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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은 3000억 손실이 날 것을 알면서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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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긴급현안질의 자료 | 박정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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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와 문형표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민연금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하도록 압력을 넣었다는 증언이 나온 가운데,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지난해 7월10일 투자위원회를 열어 합병에 찬성하기로 결정한 과정을 기록한 회의록이 나와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21일 한겨레가 심상정 정의당 대표를 통해 입수한 당시 회의록에는 의결권 행사 방향을 논의한 내용과 별첨자료가 포함돼 있다. 국민연금은 현재까지 회의록 공개를 거부하고 있어, 일부 내용이 소개된 적은 있어도 전체 회의록이 확보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첫째 의혹은 국민연금이 삼성에서 발표한 삼성물산-제일모직 간 합병 비율 1 대 0.35(삼성물산 1주를 제일모직 0.35주로 교환)가 불리하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도 합병에 찬성한 점이다.

투자위원회의 배석자로 시종일관 합병 찬성론을 편 채준규 국민연금 리서치팀장조차 “우리가 산출한 양사의 적정 가치에 기초해 합병 비율을 구해보면 1 대 0.46으로, 삼성이 제시한 합병 비율은 삼성물산에 다소 불리하다”고 인정했다.

이경직 해외증권실장은 “기업지배구조원이 자체로 산출한 (적정) 합병 비율 1 대 0.43을 근거로 합병 반대 의견을 권고했는데, 삼성이 제시한 합병 비율과 국민연금이 산출한 합병 비율에 큰 차이가 없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냐”며 합병에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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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투자위원회가 지난해 7월20일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할 때 보고된 ‘(삼성물산 합병이) 기금 포트폴리오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별첨자료. 삼성이 제시한 합병 비율을 적용하면 국민연금이 자체적으로 산출한 적정 합병 비율에 비해 3000억원이 넘는 거액의 손실이 발생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투자위원회가 지난해 7월20일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할 때 보고된 ‘(삼성물산 합병이) 기금 포트폴리오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별첨자료. 삼성이 제시한 합병 비율을 적용하면 국민연금이 자체적으로 산출한 적정 합병 비율에 비해 3000억원이 넘는 거액의 손실이 발생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둘째 의혹은 삼성이 내놓은 비율을 적용하면 국민연금이 자체 산출한 적정 비율보다 3468억원이 손해임을 알면서도 합병에 찬성한 점이다.

별첨자료인 ‘(삼성물산 합병이) 기금 포트폴리오에 미치는 영향’은 “삼성물산 합병 비율을 높일수록 제일모직 지분율이 높은 최대주주(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일가)의 지분율은 낮아지는 반면 국민연금 지분율은 높아져 국민연금 전체로 (+) 효과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또 주주확정일인 지난해 6월11일 제일모직 종가 18만원을 기준으로 삼성이 제시한 합병 비율(1 대 0.35)을 적용하면 국민연금이 보유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주식의 총가치는 2조2799억원으로, 적정 합병 비율(1 대 0.46)을 적용할 때(2조6267억원)보다 3468억원이 적다고 명시하고 있다.

셋째 의혹은 국민연금이 합병 비율의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찬성 이유로 내세운 ‘합병 후 시너지 효과’가 불분명해 투자위에서 논란이 컸는데도 찬성한 점이다.

채 리서치팀장은 “삼성이 제시한 합병 비율과 국민연금의 적정 합병 비율의 차이로 인한 손실을 상쇄하려면 합병 후 시너지가 약 2조원 이상 발생해야 하는데, 충분히 달성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인식 리스크관리센터장은 “합병 시너지에 대한 전망을 근거로 미래 가치를 현재 시점에서 긍정 평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제동을 걸었다.

채 리서치팀장은 이에 대해 “양사가 그룹 공사를 공동 수주하고, 외부 수주를 공동으로 수행하며, 상사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웰스토리 사업을 확대하고, 중국 패션사업에 진출하는 등의 시너지가 있을 수 있다”며 “상사부문을 제외한 사업부문에서 추가적인 10% 이상의 매출 성장이 기대되며, 이로 인한 가치 증대는 2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윤표 운용전략실장은 “시너지 효과를 너무 낙관적으로 보고 있는 게 아니냐”고 반박했다.

실제 채 리서치팀장의 제시한 시너지 효과는 거의 대부분 삼성이 발표한 내용을 그대로 옮긴 것이어서 신뢰하기 힘들다. 경제개혁연대 김상조 소장은 “국민연금이 독자적 판단으로 합병 시너지 효과를 산출하지 않고 삼성의 발표를 그대로 옮긴 것은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넷째 의혹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합병 반대 입장을 천명한 뒤에 국민연금이 합병 불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삼성물산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인 상황에서 합병에 찬성한 점이다.

채 리서치팀장은 이에 대해 “합병이 무산되면 (삼성과 엘리엇 간에) 지분 경쟁이 벌어져 삼성물산의 주가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합병에 찬성한 것은 청와대와 정부의 압력 때문이라는 분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회의록을 보면, 명시적으로 합병에 찬성한 사람은 배석자인 채준규 리서치팀장이 거의 유일하다.

반면 정식 참석자 중에서는 조인식 리스크관리센터장, 이윤표 운용전략실장, 이경직 해외증권실장이 삼성이 제시한 합병 비율의 불공정성, 합병 이후 시너지 효과의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끝까지 반대했다.

하지만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은 논란이 명확히 정리되지도 않았는데 표결을 강행해 참석자 12명 중 8명의 찬성으로 찬성을 결정했다.

심상정 대표는 “회의록을 통해 그동안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던 국민연금의 비상식적 행동의 이유가 밝혀지고 있다”며 “국민연금이 권력 실세의 농간으로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돕는 데 동원되고 큰 손해를 입었다면 국민의 노후 자금을 도적질한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