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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슈퍼 강도치사사건 범인으로 몰렸던 '삼례 3인조', 17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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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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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완주군 삼례읍 ‘나라슈퍼 3인조 강도치사 사건’의 재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왔다.

전주지법 형사1부(재판장 장찬)는 28일 임명선(37)·최대열(37)·강인구(36)씨 등 이른바 ‘삼례 3인조’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당시 피고인들의 자백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합리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다. 앞서 전주지법은 지난 7월 삼례 3인조의 재심 청구를 받아들이고 재심 개시를 결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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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명선(왼쪽부터), 강인구, 최대열씨등 '삼례 3인조'가 판결 직후 기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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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영 변호사가 소회를 밝히고 있다.

장 재판장은 이날 “17년간 크나큰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겪은 피고인들과 가족 여러분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재심 대상 판결을 (당시) 유죄로 판단한점을 살펴 피고인들이 자백했다는 점에서 크게 주목했다. 법원으로서는 설령 자백을 했더라도 정신지체로 자기 방어력이 부족한 사회적 약자들이라는 점을 살펴야 하는데 이 부분을 면밀히 살피지 못한 것이 아쉽고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검찰은 판결문을 받아본 뒤 항소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삼례 3인조를 도와 재심을 이끌어 낸 박준영 변호사는 “앞으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며, 경찰·검사·판사 등 책임있는 관련 당사자들을 상대로 형사상 공소시효가 지났지만, 민사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판결 뒤 법정 앞에서 최대열씨는 “이제 무거운 짐을 내려 놓을 수 있을 것이다. 새롭게 출발하겠다”고 말했다. 강인구씨는 “오랜 시간 동안…”이라며 말을 잇지 못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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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선고 전날인 27일 밤 진범이라고 고백한 이아무개씨가 피해자 최성자씨를 찾아 사죄하고 있다.

1999년 2월6일 전북 완주군 삼례읍 나라슈퍼에 강도가 침입해 잠을 자던 유아무개(당시 77)씨를 숨지게 하고 현금과 패물을 털어 달아났다. 나라슈퍼 근처에 살던 삼례 3인조는 이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3년6월~5년6월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 동네 선후배 사이인 삼례 3인조 가운데 최씨와 임씨는 지적장애인이었고, 강씨는 말과 행동이 어눌했으며, 이들의 형이 확정된 뒤 ‘진범이 따로 있다’는 제보가 있었지만 검찰과 경찰은 무시를 했다. 교도소에서 나온 이들이 ‘경찰 강압수사로 허위자백을 했다’고 주장해, 부실·조작수사의 의혹이 불거져 논란이 벌어졌다.

숨진 유씨의 사위 박성우(57)씨는 “17년 동안 피해자는 고통 속에서 살아왔다. 숨진 저희 어머니가 이제야 편히 눈을 감을 수 있을 듯하다. 국가는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 삼례 3인조가 아니라 자신이 진범이라고 고백하고 숨진 유씨 무덤을 찾았던 이아무개(48)씨도 이날 법정에 나와 재판을 말없이 지켜봤다.

이씨는 전날인 27일 자정께 당시 사건 현장인 나라 슈퍼에서 숨진 유씨와 함께 잠을 잤던 유씨의 조카 며느리 최성자(52)씨를 찾아 사죄했다. 당시 최씨도 청테이프로 결박된 채 공포에 떨어야 했다. 최씨는 “(진범이 내 앞에서 사죄하는) 이런 날이 오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죽을 때까지 자유롭지 못했을텐데 용서해야 내 마음이 편할 것이고, 이제 짐을 많이 내려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범임을 고백한 이씨는 “최성자씨가 밤에 돌아다니지도 못하는 등 트라우마에 시달린다는 얘기를 들었다. 우리 때문에 아주머니가 힘들었텐데 이제 마음의 응어리를 풀고 자유로워 졌으면 좋겠다. 누나가 ‘피해자에게 가서 등짝이라도 맞고 와라. 그래야 너도 고통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조언해 다시 왔다”고 말했다. 이씨는 “지난 1월 고백하지 전까지는 술이 없으면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지금은 마음이 편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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