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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 여성 수천 명이 '남성보다 14% 덜 받는 것'에 항의하며 '조기 퇴근' 시위에 나섰다. 한국 여성은 '37%' 덜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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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수천 명의 아이슬란드 여성들이 '거리'로 나왔다.

주말이 아니었다.

이날은 월요일로, 직장인들이 일해야 할 시각인 오후 2시 38분, 아이슬란드 여성들은 단체로 '조기 퇴근'에 나섰다.

왜냐고?

'임금 격차'에 항의하기 위함이다.

Women in the World에 따르면, 아이슬란드 여성들은 평균적으로 남성보다 '14~18%' 덜 받는다.

남성과 동등 임금을 받는다고 가정했을 때, 아이슬란드 여성들은 오후 2시 38분 이후부터 사실상 '공짜로' 일해주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 이상은 일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아래는 이날 시위 사진과 영상.

이 시위가 한국에도 의미가 '무척' 깊은 것은, 이 문제에 있어서 한국 여성들의 상황이 독보적으로 열악하기 때문이다.

OECD가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발표한 '성별 간 임금 격차' 그래프를 보자. 한국 여자는 '남자보다 평균 36.7% 덜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바로 앞의 에스토니아, 일본보다도 훨씬 뒤처졌다. 한국은 OECD가 이 부문을 조사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줄곧 '부동의', 그리고 '압도적' 1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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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 임금 격차'의 최신 버전(2014년) 자료

왜 한국 여성들은 이렇게 대우받지 못하는 걸까?

JTBC가 OECD 자료를 토대로 만든 그래프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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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초반에는 오히려 한국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이 받는 경우도 있지만, 30세 이후로 급격히 떨어진다. 40, 50대에선 여성이 남성 임금의 절반 수준밖에 안 된다.

일단 첫 번째 이유는, (모두들 예상하다시피) 여성이 결혼, 출산 등으로 경력단절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한국의 큰 임금 격차가 설명되지 않는다. 경력단절이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유독, 한국의 임금 격차가 이렇게 큰 이유는 뭘까?

그에 대한 답변은 다소 허탈할지도 모르겠다.

사실...

가장 큰 이유는, '그냥'이다. '그냥', '그냥', '여자라서' 그렇다.

경향신문이 김난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의 '성별 임금 격차와 시사점' 보고서를 보도한 바에 따르면,

한국에서 유독 남녀 간 임금 차이가 큰 까닭은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받는 차별(62.2%)이 근속연수, 교육수준, 직종 등에 따른 남녀 차이(37.8%)보다 더 큰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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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남녀 임금차가 쉽게 좁혀지지 않는 것은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남녀 간 특성 차이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정서적 남녀 차별의 요인이 더 큰 것으로 분석됐다. 통상 남성의 근속연수가 여성보다 많지만 이에 따른 임금 격차는 22.4%로 추정됐다.


(중략)


반면 남녀 차별에 따른 임금 격차는 62.2%에 달했다. 남성이라는 이유로 생산성보다 더 임금을 많이 받는 프리미엄이 3.9%, 여성이어서 생산성보다 더 적은 임금을 받는 ‘여성손실분’이 58.3%로 추정됐다.(경향신문 2015년 5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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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이런 '조기퇴근' 시위는 한국에서 먼저 진행돼야 했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도 늦지 않았다.

조기퇴근 시위 이외에 '같은 물건을 여성에게는 좀 더 저렴하게 판매하는' 시위도 시도해 볼 만하다. 임금 격차가 한국의 절반 수준인 호주(18%)에서 한 대학교 여성 모임이 먼저 시도한 바 있다. 온라인 공간에서 남성들이 이 여성모임을 향해 범죄 수준의 비난을 퍼부어 (비난한 남성들이) 세계적인 한심 거리가 되었지만, 그래도 싸워야 쟁취할 수 있다.

'싸워야 쟁취할 수 있다'는 것은 앞선 아이슬란드 여성들이 잘 보여주고 있다.

Women in the World가 소개한 바에 따르면, 아이슬란드 여성의 90%는 성 차별에 항의하며 1975년 10월 직장 일은 물론이고 아이 돌보는 것까지 팽개친 채 '하루 파업'에 돌입했었다.

그리고, 그날 이후 많은 것이 달라졌다. 5년 후인 1980년 전 세계 최초로 '여성'이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 대통령으로 선출됐고, 1999년에는 여성들이 하원 의원 숫자의 3분의 1을 넘길 수 있게 됐다. 그리고 2000년에는 기념비적인 육아 휴가 제도가 도입돼 여성들이 출산 후 다시 직장으로 복귀하기 쉽도록 바뀌었다.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조기 퇴근' 시위에 동참한 26세의 한 아이슬란드 여성은 아이슬란드의 상황이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 여성들에 비해 낫다는 걸 알고 있다며, '임금 격차'와 관련한 전 세계 통계를 보면 마음이 좋지 않다고 전했다.

이 여성이 Refinery24에 전한 말은 현재 전 세계 여성들이 처한 상황을 잘 보여준다.

"우리도 알고 있어요. 전 세계적으로 완전한 '성 평등'을 이룬 나라는 없다는 걸. 아무리 동등 권리를 갖춘 나라일지라도, 결코 여성은 경제적으로 남성과 동등 임금을 받지 못하는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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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여성 살해' 분노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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