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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들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제시한 '최순실 비상시국' 수습책은 이렇다. '탄핵'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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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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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파문'이 여기까지 온 이상, 이제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남은 임기 동안 국정을 수행하기는 어렵게 됐다는 것.

박근혜 대통령은 "이제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덕성을 상실했고 권위는 회복하기 힘들 정도로 무너졌"(조선일보)으며, "사실상 정상적인 직무수행이 불가능한 상태"(한겨레)가 됐다.

앞으로 더 많은 의혹들이 드러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이미 이 정도로도 박 대통령은 완전히 리더십을 상실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박 대통령의 임기는 아직 1년4개월이나 남아있다.

그렇다면 남은 질문은 하나다. 대체 어떻게 이 "대통령 국정 운영 권능의 붕괴 사태"(조선일보)를 수습할 것인가?

26일자 신문들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제시한 수습책은 크게 3가지다. (상당 부분 야당의 주장과 일치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1. 특검 도입을 통한 철저한 수사
2. 우병우·안종범 수석을 비롯한 청와대 참모진 총사퇴
3. 여당과 야당의 지지를 받는 '거국 총리·내각' 임명

여기에 더해 '대통령 탄핵을 추진해야 한다'는 여론도 있는 게 사실이다. 박 대통령의 '하야'를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하나 하나씩 살펴보자.

1. 특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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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들이 일제히 특검 도입을 주장하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검찰을 믿을 수 없다'는 것. 검찰의 과거 때문이다.

검찰은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에 마지못해 수사 시늉만 냈다. 그 사이 주요 수사 대상자들은 줄줄이 해외로 출국하거나 잠적했다. 검찰이 증거 인멸 시간을 벌어준 것 아닌가. 검찰이 언론에 앞서 국정 농단 증거가 담긴 컴퓨터를 확보했으면 숨겼을 것이란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지금 검찰은 모든 면에서 정상적 국가기관으로 인정하기 어렵다. (조선일보 사설 10월26일)

그러나 지금까지의 수사 상황을 보면 검찰의 진상 규명 의지를 확인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지난달 29일 최씨 의혹에 대한 고발이 접수된 뒤 미적거리기만 하다가 지난 20일 박 대통령이 엄정한 수사를 지시한 후에야 본격 조사에 들어갔다. 관련자들을 잇따라 소환 조사하고 있지만 신속한 증거 확보를 위해 필수적인 압수수색엔 나서지 않고 있다. 그러는 사이 재단 및 최씨 관련 자료들이 폐기되고 있고, 최씨와 차은택 CF 감독 등 핵심 인물들은 해외로 빠져나갔다. (중앙일보 사설 10월26일)

다른 이유도 있다. 수사 대상이 되어야 할 사건과 인물들이 그야말로 '역대급'이라는 것. 일반적인 수준의 검찰 수사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최순실 게이트의 수사 대상은 ‘역대급’이다. 최씨 주문에 따라 대한항공에 인사청탁을 했다는 청와대 수석, 최씨에게 대통령 연설문을 넘겼다는 ‘삼인방’ 비서관은 물론이고 기업인들에게 문화체육에 대한 ‘투자 확대’를 부탁했다는 대통령까지, 사실이라면 법 테두리를 한참 넘은 것이다. 무엇보다 최근 드러난 대통령 문건 유출 등 국정농단 의혹이야말로 명백한 ‘국기문란’ 사안으로, 대통령 수사와 청와대 압수수색이 반드시 필요하다. 우병우 민정수석이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 수사가 성역 없이 이뤄질 수 없음은 물론이다. (한겨레 사설 10월26일)


2. 청와대 참모진 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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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거론되는 수습책은 청와대 참모진 교체다. 이 역시 이유는 분명하다. 유례 없는 '국정 농단' 사건이 벌어지는 동안 청와대 참모진들은 이를 방치하거나 은폐했다. 관련 의혹이 제기되자 유언비어 취급 했고, 거짓 해명에 급급했다. 직무유기는 물론, '국정 농단'에 가담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당연하게도,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이름이 빠질 수는 없다.

우 수석은 최씨 문제와 상관없이 대통령 측근의 심각한 국정농단 행위를 막지 못한 사실만으로도 당장 사퇴시키고 사법책임을 물어야 한다. 최순실·우병우의 방패 역할을 해온 여당에서도 두 사람을 감싸는 목소리는 나오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이 최씨의 국정농단에 책임을 느끼고 진정으로 사죄할 생각이 있다면 우선 우 수석 경질로 의지를 보여야 한다. (경향신문 사설 10월26일)

안보·경제 위기에 국기마저 무너져 내린 사실상의 국가 비상사태다. 박 대통령은 특검이든 국정조사든 전적으로 수용해 철저한 진상 규명을 통해 진실을 국민 앞에 밝히고 필요하다면 조사도 받아야 한다. 이원종 비서실장은 국정감사에서 대통령 연설문 유출을 전면 부인했다. 청와대의 보안·감찰을 총괄하는 우병우 민정수석비서관은 직무유기를 저질렀다. 이 실장과 우병우·안종범 수석을 비롯한 청와대 비서진은 총사퇴해야 마땅하다. (동아일보 사설 10월26일)

대통령이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데도 진언은커녕 낌새도 못 챈 대통령 보좌진의 무능 또한 문제다.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은 국정감사에서 박 대통령 연설문 수정 의혹에 대해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얘기”라고 일축한 바 있다. 청와대 참모진의 수장인 비서실장조차 국정 농단 행태를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측근 비리를 감시해 사전에 제동을 걸어야 할 의무가 있는 우병우 민정수석에게는 직무유기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서울신문 사설 10월26일)


3. 총리·내각 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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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진상규명은 사실상 아직 시작도 안 된 상황에서 '남은 임기 동안 누가 국정을 이끌어야 하느냐'는 질문은 다소 이른 감이 있다. 그러나 누군가는 책임지고 국정을 이끌어야 한다. 당장 대통령을 새로 뽑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조선일보는 '거국 총리'를 임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 논리는 다음과 같다.

야당은 내각 총사퇴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안보·경제 위기에 처한 국가에서 정부 각료 전부가 사퇴하고 다시 청문회를 통해 내각을 구성한다는 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지금 내각의 무능을 따질 계제가 아니다. 박 대통령은 내각 전면 개편 대신 여야 모두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거국(擧國) 총리를 임명해 남은 1년간 경제와 내정(內政)을 맡겨야 한다. 남은 1년에 무슨 새로운 일을 벌일 수 없다. 나라를 거덜낼 수 있는 조선 산업 부실 사태와 공중 분해된 해운 산업 문제 등 구조조정 현안, 대형 부실이 예상되는 주요 업종 정책, 심상치 않은 부동산 대책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거국 총리 임명 때 야당의 뜻을 물어 핵심 경제 대책에 야당의 협조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12월26일)

세계일보는 "전면적인 국정 쇄신"을 주문했다.

시중에서는 대통령 탄핵 요구와 하야 여론이 거세다. 야당은 내각 총사퇴와 청와대 비서진 전면 교체를 요구했다. 국민 신뢰를 잃었고 정권의 도덕성은 땅에 떨어졌다. 대통령 지지율이 곤두박질치면서 레임덕 현상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비장한 각오로 위기 극복에 힘을 쏟아야 한다. 최씨 국정 농단 의혹을 철저히 규명하고 책임자는 엄벌해야 한다. 내각·청와대 비서진 개편 등을 포함한 전면적인 국정 쇄신도 단행해야 한다. (세계일보 사설 10월26일)


4. 탄핵·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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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언론사들 중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나 하야를 주장한 곳은 없다. '탄핵'이나 '하야'가 인터넷 포털사이트 인기검색어에 오르 내리는 현상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는 다음과 같다.

1. 국회재적의원 과반수의 발의와 국회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
2.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헌법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

풀어서 설명하면 이런 얘기다.

새누리당(129석), 더불어민주당(121석), 국민의당(38석), 정의당(6석), 무소속(6석) 국회의원 300명 중 151명 이상의 국회의원들의 탄핵소추안을 발의해 최소 200명 이상의 동의로 통과시킨 다음,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한 헌법재판관 3명(헌법재판소장 포함)과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임명한 헌법재판관 6명으로 구성된 헌법재판소에서 9인 중 6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만에 하나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거나 하야를 할 경우, 그 이후의 절차도 따져 볼 필요가 있다.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이 '궐위' 상태가 됐을 경우에는 60일 이내에 대선을 실시해야 한다. 당장 두 달 안에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는 뜻이다.

내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후보자들도 있고, 유권자들도 대강 그게 누구인지 정도는 알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따져도 두 달은 후보자에게나 유권자들에게나 충분한 시간이 아니다.

말하자면, 이건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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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들도 탄핵이나 하야 요구를 경계하는 분위기다.

더민주 원내 핵심관계자는 "탄핵 주장은 국민이 하는 것이지, 야당이 거기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설사 탄핵을 하더라도 그 이후 공백사태에는 국민들이 엄청난 혼란을 겪게 될 것"이라며 "야당이 탄핵을 주도한다면 이에 대한 책임도 따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10월26일)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페이스북에 '탄핵은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전화 SNS 등 왜 박지원답지 않게 약한 대응이냐고 질책입니다. 당장 탄핵이 주류입니다. 특검도 주창합니다. 현행 헌법 84조는 내란 등 아니고는 현직 대통령은 형사소추를 받지않고 다수의 국민은 헌정 중단을 원치 않습니다. 샌드위치 신세입니다. 다행히 의원님 다수도 저와같은 견해입니다. (박지원 페이스북 10월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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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는 별개로 일각에서는 '탄핵으로 한 방에 끝내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건은 그 두 사람 만의 힘으로 벌어진 게 아니라는 시각이다. 다수의 조력자와 방관자 등 구조적인 책임을 따져물어야 한다는 것.

민주당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사실상 이미 식물정부가 된 것 아닌가. 우리는 상황을 주시하며 진상규명을 위해 가장 효과적인 대응을 하겠다"라고 말했다.

시사IN 고재열 기자는 "'박근혜를 품은 새누리당'에 대해 평가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어떻게 그런 인간이 국회의원이 되고, 당대표가 되고, 당의 대선후보가 되어 대통령이 되는지 따져볼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치평론가로 활동해 온 김민하 미디어스 기자는 "우리가 따져야 할 것은 대통령과 최순실 씨의 법적 책임만이 아니다"라며 이렇게 적었다.

이런 아무 내용도 없는 사람을 대통령에 적합한 인물로 포장하고 그에게 충성을 바친 새누리당의 정치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런 말도 안 되는 통치를 팔짱끼고 지켜본 관료들과 눈치 보기에만 급급했던 수사기관, 정보기관의 정치적 책임 역시 물어야 한다. 이들과 적극적으로 공생하며 자기 배를 불렸던 보수언론의 정치적 책임도 물어야 한다. (미디어스 10월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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