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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정치권은 '하야'는 말하면서 '탄핵'은 말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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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 GEUN HYE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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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로' 아수라장이 된 작금의 정국에서도 마치 '볼드모트'처럼 공개적인 논의가 금기시된 단어가 하나 있다: 탄핵.

박근혜 정권에 대한 시민의 실망과 분노가 10월 29일의 서울 청계광장을 수놓은 촛불로 가시화 된 이후에도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그 '탄핵'이라는 단어를 꺼린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2일 '대통령이 즉각 퇴진해야 된다는 민심에 공감한다'면서도 탄핵 등의 방식에 대해서는 "정치하는 사람으로서... 차선책이라도 정치적 해법을 찾는 것이 도리"라며 선을 그었다.

일찌감치 가장 강경한 입장을 보였던 정의당이나 2일 기자회견을 가진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도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것이 전부였다.

이런 상황에 대해 동아일보에서 의외의 호통이 나왔다. '거국중립내각'을 할 바에야 차라리 대통령 탄핵 소추를 하라는 것. 2일 송평인 논설위원의 칼럼이다:

국민은 대통령의 하야를 거론할 표현의 자유가 있다. 그러나 정치인은 함부로 대통령의 하야를 거론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정말 크다면 정치권은 그 목소리를 헌법에 맞게 탄핵절차로 소화해야 한다. (중략) 탄핵을 건너뛰어 대통령에게 사실상 하야나 다름없는 요구를 하는 것이 민주주의에 대한 배신이다. (동아일보 11월 2일)

송 논설위원은 정치권에서 탄핵 논의를 주저하는 이유를 정확히 지적한다. "탄핵에 이르지 못할 경우 현 대통령에게 다시 정당성을 부여"하게 되는 이중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

게다가 과거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에 대한 경험도 있다. 2004년 당시 한나라당과 새천년민주당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이후 노무현 대통령의 열린우리당은 그해 열린 총선에서 과반 이상의 의석을 획득했다.

아직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전모가 다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대통령 탄핵을 주장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 정치공학적 관점에서 탄핵을 볼드모트처럼 여기는 심정이야 이해할 수 없는 일은 아니지만 현재 논의되고 있는 '책임총리제'나 '거국중립내각'이 현행 헌법이 정하고 있는 대통령제를 비켜가는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는 송 논설위원의 지적은 타당한 측면이 있다.

청와대가 심지어 여당에도 제대로 알리지 않고 국무총리를 임명하는 등의 나홀로 독주가 계속되고 검찰 조사로 게이트의 진상이 더 밝혀지게 되면 어쩌면 정치권에서도 '탄핵'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