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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페르노'의 충격을 뛰어넘는 역사속 음모론자 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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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브라운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인페르노’가 지난 10월 19일 개봉했다. 단테의 신곡-지옥편을 중심으로 한 수많은 문양과 상징학, 그와 관련된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정진하는 로버트 랭든 교수의 흥미진진한 모험 이야기는 소설이든 영화든 상관없이 독자와 시청자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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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음모론에 관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댄 브라운의 선배 격이자 기호학 소설의 원조라고 불리는 이탈리아의 작가 겸 교수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프라하의 묘지’가 취향에 맞을 것이다. ‘프라하의 묘지’는 움베르토 에코의 저서 중에서도 가장 도발적인 소설 중 하나로, 19~20세기 유럽의 여론을 뒤흔들고 이후 나치 독일에 의해 공식 채택된 바 있는 역사상 최악의 거짓말을 담은 반유대주의 조작 문서인 ‘시온 장로의 프로토콜’이 만들어진 과정을 다루고 있다. 주인공인 시모니니 대위 단 한 명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등장인물이 실존인물이었다는 점(심지어 그들의 대사 한마디 한마디 모두 실제 발언한 내용이었음)에서 매우 흥미롭다. 단순히 음모론적인 스토리텔링을 떠나 실존했던 등장인물들이 어떻게 사람들을 선동하고 여론을 조작했는지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이탈리아의 대표 신문사 ‘라 레푸블리카’는 이 책이 “학술적이면서 대중적이며, 으스스하면서도 흥미진진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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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등장하는 악명높은 음모론자 3명을 만나보자. 모두 ‘시온 장로의 프로토콜’의 형성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던 인물들이다. SNS 등이 발전하면서 여론이 더욱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1. 오스만 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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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세르비아 사람일걸. 하지만 글은 독일어로 쓰네. 유대인들의 세계 정복에 관한 작은 책을 썼는데, 이미 여러 언어로 번역되었지…그건 유대인 문제가 쏠쏠한 돈벌이가 된다는 것을 간파하기 때문이오.” (책 ‘프라하의 묘지 1’, ‘프라하의 묘지2’, 움베르토 에코 저)

오스만 베이는 오스만 투르크 제국의 장교이자 작가로, 유대인, 아르메니아인, 알바니아인 또는 세르비아인 행세를 하며 반유대주의 소책자를 작성, 유포했던 영국 국적의 음모론자였다. 그는 유럽에 널리 펴져있는 비밀조직인 프리메이슨회 또는 자유석공회가 유대인에 의해 지배 당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친 인물로, 1870년대에 그가 쓴 ‘유대인에 의한 세계 정복’이라는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어 7판까지 출판된 바 있다. 그의 책은 독일어, 러시아어, 그리스어, 영어, 덴마크어, 이탈리어 등 여러 개의 언어로 번역되어 유럽 전역에서 많은 독자를 확보하였다. 또한 프리메이슨이 유대인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다는 헛소문이 유럽에 함께 퍼져나갔다.

2. 헤르만 오토마르 프리드리히 괴체(필명 존 레드클리프 경)

“당신의 프라하 묘지 이야기는 감옥에 갇힌 그 졸리라는 사람의 책을 모방했더이다. 내가 끝내 그것을 알아내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소? 당신의 보고서를 읽지 않았더라도 나 혼자서 그 책을 찾아냈을 거요. 당신은 그저 거기에 도달하는 길을 단축시켰을 뿐이오.” (책 ‘프라하의 묘지 1’, ‘프라하의 묘지2’, 움베르토 에코 저)

괴체는 프로이센 사람으로 기자, 작가, 우체국 직원 행세를 했으나 사실은 프로이센 비밀경찰의 밀정으로 활동하던 인물이었다. 국내 좌파 세력을 억압하기 위해 1849년 체포될 때까지 증거 조작 등 불법 행위를 마다하지 않는 프로이센의 국수주의자였다. 괴체는 1868년에 ‘비아리츠’라는 반유대주의 책자를 출판한 것으로 유명하다. 사실 이 책은 괴체의 독창적인 작품이 아니라, 나폴레옹 3세의 폭정을 비판했던 프랑스 풍자소설가 모리스 졸리의 저서 ‘마키아벨리와 몽테스키외가 지옥에서 나눈 대화’를 베낀 것인데, 그 위에 프라하의 유대인 묘지에서 12지파를 대표하는 랍비들이 모여 세계 정복을 위한 비밀 회의을 가졌다는 거짓 소문을 덧붙인 표절작이었다. 그러나 이후 나치 독일에서는 ‘시온 장로의 프로토콜’을 증명하는 문서로 여러번 인용된 바 있으며, 나치 독일 내에서 여러 판이 인쇄되어 배포되었다.

3. 레오 탁실

“1892년에 우리는 약30개월에 걸쳐 총 240권의 분책을 잇달아 내기로 예정하고, ‘19세기 악마’라는 엄청난 책을 출간하기 시작했소…” (책 ‘프라하의 묘지 1’, ‘프라하의 묘지2’, 움베르토 에코 저)

레오 탁실은 마리 조제프 가브리엘 앙투안 조강드파게스의 필명으로 프랑스의 언론인이자 작가였다. 그는 반유대주의자는 아니었으나 강경한 반카톨릭 및 반교권주의자였다. 그러나 카톨릭 교회와 모종의 거래가 있었는지, 1885년에 카톨릭으로 갑작스럽게 개종한 후 자신이 이때까지 펴낸 반교권주의 관련 책자를 모두 부인한다. 이후 카톨릭 교회의 편에 서서 프리메이슨의 사탄숭배에 관한 정체를 폭로하는 등 맹렬한 공격을 퍼붓기 시작한다. 이러한 폭로 과정에서 탁실은 프리메이슨의 사탄 숭배를 폭로하는 증인과 진술을 인용하며 수많은 카톨릭교도들의 관심을 끌었고, 1887년에는 레오13세를 알현할 기회까지 얻는다. 그러다가 1897년4월 19일 프리메이슨에 대해서 자기가 한 모든 발언은 가짜였음을 폭로하고 이때까지 자신의 ‘장난을 도와준 카톨릭 교회’에게 냉소적인 감사를 보내면서 카톨릭신자들과 많은 청중들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 이후 이 ‘탁실 괴담 사건’은 프리메이슨에 대한 대중적 혼란을 야기했으며, 이후 반유대주의 사상과 이어져 ‘시온 장로의 프로토콜’의 확산을 가속화시키는 계기가 된다.

4. 헛소문에서 유대인 학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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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토 에코는 ‘프라하의 묘지’에서 당대 공증인들과 작가들이 어떻게 대중을 선동했는지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다. 공증 조작, 표절, 가짜 진술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들이 이러한 헛소문을 퍼뜨리는데 열심이었던 이유는 결국 돈이나 명예, 지위 등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한 것이었음을 넌지시 암시하고 있다. 결국 이들이 남긴 졸작들은 서로 뒤엉켜 이후 ‘유대 프리메이슨 음모’라는 개념으로 변질되었고, 러시아에서 세르게이 닐루스가 ‘미약함 속의 창대함’이라는 책에서 ‘시온 장로들의 프로토콜’이라는 제목으로 공개하기에 이른다. 이 프로토콜은 1925년 히틀러가 ‘나의 투쟁’에서 인용하며 유대인에 대한 자신의 반감을 공공연하게 드러내게 되며, 이후 유대인 학살의 사상적 근거가 되어버리는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다.

영화 ‘인페르노’에서는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인류를 위협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에서는 무엇이 가장 큰 위협일까? 아마도 그것은 한 나라의 지도자가 내리는 결정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아이디어”이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