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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덕분에 다시 회자되는 박관천의 '권력서열'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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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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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초기 박 경정은 한창 조사를 하던 검사와 수사관에게 뜬금없이 “우리나라의 권력 서열이 어떻게 되는 줄 아느냐”면서 박근혜 정부의 권력 지형에 대한 ‘강의’를 시작했다고 한다. “(정윤회 씨의 전 부인이자 고 최태민 목사의 딸) 최순실 씨가 1위, 정 씨가 2위이며 박근혜 대통령은 3위에 불과하다”는 ‘황당한’ 내용이었다. 허위로 결론 난 ‘정윤회 동향 문건’만큼이나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는 근거를 대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아일보 2015년 1월7일)

'황당'하기는 커녕, 그 말이 맞았다.

최순실씨가 박 대통령의 연설문은 물론, 국무회의 자료, 인사 자료, 후보 시절 TV토론 자료, 광고 동영상, 유세문, 당선 소감문 등을 미리 받아 봤고 일부는 수정까지 한 정황이 발견됐다는 24일 JTBC 보도 이후 1년도 넘게 지난 이 기사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기사에 등장하는 '박 경정'은 박관천 경정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 소속(파견근무)이던 그는 2014년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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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씨의 전 남편 정윤회씨. 그는 최순실씨와 이혼한 이후 '권력서열'에서 완전히 밀려난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사태의 발단은 박 대통령의 오래된 측근 '문고리 3인방'의 동향을 다룬 '청와대 감찰보고서'였다. 이 문건의 작성자인 박 경정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박 대통령의 최측근 등 10여명을 '십상시'로 지목하고, '비선실세'의 실체를 추적했다.

이 문건은 청와대의 공식 문서였으며, 2014년 2월 홍경식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과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진다. 당시 박 경정의 직속상사였던 인물이 바로 조응천 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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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가 이 문건을 입수해 보도하며 '정윤회 파문'에 불이 붙었지만, 사건은 '청와대 문건 유출 사태'로 전개됐다. 이에 따라 박 경정과 그의 직속상사였던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은 검찰 조사를 받게 된다.

검찰 수사까지 받았던 이들은 그러나 재판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 받았다. 해당 문건을 대통령 기록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박 경정은 박근혜 대통령 측근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미 '권력서열'을 알아챘던 게 분명하다. 보고서 작성 시점인 2014년 1월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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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세계일보 김기홍 논설실장은 25일자 신문에 이런 칼럼을 썼다.

세계일보가 2014년 11월 ‘정윤회 문건’을 보도하면서 시작된 ‘비선실세의 국정개입 의혹’ 파문은 또 다른 비선실세 최순실의 등장을 암시하는 예고편이었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고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정윤회 보고서를 “찌라시에나 나오는 이야기들”이라고 무시하고 넘어가지만 않았어도 줄거리는 복잡해도 얼개와 결말은 뻔한 밀실권력 고발극 ‘최순실 게이트’는 불발에 그쳤을지 모른다. 검찰 수사가 ‘청와대 문건 내용은 모두 허위’라는 결론을 내렸어도 청와대는 비선인사 국정농단 소문과 비선 간 권력암투설의 뿌리를 파헤쳤어야 했다. 애써 외면하다 곪을 대로 곪은 상처가 한꺼번에 터져 냄새가 진동했고, 마침내 세상 사람들이 두 눈으로 보게 된 것이 최순실 의혹이다. (세계일보 칼럼 10월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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