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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들의 '민원'을 들었다는 의혹이 나왔다. '뇌물죄' 혐의 추가 단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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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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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7월 대기업 총수들과 독대한 자리에서 이 기업들의 '민원'을 청취했다는 단서를 검찰이 확보했다고 중앙일보가 보도했다. 당시 박 대통령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모금을 요청하기 위해 이들을 만난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박 대통령이 '민원'을 접수 받은 게 사실이라면, '뇌물죄' 혐의를 입증할 추가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앙일보는 16일 검찰이 최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면서 이런 내용이 적힌 자필 메모를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안 전 수석은 지난해 7월24~25일 이틀 동안 박 대통령이 7개 대기업 총수들과 독대하기에 앞서 해당 기업들에게 '현안 자료'를 요청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기업들이 보내온 자료를 그는 메모 형태로 재정리했다. 검찰이 압수한 메모에는 ‘오너 총수의 부재로 인해 큰 투자와 장기적 전략 수립이 어렵다’(SK·CJ),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헤지펀드 엘리엇의 반대가 심하다’(삼성), ‘노사 문제로 경영환경이 불확실하다’(현대차)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고 한다. 독대에 참석한 총수들은 이재용(48) 부회장, 현대차그룹 정몽구(78) 회장, LG 구본무(71) 회장, 한화그룹 김승연(64) 회장, 한진그룹 조양호(67) 회장, CJ 손경식(77) 회장, 김창근(66) SK수펙스협의회 의장 등이었다. 재계 관계자는 “제공한 자료는 원활한 대화를 위해 안건을 정리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중앙일보 11월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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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메모가 작성된 시점, 즉 안 전 수석이 기업들에게 '현안 자료'를 요청한 시점은 기사에 "독대하기 직전"이라고만 언급되어 있다. 다만 시점을 추론할 수 있는 몇 가지 단서는 있다.

당시 박 대통령이 총수 독대에 앞서 청와대에서 개최했던 '창조경제혁신센터장 및 지원기업 대표단 간담회'는 24일에 열렸다. 박 대통령은 이 간담회가 끝나고 그 날 오후와 다음날 오전에 7개 대기업 총수를 따로 청와대로 부른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 간담회가 기획된 시점은 분명하지 않으나, 여기에 참석한 17개 대기업 총수들의 일정을 모두 조율하려면 최소한 1~2주 전에는 준비가 시작됐어야 한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대략 2015년 7월 초~중순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자, 그렇다면 기사에 언급된 대기업들의 '현안'이 어떻게 처리됐는지 한 번 살펴보자. (7개 대기업 중 LG와 한화, 한진그룹의 '현안'은 기사에 언급되지 않았다.)

SK, CJ : '오너 총수의 부재로 인해 큰 투자와 장기적 전략 수립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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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 SK그룹 회장 '광복절 특별사면' (2015년 8월13일)
- 이재현 CJ그룹 회장 '광복절 특별사면' (2016년 8월12일)
* 이 회장은 2015년 광복절특사 당시에는 재판이 끝나지 않아 형기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여서 사면 대상이 될 수 없었다.

삼성 :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헤지펀드 엘리엇의 반대가 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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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연금,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 결정 (2015년 7월10일)
* 이 합병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권 승계 비용을 8조원 가까이 '절약'해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자문기관의 반대 권고에도 불구하고 합병에 찬성했던 국민연금은 주가 하락 등으로 인해 큰 손실을 입었다. 손실 액수는 분석 시점과 방법에 따라 다르지만, 600억원~6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 당시 의사결정권자였던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홍완선이다. 그는 '친박 실세'로 꼽히는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와 대구고 동창으로 관가에 널리 알려진 '절친'이며, '최경환 사단'으로 꼽힌다. 홍 전 본부장은 국민들의 노후 자금인 국민연금에 손실을 끼쳤다는 혐의(배임)로 최근 시민단체들로부터 고발 당했다.
-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안 통과 (2015년 7월17일)

현대차 : '노사 문제로 경영환경이 불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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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 구상을 밝히는 대국민담화에서 '노동개혁'을 첫 번째 과제로 언급 (2015년 8월6일)
* 정부는 그 해 초부터 '노동개혁'을 추진했지만, 박 대통령이 이날 엉터리 통계를 인용해가며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역설한 이후 '노사정 대타협'(이후 한국노총이 파기 선언)과 '노동개혁법 발의(새누리당)' 등이 일사천리로 진행되기 시작했다.
- 기획재정부 등 '노동개혁 향후 추진방향' 발표 (2015년 9월11일)
* 이 자리에서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는 현대차 노조를 직접 거론하며 '노동개혁' 논의에 동참하라고 압박했다.
- 박근혜 대통령, 신년 대국민담화에서 '파견법 만은 처리해달라'고 국회에 요청 (2016년 1월13일)
* 당시 정부는 파견법 개정안을 '일자리 확대법'으로 홍보했지만, '파견확대법'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법안이 통과되면 사내하청이 만연한 현대차를 비롯한 대기업들이 '불법파견' 논란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게 된다는 지적도 있었다. (물론 고용노동부는 '최순실-노동개혁' 연관 의혹을 부인했다. 민주노총은 박 대통령과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등을 뇌물죄 혐의로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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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돈을 낼 기업과 액수까지 직접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박 대통령이 올해 2월과 3월에도 최태원 SK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따로 만났다는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두 기업은 독대 직후 재단에 각각 80억원과 70억원을 추가로 냈다.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해 박 대통령에게 '뇌물죄' 적용을 검토한다는 사실을 굳이 부인하지 않고 있다.

한편 16일 조선일보는 당시 대통령과 독대를 마치고 나오던 대기업 총수 측에 안종범 전 수석이 "VIP 관심 사안"이라는 말과 함께 차은택씨의 회사 브로셔를 건넸다고 보도했다. 광고를 챙겨주라는 취지였다는 것. 역시 박 대통령의 개입 의혹이 불거지는 대목이다.

지금까지 검찰 수사에서 차씨는 KT, 현대차 등 여러 대기업으로부터 거액의 광고를 수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안 전 수석 등의 진술을 근거로 이 일에 박 대통령 혹은 최순실씨가 개입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정확한 경위를 수사 중이다.

차씨가 최순실씨에게 부탁을 하면 최씨가 다시 이를 박 대통령에게 부탁하고, 박 대통령은 안 전 수석에게 지시하는 구조가 아니냐는 것이다. KT는 올해 2월부터 9월까지 내보낸 영상 광고 24건 중 11건을 차씨가 소유한 회사에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5~9월 63억원의 광고를 차씨 소유의 광고사인 플레이그라운드에 발주했다. (조선비즈 11월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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