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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의 일화들을 과학적으로 분석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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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의 유명한 일화들은 관용어구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조자룡 헌 칼 쓰듯 한다', '도원결의를 맺었다' 등등의 표현이 그렇다. 또한 유명 작가, 만화가들이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해석한 ‘삼국지’도 인기를 끌었었다. 이렇게 문화적, 문학적 재해석은 있었지만, ‘과학’의 영역에서 논의된 적은 거의 없다. 인간의 힘으로 정말 82근이나 되는 무기를 들 수 있을까? 혹은 뼈를 긁어내는 건 정말 견딜 만할까? 이런 궁금증을 가지고 우리가 아는 삼국지의 유명한 일화들 중 4개를 골라, 그것들이 정말 가능했던 일인지 혹은 단순한 과장이었는지 알아보았다. 이야기는 과학을 만나 더욱 재미있어지기도 한다. 진실과 거짓을 초월하는 재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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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관우는 청룡언월도를 들기 위해 정확히 어느 정도로 힘이 세야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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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 삼형제의 무기는 모두 유명하지만, 그 중에서도 일등 아이템을 꼽으라면 역시 관우의 청룡언월도일 것이다. 82근이라는 어마어마한 무게도 무게려니와, 첫 싸움에서 만난 황건군 지휘관 정원지를 필두로 하여 화웅, 안량, 문추, 다섯 개의 관문에서 만난 조조의 여섯 장수 등 청룡도에 목숨을 잃은 이들도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그런데 이렇게 무거운 철제무기를 실전에 쓸 수 있는 강도로 제작하는 것이 당시의 금속가공 기술로 가능했을까?" (책 '삼국지 사이언스', 김태호 외 저)

지금 기준으로 1척은 약 30센티미터, 1근은 약 600그램이다. 하지만 예전 도량형은 지금과 다소 달라 1척은 약 22-23센티미터, 1근은 약 200그램이었다. 관우의 청룡언월도의 무게(82근)와 길이(8척)를 지금 기준으로 환산하면 길이 약 180센티미터, 무게 약 16.4킬로그램이다. 비현실적이진 않지만 어쨌든 매우 무거운 무기임에 틀림 없다. 문제는 '언월도를 젓가락 돌리듯 돌렸다'는 문헌 기록이다. 잔상이 사라지기 전에 새로운 잔상을 만들어낼 수 있을 정도의 빠르기로 돌렸다는 의미다. 단순히 '들었다' 이상의 힘이 필요하다. 관우의 팔 길이를 언월도의 반인 4척으로 잡고, 잔상을 만들어내는 최소 단위인 초당 8바퀴를 돌릴 수 있는 정도의 힘을 가졌다고 가정한 후, 언월도 가운데를 두 손으로 잡고 빙글빙글 원 모양으로 돌리는 힘을 계산하면 약 3.6마력의 힘이 필요하다고 계산이 된다고 한다. 보통 사람의 근력 약 0.5마력의 7배다. 이 정도의 근력을 가지고 있어야 언월도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다. 아슬아슬하게 '인간'의 범주에 들어가는 힘이라고 볼 수 있는 걸까?

2. 제갈공명은 정말 적벽에서 화살 10만개를 얻을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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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군의 장수 주유는 제갈량이 지금은 같은 편이지만 장차 오에 큰 위협이 될 것을 걱정하여, 그를 제거하기 위한 함정을 팠다. 제갈량에게 열흘 안에 십만 개의 화살을 만들라는 군령을 내린 것이다...제갈량은...이틀 동안 아무 일도 하지 않다가 사흘째 되는 날에야 노숙으로부터 짚을 천 단씩 싣고 푸른 베로 장막을 친 배 스무 척을 빌렸다. 그날 밤 제갈량이 짙은 안개를 틈타 조조군의 코앞까지 배를 몰고 가서는 북을 치고 고함을 질러대자, 조조군은 놀라서 안개 속으로 화살을 쏘아대었다. 돌아온 배에는 십만 개가 훨씬 넘는 적군의 화살이 꽂혀 있었다." (책 '삼국지 사이언스', 김태호 외 저)

제갈공명이 꾀를 내어 적벽대전 당시 조조 진영으로부터 화살 십만 개를 얻어낸 일은 그의 지략을 대표하는 일화 중 하나다. 다만 이 지략이 실현되기 위해선 두 가지가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충분한 물자가 필요하다. 배 스무 척에 실린 짚단 천 단의 무게는 약 5톤이다. 사흘 밤 만에 5톤의 짚단을 '주유 몰래' 구해다 나눠 실어야 하는 어려운 선행 과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둘째, 배의 무게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문헌에 의하면 공명은 총 15-16만개의 화살을 얻어왔다고 한다. 따라서 배 한 척에는 평균적으로 7500개 정도의 화살이 꽂혀있었다는 말이 된다. 문제는 짚단과 병사들이 실린 상태에서 화살 때문에 무게가 한 쪽으로 쏠릴 경우 배가 뒤집힐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주유가 미리 화공을 염두에 두고 짚단을 충분히 마련했을 가능성과 무게중심을 염두에 두고 공명이 병사들한테 화살을 피해 배 한 쪽으로 기대 서게 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 가능할 법하다. 따라서 이 일화는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3. 관우는 정말 아무 조치도 없이 그냥 수술을 받았을까?

"...관우의 상처를 살펴 본 화타는 독약이 뼛속까지 스며들었으므로 수술을 해야 한다는 진단을 내리면서...수술과정을 설명하였다. 그런데 관우는 도리어 껄껄 웃으며...술상을 청했다. 관우는 술을 마시며 바둑을 두고 화타는 관우의 살을 째고 뼈를 긁어냈다...뼈 긁어내는 소리에 모두 소름이 끼쳐 고개를 돌리건만, 정작 수술을 받는 관우나 수술을 하는 화타는 모두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는다." (책 '삼국지 사이언스', 김태호 외 저)

관우는 '상남자'다. 그 중 압권인 일화가 바로 이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매우 비현실적이다. 인간은 본인 몸이 감당할 수 있는 세기 이상의 고통을 겪으면 본인의 의지와는 별개로 '쇼크'가 찾아오게 된다. 맥박이 빨라지지만 혈압은 떨어지고, 체온이 내려가며 식은땀이 흐르는 이 증상이 오래 지속되면, 결국 뇌와 심장에 손상을 입어 죽음에 이를 수 있다. 설령 관우가 쇼크를 받지 않는 체질이었다 해도, 청룡언월도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그의 근력이 오히려 마취 없이 수술을 하는 데 장애물이 된다. 칼이 들어오는 걸 인식한 근육은 무의식적으로 경직되기 때문이다. 이는 칼로 하는 절개 수술을 매우 힘들게 만들 뿐 아니라, 자칫하면 근육을 상하게 해 관우 본인에게도 해롭다. 통증 완화뿐만 아니라 수술의 효율성과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근육 완화의 측면에서도 마취제가 사용되었으리란 게 이 책의 결론이다. 화타는 당시 원시적 마취제인 '마비산'을 사용했으니 관우 수술 중에도 이용했다고 보는 것이 옳다.

4. 맹획의 부대가 입었던 등나무 갑옷은 실존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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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획은 마지막으로...오과국의 왕 올돌골을 찾았다. 올돌골의 병사들은 '등갑군(藤甲軍)'이라고 불렸는데, 이것은 그들이 등나무로 만든 갑옷을 입고 싸움에 나서기 때문이다. 등나무 갑옷은...나무에 기름을 먹여 만들었기 때문에 가볍고 물에 젖지 않는 것은 물론, 매우 질겨서 칼과 화살에 맞아도 뚫리지 않는 강한 갑옷이다."(책 '삼국지 사이언스', 김태호 외 저)

적의 장수를 일곱 번이나 사로잡고도 도로 놓아주었다는 고사성어 '칠종칠금'의 유래가 된 제갈공명의 남만 정벌에서, 바로 그 적장이었던 맹획은 '등나무 갑옷'을 입은 병사들과 함께 촉 군을 공격해 상당한 타격을 입힌다. 매우 가볍고 칼과 화살에도 끄떡없는 갑옷이었다. 그런데 정말 이런 갑옷이 가능할까?

일단 나무는 '고분자 재료'로 분류된다. '간단한 분자들이 수백, 수천 개 모여 이루어진 커다란 화합물'로서 매우 단단한 재료이다. 나무를 구성하는 고분자 물질은 '셀룰로오스'로 이루어져 있는데, 긴 섬유 형태로 배열되어 있어 그 결을 따라 쪼개지기가 쉽다는 단점이 있다. 그런데 등나무는 이러한 쪼개짐에 잘 견딘다. 거기에 기름을 먹이는 작업은 쉽게 쪼개지지 않는 성질을 더욱 강화시켜주었다. 그렇기 때문에 칼과 화살을 막아내는데 유리했을 확률이 높다. 결정적으로 중국 남서부나 대만 일부 지역에서 이런 등나무 갑옷을 입었다고 하니, 제갈공명이 남만 정벌 때 등나무 갑옷에 당황했다는 서술은 충분히 신빙성이 있다. 가벼운 재질이라 기동성 또한 뛰어났을 것이다. 삼국지 같이 오래도록 사랑 받은 이야기를 과학의 시선으로 풀어내는 시도는 역사적 서술과 문학적 상상력을 분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과학적 접근이 주는 재미는 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