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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남자들의 문제일 뿐"이라고 말하는 '좋은 남자들'에게 보내는 공개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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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좋은 남성들에게,

당신이 화난 건 나도 알겠다. 성폭력을 자랑하는 부류의 남자들과 싸잡아 매도되는 게 지긋지긋하겠지. 여성을 존중하도록 배우며 자란 당신은 결코 그런 짓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생각만으로도 구역질이 날 것이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그래서 당신은 사람들에게 “모든 남자가 다 그러는 건 아니야…” 라고 말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거겠지.

‘모든 남자가 다 그러는 게 아니’라는 게 왜 중요하지 않은지, 당신이 왜 그 말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설명해 주겠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당신은 착한 남성이므로 여성들이 당신에게는 일단 의심보다는 선의로 대해야 한다고 우기는 걸 그만둬야 하는 이유도 알려주겠다.

미국 여성 중 36%는 강간, 육체적 폭력, 스토킹의 피해자가 된 경험이 있다. 3분의 1이 넘는다. 이 사실을 잠시 생각해 보라. 여성의 3분의 1 이상이다. 당신이 알고 지내는 여성들에게 이 숫자를 곧바로 대입할 수는 없겠지만, 그녀들 중에서도 상당수가 피해자가 된 적이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당신은 기회를 달라고 그 여성들을 향해 우기고 있는 것이다. 이 여성들 중 상당수는 과거에 언젠가 한 남성에게 기회를 주었다가 그 남성이 좋은 남성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던 경험이 있을 텐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여성들은 남에게 선뜻 잘 맞춰줘야 한다는 가르침을 받는다. 처음부터 미소를 지으라는 말을 듣는다. 키스를 날리라고 한다. 예뻐 보이라고 한다. 이런 일들을 하지 않는 여성들을 가리키는 단어들이 잔뜩 있다. 우리는 그 어떤 말보다 그런 말들을 더 두려워하라고 배웠다. 그 공포는 심각하다. 그것 때문에 우리는 위험을 감수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위험을 감수한다고? 그게 무슨 말이야?”

물어봐줘서 고맙다, 좋은 남성들.

대학원 시절 나는 2층짜리 건물에 살았다. 한 층에 두 호씩 있었다. 살던 사람들이 나가고 새 입주자가 들어오지 않아서, 한 달 동안 그 건물에 나 혼자 살던 때가 있었다. 건물 앞뜰에 ‘임대’ 표지판이 있었다. 하루는 두 젊은 남성이 건물에 들어와 건물주를 찾았다.

거기 사는 사람인 나뿐이었기 때문에, 그들이 문을 두드렸을 때 나간 사람은 나뿐이었다. 나는 부동산업자가 건물 관리를 맡고 있다고 설명하고 연락하는 방법을 설명해 주었다. 나와 이야기하던 남성은 그 말을 듣고 짜증이 난 것 같았다. 그는 내 어깨 너머를 보았다. “당신 집도 다른 집과 비슷한가요? 저희가 잠깐 둘러봐도 될까요?” 그가 물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모든 여성들은 지금 ‘낯선 남자 두 명을 집 안으로 들이면 안 돼’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중 상당수는 내가 어떻게 했는지 이미 알고 있지 않을까 싶다.

나는 거절할까 생각해 봤지만, 옆으로 비켜서서 두 남성이 들어오게 했다. 그들은 옷을 잘 입었고 예의가 발랐다. 대부분의 연쇄 살인범들이 그렇다. 나는 곧 내 결정을 후회했다. 나는 문 근처에 서 있었지만, 그들 중 무기를 가진 사람이 있거나 둘이 힘을 합쳐 나를 제압하려 할 경우 소용 없을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말했듯이 그 건물에 사는 사람은 나뿐이었다.

하지만 나는 공격이나 살해 당하는 것보다 낯선 사람 두 명이 나를 '피해망상증 걸린 년'이라고 부르는 게 더 두려웠다. 그것이 내 결정에 대한 유일한 설명이다.

다행히 아무 일도 없었다. 그들은 둘러보고 고맙다고 한 다음 갔다. 둘 중 누구도 다시 본 적이 없다. 지금 좋은 남성들은 ‘그것 봐, 아무 일도 없었잖아! 남자가 다 강간범은 아냐.’라고 생각하고 있으려나? 그건 사실이다. 하지만 무슨 일이 일어났다면, 그건 나를 해칠 의도로 내 집에 들어온 남성들이 아니라 내 탓이 되었으리란 것도 사실이다. 이 이야기를 듣고 친절하게 대해주기로 한 내 결정을 지지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 누구든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 사람들을 들여준 거야?”라고 할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당신은 분명 속으로 저 질문을 했을 것이다. 나는 이 기억이 떠오를 때마다 스스로에게 저 질문을 한다.

사실은, 여성들은 당신들 좋은 남성들이 안전한 사람이 아니라고 가정을 해야만 한다. 왜냐하면 그런 가정 외에는 논리적으로 말이 되는 게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다른 가정을 하고 행동한다면, 그 가정이 틀렸다는 걸 깨달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기 때문이다. 당신은 이미 집에 들어와 있다. 또는 벽에다 밀치고 있다. 아니면 무기를 꺼내고 있다. 그리고 그 순간 우리는 이게 우리 책임이 될 거라는 걸 안다. 우리의 신뢰를 해친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 당신을 신뢰한 우리의 잘못이 된다.

우리는 여성을 공격한 남성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보았다. 더 정확히 말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을 보았다. 우린 그런 모험을 할 수는 없다.

당신이 화를 내도 괜찮다. 우리 문화는 남성 행동의 기준치를 굉장히 낮게 잡는다. 당신은 그 사실에 대해 화를 내야 한다. 그건 모욕적이다. 그러니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해서 그 기준치를 올려라. 당신의 친구들과 가족들이 더 낫게 행동하게 만들어라. 남성 행동의 고정관념에 영합하는 매체를 소비하지 말라. “남자들이 원래 그렇지 뭐.” 같은 말은 절대 쓰지 말고, 그런 말을 쓰는 사람을 비난하라.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에 대한 당신의 분노를 당신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 여성에게 돌리지 말라. 기회를 주고 싶어도 안전할지 확신이 없어서 그러는 것일 수 있다. 그리고 당신이 정말로 아끼는 여성들이라면, 당신은 그들이 안전하다고 느끼길 바랄 것이다. 그 과정에서 당신의 감정이 상하는 일이 있더라도.

좋은 남성들이여, 이런 세상을 만든 건 여성들이 아니다. 우리는 그저 이 세상에서 살아남으려 노력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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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여성 살해' 분노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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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핑턴포스트US의 블로그 An Open Letter To The Good Guys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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