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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공소장에서 박근혜는 사실상 '주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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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 GEUN HYE
South Korean President Park Geun-hye speaks during a meeting with Kazakh President Nursultan Nazarbayev at the presidential house in Seoul, South Korea, Thursday, Nov. 10, 2016. REUTERS/Ahn Young-joon/Pool | POOL New /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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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공개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관련자들의 공소장에 박근혜 대통령은 사실상 주범으로 묘사돼 있다.

최순실·안종범·정호성의 범죄 사실이 빼곡하게 적힌 A4 33쪽의 공소장 중 29쪽에 이르는 범죄 혐의마다, 박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는 막중한 지위를 이용해 기업들로부터 직접 돈을 뜯어내거나, ‘40년 지기’인 최순실씨의 주머니를 불리는 역할을 거리낌 없이 해준 과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이렇게 뜯어낸 돈은 검찰이 확인한 것만 985억여원에 달한다. 검찰 내부에서는 “박 대통령을 공범 관계가 아닌 ‘주범’으로 보고 쓴 공소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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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최순실 ‘이익 공동체’

박 대통령은 지난 3월10일 안종범 당시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과의 단독 면담을 할 수 있게 조처하라”고 지시한다. 나흘 뒤인 14일 신 회장과 면담을 한 뒤 박 대통령은 “롯데가 (경기) 하남시 체육시설 건립 비용 75억원을 부담하기로 했다. 그 진행 상황을 챙겨보라”고 안 전 수석에게 재차 지시한다.

롯데는 이미 미르·케이(K)스포츠재단에 45억원이라는 거액을 출연한 상태였는데, 박 대통령은 당시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있던 신 회장을 청와대 근처로 불러낸 뒤 75억원이라는 거액의 추가 지원 약속을 받아낸 것이다. 앞서 최순실씨는 지난 2월 대기업 자금으로 전국 5곳에 체육시설을 세우고 관리업무 등 이권사업을 자신이 운영하는 더블루케이가 맡는 ‘사업안’을 정호성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통해 박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박 대통령은 최씨의 ‘이권 민원’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해결해준 뒤, 이튿날인 3월15일 국무회의에서 “정치권에서 노동개혁 4법 등 구조개혁 입법을 마무리하지 않는다면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를 염원하는 국민적 열망을 외면하는 것”이라며 재계를 향해 ‘립서비스’를 한다.

박 대통령은 최씨의 민원 해결을 위해 발벗고 나섰다. 2014년 11월27일 당시 경제수석이던 안씨에게 갑자기 “케이디코퍼레이션은 흡착제 관련 기술을 갖고 있는 훌륭한 회사다. 외국 기업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으니 현대차에서 그 기술을 채택할 수 있는지 알아보라”고 지시했다.

이날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창조경제박람회가 개막한 날이었다. 이보다 한달여 전 최씨는 자신의 딸 정유라씨의 초등학교 동창 학부모가 운영하는 이 회사 소개 자료를 박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현대차는 박 대통령과 정몽구 회장과의 면담 자리에서 이 회사의 납품을 받으라는 사실상의 ‘협박’을 받자 제품 성능 테스트도 건너뛴 채 이 회사 제품 10억5900여만원어치를 납품받았다.

안 전 수석은 납품 계약상황을 계속 점검하며 ‘특별 지시사항 관련 이행상황 보고’ 문건을 따로 만들어 박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박 대통령은 자신이 강조해온 창조경제보다 최씨 지인 회사를 대기업에 알선하는 데 더 신경을 쓴 셈이다.

박 대통령은 최씨가 운영하는 광고회사인 플레이그라운드의 홍보팸플릿을 직접 안 전 수석에게 주며 “현대차에 전달하라”, “아주 유능한 회사로 미르재단 일에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기업 총수들에게 협조를 요청했으니 잘 살펴보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원래 광고를 주던 ‘이노션’을 빼고 신생업체 플레이그라운드에 모두 70억원어치의 광고를 줬다. 최씨의 회사는 9억원이 넘는 이득을 챙겼다.

채용·인사 민원까지 대행

정권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포스코와 KT에 대한 박 대통령의 요구사항은 더욱 노골적이었다. 최씨의 또 다른 ‘사업안’을 받은 박 대통령은 지난 2월22일 권오준 포스코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여자 배드민턴팀을 창단해주면 좋겠다. 더블루케이(최순실 회사)가 거기에 자문을 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씨가 구상한 배드민턴팀 창단에는 46억원이 필요했는데, 당시 포스코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한 상태였다. 정작 이날 박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 북한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로 고조된 한반도 긴장이 경제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결국 포스코는 ‘겉 다르고 속 다른’ 대통령의 압박 이후 울며 겨자 먹기로 16억원을 들여 펜싱팀을 창단하고 그 관리를 더블루케이에 맡겼다.

박 대통령은 최씨가 포스코 계열 광고대행사인 포레카 지분을 강제로 뺏으려 한 과정에도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2월17일 “포레카가 대기업에 넘어가지 않도록 포스코 회장 등을 통해 매각 절차를 살펴보라”고 지시했는데,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은 광고대행사의 매각 과정까지 대통령이 챙기는 것은 최씨의 영향력이 아니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 게다가 이날은 통일부 장관 등 4개 부처 개각을 단행하고,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교체 여부를 두고 정국이 어수선한 상황이었다.

박 대통령은 심지어 최씨 측근의 아내인 신아무개씨와 차은택씨가 추천한 이아무개씨의 이름을 직접 거명하며 케이티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압력을 넣고, 이들이 채용된 이후엔 다시 광고 업무를 총괄하거나 담당하는 직책으로 변경해주라는 지시까지 안 전 수석을 통해 내렸다.

결국 케이티는 광고대행사 입찰 기준을 최씨의 회사인 플레이그라운드에 유리하게 고친 뒤 허위 실적까지 제출한 이 회사에 68억여원어치의 광고를 맡겼다. 이로 인해 최씨의 회사가 얻은 이익은 5억1600여만원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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