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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 "내가 지금까지 언니 옆에서 의리를 지키고 있으니까 이만큼 받고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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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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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한 미르 전 사무총장 인터뷰

“언니”라는 말이 또렷하게 들렸다. 지난 9월18일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이 춘천에 있는 집과 서울 논현동 미르재단 사무실을 오가면서 이용했던 카니발 차량 안에서였다. 이 전 총장은 녹취에 등장하는 인물이 최순실씨라고 했다. 최씨는 스스럼없이 박근혜 대통령을 언니라고 불렀다.

“사람은 의리가 필요해. 그런데 차은택은 지금 저만 살려고 하잖아. 그러면 안 되지. 내가 지금까지 언니 옆에서 의리를 지키고 있으니까, 내가 이만큼 받고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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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씨가 박근혜 대통령과 의리를 지켜, 비선실세로서 여러 권력을 얻게 됐다는 취지를 계속 강조했다. 최씨는 이어 “차은택은 아직 갈 길이 먼데, 얘가 벌써 그러면 안 되는 거야. 애가 이상해. 우파 좌파 왔다갔다 하고 이상해. 고 대표 안 그래?”라고도 말했다. 최씨는 교묘하게 차씨를 등장시켰다. 충성을 하면 보상이 뒤따른다는 훈계와 동시에 자신의 뜻과 어긋나서는 안 된다는 협박도 섞였다. 이 녹취론엔 최씨와 이 전 사무총장, 그리고 최씨 측근 고 대표(고영태씨)가 등장한다. 미르재단의 문제가 최초로 불거진 뒤인 지난 8월 최씨가 그를 회유하려는 내용 중 일부다.

-최순실씨와 대통령과의 관계는 어떻게 보였나?

“대통령보다 더 높은 사람이 있다. 최순실이다. 이름을 바꿨으니 최서원이다.”

-박관천 경정이 말했다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는 것인가?

“나는 거기에 90% 동의한다. 수렴청정이라고 해야 하나. 불순한 말인지 알지만 그렇게 표현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권력서열 수위에 최순실씨를 놓은 것은 이 전 총장만이 아니다.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으로 구속된 박관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 또한 지난해 12월 “우리나라의 권력서열이 어떻게 되는 줄 아느냐. 최순실씨가 1위, 정윤회씨가 2위, 박근혜 대통령은 3위에 불과하다”고 말한 바 있다.

-최씨와 차은택씨와의 관계는 어떻게 봐야 할까?

“최순실은 대통령과 밀접한 사람이다. 그 밑에 차은택이 있다. 최순실, 차은택 두 사람의 관계가 수평적인 구조는 절대 아니다. 오히려 수직적인 관계라고 보면 된다. 차은택이 재단의 이사장과 이사들을 추천했지만, 힘에서 최순실과의 격차는 아주 크다. 그리고 한가지 더 얘기하자면 최순실과 차은택은 서로 적이 되려야 될 수 없는 관계다. 서로 얽혀 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약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차씨와 당신과의 관계는?

“나와 차은택과는 수직적인 구조도 아니다. 내가 차은택을 노량진 현대화시장 프로젝트 자문위원으로 위촉했고, 차은택이 나한테 국가에서 중요한 일을 하는데 내 역량이 필요하다고 해서 (미르재단으로) 간 것이다.”

-당신은 어떤 역할을 한 것인가?

“내가 사무총장 하면서 청와대와 계속 상의해서 사업을 진행했다. 여러가지를 했다. 재단 일의 경우 정부 부처에서 키를 쥐고 있는데, 모든 재단이 정부와 함께 일하기를 희망한다. 사실 그게 어마어마한 기회다. 민간재단이라는 게 정부와 일할 기회가 주어지는 것 자체가 호재인데, 청와대랑 일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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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와 차씨를 중심에 둔 얘기는 자연스럽게 비선 모임으로 흘러갔다.

-최씨는 비선 모임에서 어떤 역할을 했나? “최순실은 (청와대 등의 주요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회장님으로 불렸다. 차씨가 그렇게 불렀고 나도 그렇게 따라 불렀다. 사실 최씨는 대화 상대로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은 큰 사람이다.”

-모임 분위기는 어땠나?

“(지금 생각해보니) 최순실이 얼마나 영향력이 대단했는지 실감이 난다. 사실 나는 (청와대 관계자들을 만날 때) 깍듯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분들이 바쁠 때, 뭔가 논의를 하거나 보고할 게 있을 때는 늘 (청와대에서 재단에 지시하는 게 아니라) 이것은 어떠냐는 식으로 우리(미르) 쪽 의견을 물었다.”

-비선 모임의 참석자는 어떻게 구성됐나?

“세 명을 기준으로 조금 늘어나는 수준이었다. 최순실 쪽 사람도, 차은택 쪽 사람도 있었다. 장관을 만들고 안 만들고 하는 사람들이었다.” 지위나 명망보다는 최씨나 차씨와의 친소관계가 모임의 성격을 좌우하는 듯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실세로 불리며 케이스포츠재단 설립에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김종 제2차관의 참석 여부를 묻자 “김종 차관은 낄 급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 비선 모임에는 언제까지 참석했나?

“나는 사실 4월4일 이전부터 어떤 이유를 대고서라도 가지 않으려고 했다. 대화 수준을 보면, 어떤 때에는 내가 왜 이런 데에 있는지 싶은 모멸감이 들 정도였다. 함께 있는 것 자체가 싫었다. 나의 태도가 이러니 당연히 거리가 멀어졌다. 그때부터인가, 주변에선 내가 컨트롤되지 않는다는 얘기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 같다.”

-최씨를 따로 만난 적은 있나?

“주로 차은택과 세 명이 만났다.”

-어떻게 만났나?

“최순실이든 나든 일이 있을 때 만나자고 연락을 하면 최순실이 직접 찾아왔다. 논현동에서 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전화를 하고 나서 만나기로 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미르재단 사무실까지 바로 왔다. 걸린 시간을 따져보면 가까이 있는 것 같았다.”

-6월29일 그만둔 뒤 최씨를 만난 적은 있나?

“개인적으로 만났다. 그때는 이미 차은택에게 여러가지를 녹취해왔다고 얘기한 상태였다. 아마 최순실 입장에서는 열심히 해서 재단을 만들어 놨는데 잘못하면 큰일이 나겠다 싶었던 것 같다. 나를 만날 때 녹음을 하는지 늘 검사했다. 차은택이 검사하든 누가 하든 만나면 검사부터 했다. 약속 장소도 변경해가면서 만났다.”

-마지막으로 만난 것은 언제인가?

“8월19일이다. 그때 만나서는 최순실이 한시간 동안 거의 혼자 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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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을 농단한 최순실씨에 대한 그의 평가는 냉정했다. 그는 최씨에 대해 “대화 수준이 맞지 않는다”고 평가할 정도였다.

-최씨는 모임에서 직접 지시를 하거나 그러지 않았나?

“최씨는 디렉션(지휘)을 하고 싶어했다. 하지만 사실 디렉션을 할 만한 능력이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사실 그런 비선 모임에서 최씨가 그냥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것은 의미가 없지 않나. 사실 어떻게 보면 최씨와의 대화가 필요없다. 딱 주면 우린 금방 보고 나서 뭘 말하는지 파악할 수 있으니까. 어떤 사안에 대해 본인이 직접 나서서 이게 좋은 방안이라면서 사안을 논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냥 평범한 아주 평범한 전문성이 없는 일반인 수준이었다.”

-평범한 사람이라고 계속 강조하는데.

“그런데도 그런 수준의 사람이 대통령 판단에는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거다.”

이 전 총장은 최씨의 능력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는 동시에 그런 최씨 앞에서 복종한, 아니 그런 최씨를 그대로 방치한 정부 쪽 인사들에 대한 노골적인 실망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사실 지금까지 최씨에 대해 보도된 내용들을 찾아봤다. 그런데 최씨의 역할은 지금까지 나온 내용 이상이다. 앞으로 밝혀지겠지만 이 사람이 실제로는 더 큰 영향력과 개입을 했다. 나는 예전에는 정부 쪽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보니 전혀 그렇지 않다. 문화체육관광부나 청와대, 박근혜 대통령까지… 이제 존경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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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대국민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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