좀더 마음이 갔다. 서울국제요리대회, MLA 등 크고 작은 요리대회에 나가면서 양식에 대한 애정을 키웠다. 운 좋게 수상도 몇 번 했지만, 그를 진짜 요리의 길로 이끈 것은 군대를 다녀와 만난 한 살 위 선배였다. 조리실습실에서 밤을 잊어가며 요리에 매진하는 형의 모습을 본 순간, 그보다 멋진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흰색 조리복을 입은 모습도 정말 눈부셨다. 그는 그때 진짜 요리사의 길을 걸어 보기로 마음 먹고, 몇번의 도전 끝에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가 일한 곳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 근교 사우스 레이크 타호에 위치한 호텔 하라스의 멕시칸 레스토랑이었다. 호텔 요리사였던 2년의 시간, 그는 요리야말로 내 길이라는 생각을 점점 굳혀 나갈 수 있었다.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과 몸과 마음을 부대끼며 겪었던 경험들은 매 순간이 새로웠다. 오전 레스토랑 근무가 끝나면 방켓이라는 뷔페 파티에 헬퍼 지원까지 나서며 하루 평균 12시간씩 꼬박 일했지만, 고단하단 생각도 들지 않을 만큼 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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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키친 부대장인 수셰프가 일요일 오후면 풋볼 게임에 불러내는 점도 그를 웃게 했지만, 진짜 행복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곳에는 한국 조리실에는 너무나 자연스레 스며 있는 군대식 문화가 없었기 때문. 그는 한국의 주방이 너무나 엄격하고 상처받기 쉬운 곳이었다고 말한다. 대학 시절, 실습시간 파트장은 “너는 3년 동안 칼 잡으면 안 되겠다!”는 말을 곧잘 했다. 그는 ‘넌 안돼’, ‘아직 능력이 없어’와 같은 말들이 무언가를 간절히 꿈꾸며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젊은이들에게 마음에 상처만 남기는 ‘칼’이 된다고 했다. 막상 자신들은 성장을 위한 채찍질, 널 위해 해주는 격려라고 착각하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미국 호텔에서는 동료 셰프들이 주요 레시피부터 자신만의 소스 비법까지 차근차근 알려주며 용기를 북돋워 줬단다. 그래서 그는 그 흔한 향수병도 겪지 않고 짜릿한 시간들을 보낼 수 있었다.

사건 2. 미국에서 돌아와 취업한 맥도날드가 어느 날 그의 인생을 바꿔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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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2년을 일하고, 그는 한국에 돌아오기로 결심했다. 한국에서 호텔 셰프의 꿈을 계속 이어갈 생각이었다. 마침 그가 돌아왔을 땐 하반기 공채 시기가 한창. 당장에는 요리사의 길뿐만 아니라 식품 회사의 메뉴 개발팀과 같은 가능성도 열어뒀다. 그러던 중 당시 맥도날드 매니저로 근무했던 친한 친구 소개로 맥도날드 천안·대전·광명 지역 채용에 지원했다. 물론 그것이 그의 인생 항로를 바꿀 줄 그땐 알지 못했다.

맥도날드 입사는 마치 운명처럼 속속 진행됐다. 세 차례의 면접을 보고 최종 합격을 통보받았다. 하지만 막상 합격하고 나니 거주지가 문제였다. 첫 발령지인 천안에 연고도 없고, 아직 제대로 된 경제적 발판을 만들지 못했던 그는 한 평 남짓한 고시원에서 분투해야만 했다. 184cm의 장신인 그에게 두 다리를 제대로 뻗기 힘들고 창문 하나 없는 곳에서의 생활은 그 어느 때보다 힘들었다. 특히 한여름의 찌는 듯한 더위는 당장 그만두고 싶을 정도로 괴롭혔다. 그때 손을 내밀어준 사람이 바로 양성원 점장이었다. 언제 그만둘지 모르는 신입 매니저인 그에게 자신의 21평짜리 개인 아파트에 들어와 살라고 한 것. 그 후로 5년 동안 함께 근무하며 인연을 이어왔기에 그는 특별한 첫 멘토까지 선물해 준, 맥도날드가 자신에게 새로운 인생을 열어줬다고 믿는다.

사건 3. 독특한 햄버거 철학, 역시 내 사람에게서 전수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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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절대 잊지 못할 또 한 명의 멘토 역시, “내 몸에는 케첩이 흐른다”는 독특한 햄버거 철학을 그에게 전수해 준 현 충남 당진점의 박종범 점주다. 한국의 첫 맥도날드 매장 오픈 멤버로 시작해 영업총괄 이사로 재직하다 현재는 맥도날드 점주로서 여전히 햄버거에 대한 애정을 키우고 있는 현역이다. 그는 몸 속에 케첩이 흐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즐겁게 몰입해서 햄버거를 만들면, 고객도 유쾌한 행복과 최상의 맛을 고스란히 느낀다고 늘 말했다. 그는 그때 머리를 쿵 하고 맞은 듯, 인생의 큰 깨달음을 얻고, 정말 햄버거에 한번 인생을 걸어보기로 다짐했다.

기름을 두른 팬 위에 스테이크를 굽고, 접시에 멋들어지게 내놓는 것만이 요리라고 생각했던 지난 시절의 자신이 멀게만 느껴졌다. 누군가에게는 기계적인 행위일지 모를 햄버거 완성 과정 역시 온전히 마음을 쏟는 이에겐 최고의 요리라고 믿게 됐다. 호텔 셰프의 길을 접고, 맥도날드 점장으로 일하는 지금의 자신이, 그래서 더욱 남다른 요리사의 모습으로 여겨졌다.

사건 4. 흰 장갑 VS 파란 장갑에 깜짝 놀라, 젊은 크루들에게 지금도 소감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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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륜이 쌓이면서, 최상의 음식 맛이 요리 과정에서의 진심뿐만 아니라 철저한 기준을 지켰을 때 나온다는 것도 알게 됐다. 식품안전이나 위생처럼 기본적인 것을 지키는 것이 맛의 제 1원칙이라는 것. 이를테면 처음 맥도날드 주방에선 흰 장갑과 파란 장갑을 분리해 사용하는 모습에 놀랐다. 바로 먹어도 안전한 부분을 만질 때 흰 장갑을 사용하고, 조리되지 않은 원재료를 만질 땐 파란 장갑을 사용한다. 교차 오염을 방지하려고 하루에 장갑을 수백번씩 끼고 벗는 것을 지금도 대단한 원칙으로 여긴다. 새로 들어온 크루들도 이런 모습엔 어김없이 놀란다.

그뿐일까. 오픈 주방에서 누구나 엿볼 수 있는 작은 서랍 형태의 UHC라는 시스템은 고기 패티를 필요한 예상 수량만큼 적정한 온도로 보존해주는데, 데이터로 최상의 품질을 유지 관리한다. 시간이 지나면 ‘삑삑삑’ 소리를 내며 버려야 하는 분량을 체크해 준다. 그는 자신의 요리에 자부심을 가진 호텔 셰프처럼, 햄버거 하나를 만들 때도 정성을 다하되 최상의 만족감을 줄 수 있는 과학적인 프로세스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사건 5. 호텔 요리보다 더 맛있는 ‘빅맥’ 햄버거에 웃는 사람들이 세상에 가득하길!

요리와 관련된 길을 걷고 싶은 젊은 크루들은 박광순 점장에게 궁금한 것이 많고, 개인 진로에 대해서도 고민 상담을 해 온다. 그럴 때마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하나의 사례로만 부담 없이 전하되, 무엇을 하든 화려한 모습만 보지 말라고 얘기해 준다. “내가 그 사람의 인생을 대신 살 수 없기 때문에, 정해진 답을 제시하기 보다 지금 가려는 길의 보이지 않는 모습들을 먼저 따져보라고 말해요.” 그러면 전혀 알맹이 없는 말에도 친구들이 자신이 원하는 답을 찾고 힘을 얻어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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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더 많은 크루들이 맥도날드에서 행복한 햄버거 인생을 만들어 가길 바란다. 그러면서 ‘나친소(나의 친구를 소개합니다)’ 제도를 소개했다. 무한도전의 ‘못친소’에서 이름을 딴 이 제도는 친한 친구를 맥도날드 크루로 데려오는 것. 서로 마음 맞는 친구들이 모이면 일하는 곳이 자연스럽게 놀이터가 되고, 즐겁게 만든 햄버거는 그만큼 맛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 맥도날드 크루의 60% 이상이 매니저가 되는 것도 이런 좋은 제도 덕분이라고. 그래서 우연히 시작된 맥도날드와의 인연도 오래 이어갈 수 있는 거라고.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빅맥을 더 많은 사람들이 맛보려면, 대도시가 아닌 지역에도 매장이 속속 늘어나야 한다는 그. 1만 8000여 명의 한국맥도날드 직원 중 유일한 호텔 요리사 출신 점장이지만, 1600여 명의 주부 크루, 320여 명의 시니어 크루, 240여 명의 장애인 크루를 비롯한 모든 크루와 그의 꿈은 같다. 누군가에겐 호텔 요리보다 더 즐겁고 맛있는 맥도날드 햄버거. 빅맥을 먹으며 행복해하는 사람들이 세상에 가득하길 바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