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ffpost Korea kr

트럼프는 진지하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은 곧 현실이 된다

게시됨: 업데이트됨:
TRUMP OBAMA
U.S. President Barack Obama meets with President-elect Donald Trump in the Oval Office of the White House in Washington November 10, 2016. REUTERS/Kevin Lamarque TPX IMAGES OF THE DAY | Kevin Lamarque / Reuters
인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본격적인 정권 인수 작업에 나섰다. 10일(현지시간)에는 처음으로 백악관을 방문하여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회담을 가졌다.

회담에서 현직 대통령과 차기 대통령이 어떠한 사항을 논의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트럼프 당선인은 "대단한 영광이었으며 더 많이, 많이 대통령을 만날 것을 고대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향후 2개월 내게 가장 중요한 일은 당선인이 성공할 수 있도록 정권인수를 촉진하는 것"이라며 트럼프의 정권 인수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국이 '트럼프의 미국'에 대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안보 관련 사안. '주한미군 철수'를 공공연히 주장했던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사실은 많은 한국인에게 근심거리다.

지난 10일 박근혜 대통령과 통화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은 한국과 끝까지 함께 할 것이며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며 한미동맹을 재확인하는 태도를 보여주었다. 트럼프가 워낙 말 바꾸기를 잘하기 때문에 그의 과거 발언들이 실제로 정책으로 실현되는 게 많지는 않으리라는 견해도 나온다.

그렇지만 방위비 분담금 인상과 같은 트럼프의 한국 관련 안보 공약의 핵심사항들은 비단 트럼프 본인만의 생각이 아니다. 트럼프 캠프의 보좌진들의 생각도 마찬가지다.

트럼프 캠프의 정책 자문역인 알렉산더 그레이와 피터 나바로는 '포린 폴리시'에 지난 7일 공동 기고한 글에서 트럼프의 '힘을 통한 평화' 비전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는 어떻게 구현될지에 대해 설명했다. 이는 앞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의 밑그림이 될 가능성이 크다.

Close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페이스북
트윗
AD
이 기사 공유하기
닫기
기존 슬라이드

알렉산더 그레이는 중국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때문에 오바마 행정부(그리고 힐러리 클린턴의 국무부)의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 전략의 방향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말만 앞섰고 실천은 부족하여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 일으켰다고 오바마 행정부와 (물론) 힐러리 클린턴을 비판한다.

그레이와 나바로는 트럼프의 외교안보 정책의 기조를 크게 두 가지로 설명한다: 첫째, 트럼프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같은 '나쁜' 무역 협정으로 미국의 경제를 희생시키지 않을 것이다. 둘째, 힘을 통한 평화의 전략을 굳게 추진할 것이다.

특히 오바마 행정부 내내 추진됐던 감군 기조에 대해 이들은 비판적이다. '힘을 통한 평화'를 위해서는 결국 방위력 증강이 필요하다는 게 이들의 논지. 특히 해군력의 증강을 강조하고 있다. "아시아 역내 안정의 가장 큰 원천"이라고까지 표현한다. 트럼프는 현재 274척인 미 해군의 군함들을 350척까지 늘리겠다고 주장한다.

당연히 국방에 많은 예산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미 트럼프의 참모들은 '외교를 위해 미국 경제를 희생시키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그렇다면 해답은 하나 뿐이다. 한국과 일본에게 자국 내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을 위해 더 많은 금액을 부담시키는 것.

이것이 바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의 근거가 된다. 이들의 표현을 직접 들어보자:

일본이나 한국과 같은 미국의 동맹국들이 자국 내에 주둔하는 미군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을 공평하게 부담해야 한다는 트럼프의 제안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었다. 일본은 세계 3위 규모의 경제국가이며... 한국은 세계 11위다. 미국의 납세자들이 파괴적인 전쟁을 겪은 두 나라들을 재건했을 뿐만 아니라, 미국의 돈과 피가 이들 동맹국으로 하여금 반세기 동안 성숙한 민주정과 발달된 경제를 키울 수 있게 했다. 각 국가들이 오직 완전한 비용 부담(full cost-sharing)을 해야만 공평할 것이다. (포린폴리시 11월 7일)

워낙 기이하고 변덕스러운 언행으로 유명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인지라, 우리는 트럼프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에 관한 발언들도 그냥 기분에 따라 내뱉은 것처럼 여기기 쉽다. 변덕이었을 수도 있고 아니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트럼프의 외교안보 정책을 찬찬히 들여다 보면 '방위비 분담금 인상'은 그 정책의 자연스러운 논리적 귀결이라는 걸 알 수 있다.

트럼프가 주한미군을 철수시킬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거의 없다. 그리고 그런만큼 '트럼프의 미국'이 대한민국에 건내는 첫 의제가 '방위비 분담금 인상'이 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국내에 (비단 국내만 그런 것은 아니지만) 널리 퍼져있는 트럼프에 대한 나쁜 이미지와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가 겹치면 2002년 미군 장갑차에 의한 중학생 압사 사건으로 정점을 찍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당선과 함께 잦아들었던 한국의 반미주의가 다시 급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