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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트럼프 측과 정책 협의를 위해 대표단을 보냈다. 문제는 누구와 말해야 하는지 모른단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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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측과 외교안보 정책 관련 협의를 위해 16일 대표단을 파견했다.

조태용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이 이끄는 정부 고위실무대표단은 16일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에 미국을 방문하게 되면 트럼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참여하는 핵심적인 인사들과 협의를 갖게 돼 있다"고 밝혔다.

또한 조 1차장은 트럼프 측 인사와 만나 한미동맹 관련 중요 사안과 북핵 문제에 대한 해결책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내년에 미합중국 대통령에 취임하게 될 트럼프 당선인 측과 미리 이런 논의를 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그런데 대체 누구를 만나려는 걸까? 조 1차장은 "어떤 인사들과 협의를 할지에 대해서는 민감한 시기이기 때문에 협의를 갖고 나서 나중에 결과를 설명을 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음... 다녀와서도 말을 안 해줄 것 같은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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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용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이 16일(현지시간) 오전 워싱턴DC 덜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해 입국장을 나서고 있다.

그런데 누굴 만나려는지 말을 안 해주는 대표단장을 무작정 타박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긴 하다. 왜냐면 누가 트럼프 인수위의 외교안보 분야를 책임지게 될지 아직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트럼프 측근과 공화당 주류파 간의 세력 다툼으로 지금 '내전' 중이다. 인수위 위원장이었던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는 11일 부위원장으로 직위가 강등됐고 인수위의 선임 국가안보자문이었던 마이크 로저스 전 하원 의원은 15일 갑작스레 쫓겨났다고 조선일보는 전한다.

트럼프 인수위는 앞으로 60일 동안 4000개에 이르는 연방정부의 자리를 채워야 한다. 그중에서도 충원이 특히 어려운 분야가 외교·안보다. 선거 때 공화당 성향의 전직 외교·안보 관리와 전문가들이 집단으로 반(反)트럼프 성명을 내고 트럼프 행정부 불참을 선언한 탓에 가용 인재 집단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조선일보 11월 17일)

이 시점에서 사흘(16~19일) 가량의 짧은 일정을 통해 대표단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는 솔직히 많이 의심스럽다. 그나마 나름 노력하는 모습에 점수을 줘야 할까? 그러나 경향신문은 대표단의 방미가 관례에도 어긋나며 국내 정치를 의식한 행위라고 비판한다.

한국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구성과 동시에 전권을 장악하지만 미국 인수위는 취임할 때까지 국정에 개입하지 않는다. 따라서 인수위 측은 대외접촉을 잘 하지 않는다. 오바마는 인수위 시절 외국 사절과 접촉을 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중략)

정부가 국제관례에도 어긋나고 효과도 없는 대표단 파견을 강행한 것은 국내 정치를 의식한 결과다. 국민들에게 정부가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뜻이다. 청와대 인사를 대표단 단장으로 삼은 것도 이 때문이다. (경향신문 11월 17일)

"외교를 국내 정치에 이용하는 이런 행동이 반복되다보니 외교부에서도 이런 게 진짜 외교를 하는 거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 전직 고위 외교관이 경향신문에 한 말이다.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책이 실상은 대북 정책의 탈을 쓴 국내 정치용 정책이었듯 이번 대표단 파견도 마찬가지의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