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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안 가고 '공무원'이 되겠다는 고등학생이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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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오후 6시께 청주시 서원구에 있는 한 행정고시학원 강의실. 청주에서 일반계 고등학교에 다니는 김승현(18)군은 대입 수능시험을 3주가량 앞뒀지만, 입시학원이 아닌 고시학원에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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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가 시작하려면 아직 30분가량 남았지만, 김군은 끼니도 거른 채 강의실 책상에 앉자마자 전날 배운 내용을 복습하기 바빴다.

김군은 "학교 공부와 공무원 시험 준비를 동시에 하려면 시간을 아껴야 한다"며 빠른 속도로 책장을 넘겼다.

김군은 지난 8월부터 공무원 시험공부를 시작했다. 대학 진학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우선순위에서 뒤로 미뤘을 뿐이다.

안정된 직장인 공무원이 된 뒤 대학을 진학해 일과 공부를 병행하겠다는 게 김군의 생각이다.

김군은 "서울에 있는 대학을 나와도 취업하기 어렵다고 들었다"며 "대학 생활을 즐기고도 싶지만 안정된 직장이 우선이라는 생각에 선택한 길"이라고 말했다.

김군보다 두 살이나 어린 조진혁(16)군도 지난 8월 공시 학원에 등록했다.

청주의 일반계고에 다니는 조군은 반에서 5등 안에 들 정도로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국가직 공무원 9급 시험에 합격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도전에 나섰다.

조군은 "비싼 등록금 내고 대학에 들어가 본들 취업이 안 되니 다시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할 텐데 그럴 바에야 미리 시작하는 게 유리한 것 아니냐"며 "공부해야 할 양은 많아졌지만, 마음은 오히려 편하다"고 말했다.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2년째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강모(28)씨는 "학원에 고교생들이 눈에 띄게 많이 늘었다"면서 "이럴 줄 알았으면 대학에 가지 말고 미리 시험을 준비할 걸 그랬다"고 요즘 분위기를 전했다.

올해 3분기 기준 4년제 대졸 이상 실업자 수는 31만5천만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체 실업자 98만5천명 중 32%를 차지한다. 실업자 3명 중 1명은 4년제 대학 이상 졸업자라는 얘기다.

이런 취업난 속에서 김군이나 조군처럼 대학 진학 대신 일찌감치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는 고교생들이 늘고 있다.

고등학교에까지 불어닥친 공무원 시험 열풍에 '공딩(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고등학생)'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올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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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지난 4월 치른 국가직 9급 공채에 무려 22만1천853명이 원서를 냈다.

이 중 18∼19세 지원자는 총 1천955명으로 지난해(1천387명)보다 40%나 급증했다.

실업자 3명 중 1명이 4년제 대학 이상 졸업자일 정도로 '대학 스팩'이 더는 취업에 유리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공무원은 안정적인 데다 최종 학력에 구애받지 않고 오로지 시험 성적으로만 취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단연 인기가 높을 수밖에 없다.

청주의 한 고교 교사는 "학생들의 희망 진로를 조사해보면 공무원 선호도가 상당히 높아졌다"며 "학업과 공무원 시험 준비를 병행하는 학생들이 종종 눈에 띄는데, 그때마다 자신의 적성과 능력을 고려해 신중히 선택할 것을 조언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정고시학원 관계자는 "공부를 일찍 시작하면 유리한 면도 있지만 섣부른 선택은 금물"이라며 "공무원 수험의 길이 대학 입시보다 더 힘겨울 수 있음을 잊지 말고, 도전을 결심했다면 확실한 목표 의식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