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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가 대통령직 사퇴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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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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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오늘로 지난 15년간 국민의 애환과 기쁨을 같이 나누었던 대통령직을 사퇴합니다.”

실제 상황이 아닙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11월25일 국회의원직 사퇴 기자회견을 하다가 “대통령직을 사퇴한다”고 잘못 말한 적이 있습니다.
기자들이 웅성거리자 곧바로 실수를 깨닫고 “제가 뭐라고 그랬습니까? 제가 실수했습니다. 제가 거기를 다시 하겠습니다”라고 한 뒤 “국회의원직을 사퇴합니다”라고 바로잡았습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실수는 가벼운 웃음거리였습니다. ‘박근혜도 저런 실수를 하는구나’라고 좋게 본 사람들이 오히려 많았습니다. 4년이 흘렀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사퇴’가 이제는 정치 현실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하인리히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징후가 반드시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2014년 말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 폭로,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 국·과장 경질 보도는 최근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최순실 사태’의 전조나 빙산의 일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을 향해 박근혜 대통령은 거꾸로 국기문란이라고 비난했습니다.

그 무렵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를 채우지 못할 수 있다고 말하는 인사들이 있었습니다. 2007년 경선과 2012년 대선 캠프에 몸담았던 사람들 가운데 일부가 그런 얘기를 했습니다. 특별한 근거가 있는 주장은 아니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성정’으로 미루어 ‘느낌’이 그렇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의 예감이 어쩌면 현실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10월29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립니다. 학생들을 시작으로 각계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퇴진할까요?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대통령 사퇴 이후 절차가 어떻게 되는 것인지, 정국은 어떻게 될 것인지 미리 생각해 볼 필요는 있는 것 같습니다.

대통령은 공무원 중에서 가장 높은 사람입니다. 대통령이 사표를 내면 그 사표는 누가 수리해야 할까요? 없습니다. 대통령은 사퇴를 선언하고 물러나면 끝입니다. 그 순간부터 ‘대통령 궐위’가 되는 것입니다.

정인환 기자 도움으로 대통령 사퇴 절차에 대해 정부에 물어보고 관련 법조문을 찾아보았습니다. 대통령 사퇴 절차는 헌법 규정 이외에 별도 규정이나 내규는 없다고 합니다.

헌법 68조 2항은 “대통령이 궐위된 때 또는 대통령 당선자가 사망하거나 판결 기타의 사유로 그 자격을 상실한 때에는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 헌법 71조는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서로 그 권한을 대행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공직선거법 14조(임기개시) 1항은 “대통령의 임기는 전임 대통령의 임기만료일의 다음날 0시부터 개시된다. 다만, 전임자의 임기가 만료된 후에 실시하는 선거와 궐위로 인한 선거에 의한 대통령의 임기는 당선이 결정된 때부터 개시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 공직선거법 35조(보궐선거 등의 선거일) 1항은 “대통령의 궐위로 인한 선거 또는 재선거는 그 선거의 실시 사유가 확정된 때부터 60일 이내에 실시하되, 선거일은 늦어도 선거일 전 50일까지 대통령 또는 대통령 권한대행자가 공고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같은 조의 5항은 “이 법에서 ‘선거의 실시 사유가 확정된 때’라 함은 다음 각호에 해당하는 날을 말한다”며 “대통령의 궐위로 인한 선거는 그 사유가 발생한 날”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박근혜 대통령이 당장 사퇴하면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아서 60일 이내에 다음 대통령을 뽑아야 합니다. 그 선거에 의해 새로 뽑히는 대통령은 당선 즉시 임기 5년의 19대 대한민국 대통령에 취임합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선출된 사람이 다음해 2월25일까지 대통령 당선인 신분을 유지하며 정권 인수작업을 하게 되는데, 전임자 궐위 상태에서 당선되는 대통령은 정권인수 절차 없이 곧바로 대통령에 취임하게 되는 것입니다.

만약 이런 상황이 실제로 벌어지면 정치적 혼란이 불가피합니다. 각 정당이 대선 후보 선출을 제대로 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정당과 후보가 난립하는 야권의 혼란이 극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등 야권에서 박근혜 대통령 즉시 하야를 요구하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더구나 박근혜 대통령이 사퇴하면 대통령 권한대행을 황교안 국무총리가 하게 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4년 국회의 탄핵소추로 권한행사가 정지되면서 고건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한 것과 같은 상황입니다. 그런데 황교안 국무총리는 ‘박근혜의 사람’입니다. 야권으로서는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하는 상황에서 대통령 선거가 공정하게 진행될 것으로 믿기 어렵습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정국 수습 방안을 이렇게 제의했습니다. “당적을 버리고 국회와 협의하여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하십시오.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강직한 분을 국무총리로 임명하여 국무총리에게 국정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기십시오. 거국중립내각으로 하여금 내각 본연의 역할을 다하게 하고, 거국중립내각의 법무부 장관으로 하여금 검찰 수사를 지휘하게 하십시오. 대통령이 그 길을 선택하신다면 야당도 협조할 것입니다. 그것만이 표류하는 국정을 수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며 최후의 방안입니다.”

대통령직 사퇴는 하지 말되 황교안 국무총리는 퇴진시키고 여야가 함께 구성하는 거국중립내각으로 권력을 넘기라는 제의입니다. 대통령의 사퇴로 인한 여러가지 정치적 혼란을 피하기 위한 현실적 방안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하면 박근혜 대통령은 그야말로 ‘식물 대통령’이 됩니다. 자존심이 강한 박근혜 대통령이 과연 문재인 전 대표의 제안을 받아들일까요? 박근혜 대통령의 성격상 남은 임기를 ‘식물 대통령’으로 보내는 굴욕을 당하느니 차라리 ‘하야’를 선택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26일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와의 통화에서 ‘심사숙고’라는 단어를 입에 올렸습니다. 아직은 사퇴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의 거취를 자신이 결정할 수 없는 상황으로 급속히 밀려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온국민의 좌절과 분노가 그만큼 크기 때문입니다.

민심은 지금 분노와 불안 사이를 오가고 있습니다. 박근혜와 최순실 두 사람이 초래한 헌정문란 사태는 2016년 대한민국을 어디로 끌고 가고 있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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