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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인근에 사는 건 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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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TH KOREA
People attend a protest calling for Park Geun-hye to step down on a road leading to the Presidential Blue House in Central Seoul, South Korea, November 26, 2016. REUTERS/Kim Hong-Ji | Kim Hong-Ji /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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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있는 동포들이 워싱턴 백악관 앞에서 대통령 퇴진 시위를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런데 정작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는 청와대 앞에서 집회할 수 없다. 청와대는 성역이었으니까.

지난 3주 사이 조금 변화가 있었다. 대규모 집회 대열이 청와대 앞 200m 거리에 있는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까지 나아갔다. 사실 법원 결정은 불충분한 것이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 정한 청와대 앞 100m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법원이 ‘국민이 보여준 시민의식’에 대한 ‘신뢰’를 언급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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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한번 생각해보자. 집회의 자유의 핵심은 뭘까. 집회의 시간과 장소와 방법을 스스로 결정할 자유다. 사장에게 할 말이 있으면 회사 앞에서, 시장에게 할 말이 있으면 시청 앞에서 집회를 해야 한다. 대통령에게 따질 것이 있는데 왜 청와대 앞은 안 되는가? 왜 100m 내에서는 아직도 ‘절대적’으로 집회를 금지하는가.

정말이지 국민이 청와대로 가는 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집회는 물론이고 1인시위조차도 경찰은 막아서기 일쑤다. 뭔가 정치적 주장을 하니까 그런 거라고?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이 청와대 앞을 그냥 산책하기도 쉽지 않다.

얼마 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에 청와대 인근 주민 A씨가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11월11일 오후에 친구들 5명과 청와대 인근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불심검문을 당했다. 경찰은 “어디로 가십니까”라고 불러세웠다. 같은 날 오후 A씨는 청와대 인근에서 체육센터에 운동하러 가는 길에 또 불심검문을 당했다.

이번에는 경찰이 “백팩을 열어보라”고 요구하였고 A씨는 백팩을 열어서 보여주고서야 가던 길을 갈 수 있었다. 인근 주민이라고 밝혔지만 소용없었다. A씨는 그간 청와대 인근에서 셀 수도 없이 많은 검문을 당했다. 경찰은 검문에 불응한다고 팔을 거칠게 잡아서 붙들어 세우거나, 불응하면 신분증을 보자고 하고, 거부하면 파출소로 연행하겠다고 협박하거나, 가방 속에 있는 모든 물건을 꺼내보라 한 적도 있다고 한다. 물론 경찰이 신분을 밝힌 적도 없었다.

불심검문이란 원래 경찰관직무집행법에 있는 것으로, 범죄 관련성이 있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경찰은 반드시 신분증표를 제시하고 소속과 성명을 밝혀야 한다. 무턱대고 가방을 열게 하여 소지품 검사를 할 수 없다. 제일 중요한 건 설령 경찰이 법에 정한 절차를 다 갖추었더라도 강제로 검문할 수는 없다. 법에서 ‘의사에 반하여 답변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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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운 효자동 주민센터 앞

경찰관직무집행법상 불심검문은 청와대 앞을 지나는 평범한 시민을 검문할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다. 그런데 우리가 잘 모르는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이라는 법이 있다. 그 법에는 경호실장이 정한 ‘경호구역’에서는 ‘목적상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검문검색을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제5조).

경찰이 내세우는 청와대 불심검문 근거가 아마도 이것인 듯한데, 이 법은 위헌 소지가 크다. 경호구역에서 경찰에게 너무 포괄적인 권한을 주고 있는데다 그 경호구역의 범위가 뭔지 법률은 물론 시행령을 통해서도 국민이 알 수 없게 되어 있다.

A씨는 무엇보다 화가 나는 것이 바로 옆에서는 수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청와대 앞을 자유롭게 오가며 사진을 찍고 있는데, 정작 지역 주민인 자신은 그런 취급을 당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국가가 국민을 이렇게 대해서는 안 된다. 이제 청와대의 성역화는 깨져야 한다. 그래야 더 민주적인 나라, 국민과 소통하는 대통령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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