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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호 덕에 최순실을 잡았다는 '나비효과 설'은 사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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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지난 24일 이후 트위터에는 '정운호 나비효과'라는 제목의 글들이 돌고 있다.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100억 원대 불법도박 혐의 조사부터 꼬리에 꼬리를 문 공방이 계속되다가 결국 최순실까지 잡았다'는 내용이다.

왜 사람들은 이 사건이 '이어졌다'고 느끼는 걸까? 하나하나 꼼꼼하게 따라가보자. 이야기는 정운호보다 더 멀리서 시작된다.

정운호 게이트

검찰은 지난해 3월 폭력 조직 범서방파 두목 김태촌의 양아들이라고 주장하는 김모(46)씨를 횡령 등의 혐의로 체포한다.

그런데 뉴시스에 따르면 김모 씨의 수사 과정에서 그가 '마카오에 불법 도박장을 운영했다'는 단서가 포착된다.

검찰은 김씨의 자금 흐름을 살펴보던 중 사건과 관련된 한 여성의 휴대전화에서 금전거래 장부를 찍은 사진을 확보했다. -뉴시스(2016년 5월 17일)

이 장부는 금전 거래 장부는 원정 도박을 위한 '환치기' 내역. 이를 통해 수사를 계속 하다보니 명단에 등장한 게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정운호'다.

정운호가 불법도박 혐의로 조사를 받고 1심에서 형이 확정되자 용하다는 변호사를 찾게 되는데, 그 변호사가 바로 '전관 변호사 최유정'. 정운호의 주장으로는 정 씨는 '보석 등 석방을 전제'로 최 씨에게 수임료 20억 원과 성공보수 명목으로 30억 원을 줬다고 한다. 그러나 50억 원의 금액이 중요한 게 아니다.

문제는 최 변호사가 정 씨를 풀려나게 하려고 로비를 누구에게 했냐는 것.

최 변호사는 정 대표가 직접 자필로 작성해 자신에게 건넸다는 ‘8인 리스트’를 언론에 흘리며 이를 ‘정 대표가 작성한 구명 로비스트 명단’이라고 밝히는데, 이 리스트에 홍만표가 등장한다.

뉴시스는 정 대표가 작성했다는 메모지를 직접 확인, 실명이 거론된 8명의 명단을 확보했다. 검사장 출신 H변호사와 로비스트로 추정되는 S씨 이름이 담겨있다. -뉴시스(4월 26일)

검사장 출신 H 변호사로 등장한 홍만표. 전직 부장 판사(최유정)와 검사장 출신 변호사가 등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원석)가 변호사법 위반 등으로 이 사건을 맡아 수사하던 중 새로운 이름이 등장하는데, 바로 우병우 민정수석.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자신을 찾아온 변호사에게 “홍만표 변호사가 민정수석을 잡아놨다고 말해 걱정하지 않았었다”고 말한 것으로 홍 변호사의 변호사법 위반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다.-한겨레(8월 24일)

우병우 게이트

언론은 법조인들 간의 연줄로 인한 비리가 우병우에게 닿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타깃이 정해지면 언론끼리는 당연히 취재 경쟁이 붙는다. 조선, 경향, 한겨레가 하루 간격으로 우 수석에게 T.O.T.(타임 온 타깃)를 쏟아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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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가 7월 18일에 먼저 우병우 게이트의 서막을 열었다. 조선일보는 넥슨이 우 수석이 처리 곤란해 하는 부동산을 거액에 사줬다는 의혹을 내놨다.

우 수석의 아내(48) 등은 2008년 7월 부친이 사망하자 상속세 납부 등을 위해 이 부동산을 팔려고 내놓았지만 2년 넘게 팔리지 않으면서 거액의 상속세 문제로 고민했다고 한다. 이 부동산을 2011년 넥슨코리아가 사들였다는 것이다. 넥슨은 1년 4개월 뒤 이 부동산을 매각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 안팎에서 넥슨 김 대표와 대학 시절부터 절친한 사이였던 진경준 검사장의 주선으로 부동산 거래가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조선일보(7월 18일)

그런데 넥슨은 강남에 신사옥을 짓기 위해서라더니 1년 가량이 지나 이 건물을 되팔았다. 파이낸셜 뉴스는 이 거래에서 넥슨이 140억원의 차익을 냈지만 양도세 등 세금과 거래 비용을 제외하면 사실상 손해라고 전했다.

경향신문도 바로 다음 날 쐈다.

경향신문은 지난 7월19일 우 수석이 2013년 5월 검사장 승진에서 탈락해 이듬해 5월 청와대 민정비서관으로 기용될 때까지 변호사로 활동한 기간 동안 홍만표 변호사와 함께 '몰래 변론'으로 여러 사건을 맡았으며, 정 전 대표도 고객 중 한 명이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뉴시스(10월 26일)

한겨레가 또 바로 그 다음날 우 수석의 아들의 병역 의혹을 제기한다.

한겨레는 20일 우 수석의 아들 우모씨(24)에 대한 병역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의무경찰로 복무 중인 우 수석의 아들은 관련 제반 규정을 무시하고 복무 단 2개월 만에 편하다고 소문난 보직으로 옮겨갔다고 한겨레는 보도했다. 규정에 따르면 의경 행정대원의 전보는 전입한 지 4개월 이상이 되었을 때부터 가능하고 인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야 하는데 이러한 규정과 절차를 모두 무시했다는 것이다.

곧이어 8월 2일부터 TV조선은 단독으로 지금 생각하면 정말 용감했다고 밖에는 말 할 수 없는 사건을 건드린다. 바로 'K 스포츠와 미르 재단 의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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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단 미르와 체육재단 케이스포츠가 전경련을 통해 900억 가까운 거액을 기업에서 모은 사실이 밝혀진 가운데 두 단체의 창립총회 회의록이 거의 같은 내용으로 작성된 것으로 밝혀졌다. 미르와 케이스포츠는 총회 회의 날짜만 다를 뿐 개회 시간, 장소가 같았으며 문서 양식과 9개 항으로 이뤄진 회의안건도 동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두 재단의 배후가 동일 인물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TV조선(8월 3일)

8월 20일 참다못한 청와대가 '익명의 관계자'를 통해 유행어를 만들어 낸다.

청와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병우 죽이기의 본질은 임기 후반기 식물 정부를 만들겠다는 의도”라면서 “일부 언론 등 부패 기득권 세력과 좌파 세력이 우병우 죽이기에 나섰지만, 현재까지 우 수석 의혹에 대해 입증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그리고 청와대 바라기인 김진태 의원이 총대를 메고 적진으로 뛰어든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29일 대우조선해양이 지난 2011년 9월 임대한 호화 전세기를 홍보대행사 뉴스커뮤니케이션스(뉴스컴) 박수환(58·여·구속) 대표와함께 이용해 유럽을 다닌 유력 언론인은 "조선일보 송희영 주필"이라고 밝혔다.

당시 김 의원은 자신의 폭로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각종 의혹을 희석하려는 의도라는 주장에 대해 "오히려 우병우 사건으로 송희영 사건을 물타기 하지 말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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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희영 주필이 사임하자 이 사건으로 언론은 잠시 물러서는 형세를 취한다.

최순실 게이트

그 이후 9월 18일 까지 K스포츠나 미르와 관련되어 새로운 사실을 전하는 기사가 등장하지 않는다. 청와대의 '경고'가 먹혀든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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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9월 19일 한겨레는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인 최순실(60·최서원으로 개명)씨가 재단 설립과 운영에 깊숙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며 최 씨가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운동기능회복센터(CRC)’라는 이름으로 스포츠마사지 센터를 운영하던 정동춘 씨를 재단 이사장으로 앉혔다고 보도한다.

이후 밝혀진 언론 보도에 따르면 최순실 씨는 대통령과의 인맥을 이용해 900여 억 원의 재단 자금을 모아 LA타임스의 표현처럼 '개인용 현금지급기'처럼 유용했으며, 자신의 딸이 다니는 이화여자대학에 압력을 행사했고,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을 받아보고 수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언론의 취재와 보도는 아직 진행 중이다.

'최순실'이란 이름이 나올 때까지만 해도 그 이후 이런 어마어마한 일이 벌어진 줄은 정말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물론 정운호 게이트 - 우병우 게이트 - 최순실 게이트로 이어지는 나비 효과 '설'은 확연한 인과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우병우 게이트에서 타깃이 최순실 게이트로 옮겨가는 시점이 그렇다. 직전의 사건이 이후 사건의 원인이 되는 경우는 홍만표 까지라고 보는 게 정상이다.

그러나 이 판이 된 마당에 사람들이 못 믿을 얘기가 어딨겠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