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ffpost Korea kr

박보검이 '구르미 그린 달빛'의 촬영 뒷이야기를 털어놓다

게시됨: 업데이트됨:
인쇄

KBS 2TV 청춘사극 '구르미 그린 달빛'은 막을 내렸지만, 주연 배우 박보검의 인기는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박보검은 조선 순조의 맏아들 효명세자에서 모티브를 딴 왕세자 이영을 연기해 올가을 여심을 제대로 흔들어 놓았다.

'박보검이 장르' '박보검이 줄거리'라는 이야기까지 장안에 떠돌 정도로 이 드라마의 성공은 박보검에게 큰 빚을 졌다. 올해 초 종영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이어 대흥행 2연타의 주인공이 된 박보검(23)을 2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1

박보검은 "이제 하늘의 달만 봐도 '구르미 그린 달빛'이 떠오를 것 같다"면서 "제게는 축복 같은 작품"이라는 말로 각별함을 표했다.

"이렇게 사랑받아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따뜻한 현장이었어요. 한 장면을 포착해도 예쁜 화보처럼 남을 수 있는 귀한 작품이기도 했어요. 이영도 지금껏 봐왔던 왕세자와는 다른 매력이 있는 캐릭터였고요."

2011년 영화로 데뷔한 박보검의 사극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박보검은 "처음에는 연기하면 할수록 저 자신이 작게 느껴졌다"면서 "자신감이 없고 자꾸 흔들렸다"고 털어놓았다.

MBC TV '해를 품은 달'(2012) 등 사극을 여러 차례 경험한 김유정(홍라온 역)과 함께 첫 대본 연습을 했을 때 더 자신감을 잃었다고. 특히 꿈과 야망은 마음 속 깊이 품어둔 채 날라리로 등장한 초반부 이영은 '바른 청년'으로 유명한 박보검이 소화하기는 쉽지 않았다.

길을 잃고 헤매던 박보검은 김성윤 PD를 비롯한 제작진과 계속 상의하면서 연습을 거듭했다.

1

제작진은 박보검에게 "원작에서는 이영의 까다롭고 도도한 면이 부각됐지만, 드라마에서는 천방지축 왕세자에서 성군으로 변모한 이영의 진중하면서도 날카로운 모습도 표현해달라"고 주문했다.

박보검은 "어색했지만, 제 안에 있는 걸 꺼내려고 노력하는 과정이었다"고 돌이켰다.

당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한 박보검에게 "자신 있게 힘내서 하라"고 응원하며 밥도 사준 소속사 선배 송중기의 격려도 큰 힘이 됐다.

종영 직후 "큰 산을 넘은 기분"이라고 고백한 박보검은 "대사 한 마디 한 마디를 맛있게 요리하는 방법을 이 작품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알게 됐다"면서 나름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1

철없던 왕세자는 사대부들에 휘둘리는 유약한 아버지와 백성, 사랑하는 여인 홍라온을 지키고자 분투하면서 진정한 군주로 성장한다.

극 중 이영의 대사처럼 "세상에서 가장 높고 좁은 우물"인 구중궁궐에서 왕세자로 살았던 느낌이 어떠했는지 궁금했다.

인터뷰 내내 웃던 박보검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외롭고 쓸쓸한 삶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영이라는 친구에게 아버지, 숙의 마마, 공주를 제외하고는 궁궐 내 모두가 적이잖아요. 의지할 사람은 장 내관과 병연이밖에 없고요. 외로움과 함께 자신이 보호해야 할 사람들이 있으니 책임감도 컸어요."

자신보다 어리거나 또래인 배우들과 호흡을 맞춘 박보검도 극을 이끄는 부담감이 적지 않았다.

박보검은 "처음에 제가 먼저 캐스팅됐을 때는 혼자 배에 탄 기분이라 은근히 부담감이 있었다"면서 "나중에 김유정과 곽동연, 진영까지 모두 캐스팅되고 나니 서로 의지하면서 손잡고 하면 잘할 수 있겠다는 안도감이 들더라"고 전했다.

박보검은 영의정 김헌 역의 천호진을 비롯한 선배 연기자들도 큰 도움이 됐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선배들 앞에서 저는 티끌 같은 존재였다"고 한껏 몸을 낮췄다.

1

김민정 작가가 집필한 '구르미 그린 달빛'은 매회 몰입도를 한껏 끌어올리는 마무리로 눈길을 끌었다. 마무리에 항상 등장한 박보검에게는 '엔딩 요정'이라는 애칭이 붙기도 했다.

대본을 볼 때마다 설레는 마음에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는 박보검은 "마무리 장면마다 순간 시청률이 확 뛰어서 감사했다"면서 키득거렸다.

자신을 곤경에 빠뜨린 뒤 도망치면서 '다시 만나면 내가 당신의 강아지가 되겠노라'고 약조한 홍라온과 재회한 이영이 "반갑다, 멍멍아"라고 말하는 장면이 유독 기억에 남는 마무리라고.

"'반갑다, 멍멍아'라는 게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그 톤을 정말 많이 연습했거든요. 톤을 올려야 하나, 내려야 하나 고민했는데 제작진이 좋은 부분만 편집해주셨어요."

박보검이 꼽은 명대사는 왕세자가 3회 말미에 홍라온에게 말한 "이영이다, 내 이름"이다.

그는 "홍삼놈(홍라온)에게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알려주면서, 삼놈이를 벗으로 삼고 싶은 마음을 드러내는 대사라 유독 정이 간다"면서 "물론 선배 연기자들과 홍라온 대사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대사가 많다"고 강조했다.

나이 스물셋. 연기자로서 이제 막 꽃을 피운 박보검의 미래는 창창하다.

"정말 큰 사랑을 받은 이 작품을 통해서 조금 더 저 자신을 많이 채찍질하게 됐어요. 연기적으로도, 삶을 살아가는 데도 좀 더 정직하고 지혜롭게 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날 인터뷰는 외부 비공개로 진행됐지만 정보를 어렵게 입수한 팬 수십 명이 아침부터 카페 주변에 몰려들었다.

점심을 먹으러 나온 일대 직장인들도 '박보검이 삼청동에 떴다'는 소식에 큰 호기심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