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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찔끔찔끔' 양보하는 것의 '진짜'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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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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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8일 결국 ‘김병준 총리 카드’를 엿새 만에 거둬들였다. 지난 2일 야권과 협의없이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를 전격 지명해 정국을 격랑에 몰아넣었다가, 야권과 시민사회의 반발이 거세지자 한발 물러선 것이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이 본격화된 지난달 25일부터 이날까지 보름 동안 두 차례의 사과 및 인적개편안을 내놓았지만, ‘여론 떠보기’와 정치권의 압박에 따른 ‘떠밀리기식’ 대응을 반복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박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에 처음 대응한 것은 연설문 사전유출 의혹이 제기된 다음날인 지난달 25일이다. 박 대통령은 당시 대국민 사과에서 최순실씨가 지난 2012년 대선과 취임 후 일정기간 동안 연설·홍보문에 도움을 줬을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는 곧바로 거짓으로 드러났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인 17%(한국갤럽 10월 4주차 조사)로 곤두박질치자, 지지율이 공개된 28일 밤 박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에게 일괄사표 제출을 지시했고 이틀 뒤 비서실장과 안종범·우병우 수석, ‘문고리 3인방’ 등을 경질했다.

기습 개각도 마찬가지 수순을 밟았다. ‘최순실 게이트’가 확산되면서 박 대통령이 국정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던 지난 2일, 박 대통령은 김병준 새 국무총리 후보자와 경제부총리·국민안전처 장관 후보자를 지명하는 등 기습적으로 인사권을 행사했다. 이에 야권에선 본격적으로 ‘하야’와 ‘탄핵’을 공론화하기 시작했다. 박 대통령은 다음날인 3일 한광옥 비서실장 등 청와대 후임 인선에 나서고 4일엔 2차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야권과 시민사회에서 요구하는 ‘2선 후퇴’는 물론, 김병준 후보자와 관련된 언급도 전혀 하지 않았다. 이어 지지율이 역대 대통령 최저치인 5%로 추락하고 서울 광화문에 20여만명(주최 쪽 추산)이 모이는 등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전국으로 확대되자, 청와대는 황급히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영수회담을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야당이 ‘김병준 후보자 지명 철회’를 선결조건으로 내걸고 회담을 거부하자, 박 대통령은 이날 정세균 국회의장과의 만남에서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총리에 좋은 분을 추천해달라”며 다시 한발 물러선 모양새를 취했다.

애초 일방적 개각으로 정국을 파행시켜 놓고, 여론과 정치권의 동향에 따라 ‘찔끔 대응’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국정에서 손을 떼라’는 야당의 요구에 대해선 여전히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의 정국 주도권에 대한 집착이 국정 공백을 장기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박 대통령의 이런 ‘간보기’식 대응은 정국 수습보다는 국면전환이 목표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수사 방향이 박 대통령의 미르·케이(K)스포츠재단 모금 개입 쪽으로 좁혀지자, 전격 개각을 통해 시선을 분산시켰다가 이제는 총리 추천 국면으로 전환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대통령이 (총리 추천의 책임을) 국회로 던져놓고 가면 언론과 국민은 여야 3당이 누구를 총리로 추천할지로 (관심이) 넘어간다. 우리는 그 덫에, 늪에 이미 빠졌다”고 털어놓은 것도 이런 맥락이다. 여-야, 야-야 간 새 총리에 대한 눈높이가 다른 만큼, 총리 인선을 두고 국회 내 논란이 장기화될 경우, ‘국회 총리 추천’이 결국 박 대통령이 국정주도권을 회복하도록 하는 ‘시간벌기용’으로 활용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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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퇴진' 피켓이 국회를 방문한 박 대통령을 맞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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