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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탄생한 걸작의 사례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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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작을 의미하는 ‘masterpiece’는 중세 길드에서 유래된 단어다. 도제를 거쳐 직인이 되고, 직인에서 장인이 되는 것이 일반적인 루트였다. 이때 직인이 자신의 기술을 증명하기 위해 조합에 제출하는 작품을 ‘masterpiece’라고 불렀다. 지금과는 조금 다른 의미다. 어찌 되었든 그 분야의 최고가 만들어낸 작품이라는 점에서는 일맥상통한다.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걸작이 필연적으로 나온 것만은 아니다. 정말 우연히 나오게 된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 ‘우연한 걸작’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다.

masterpiece

1. ‘예술 없음’이 낳은 걸작

예술성에 집착을 한다고 반드시 걸작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재능이 뛰어나다고 걸작을 만들어내는 것도 아니다. 밥 로스가 그 대표적인 인물이다. 예술성을 지향하지 않았지만 그의 작품은 걸작이 되었고 그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화가 중 한 명이 되었다. 보통 사람들은 예술 작품에서 예술성을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

“’쉽게 만드는 예술’이라는 아마추어리즘의 현대적인 전형으로 밥 로스(Bob Ross)를 들 수 있다. …. 덥수룩한 수염에 부스스한 머리로 유명한 로스는 공군 하사관이었다가 텔레비전에 출연하는 화가가 되었다. …. ‘즐거운 그림 그리기(The Joy of Painting)’라는 공영방송 프로그램을 총 403편 진행하면서 그는 문외한들에게 풍경화를 그리는 온갖 기술을 단 26분 만에 자상하게 가르쳐 주었다. …. 로스의 프로그램은 그림을 가르치기도 했지만 위안을 주자는 목적도 있었다. …. 로스는 그의 유치한 그림이 실제로 잘 그린 그림인지는 개의치 않았다. 또 다른 사람들이 실제로 그를 따라 그림을 그리는지조차 신경 쓰지 않았다. …. 로스는 ‘물감이 마르기 전에 덧칠하는(wet-on-wet)’ 기법을 가르쳤다. …. 그는 매끈한 밑그림을 그린 다음 넓적한, 페인트 붓처럼 생긴 붓을 사용해 ‘몇 초면 구름과 산과 나무와 물을 완성할 수 있어요. 그림을 그려 본 경험 같은 건 전혀 필요 없습니다.”라고 했다. …. 그는 죽었지만 독일에선 한 여성 밴드가 그의 이름을 따서 밴드의 이름을 지었고(‘헬로우 밥 로스 슈퍼스타’) 네덜란드에선 ‘밥 로스 아마릴리스’라는 꽃 이름이 생기기도 했다. 유화에 있어 미스터 로저스였던 그는 계속 살아남았고 심지어 인기도 올라갔다. …. 1500명 이상의 공인된 밥 로스 강사들이 계속 그림을 가르치고 다녔기 때문이다.” (책 ‘우연한 걸작’, 마이클 키멜만)

2. 손가락 하나 까딱 않고 만드는 걸작

ono yoko

특별한 노력을 들이지 않았는데 여러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세계적인 작가나 작품으로 올라서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공연 동안 아무 것도 하지 않고 피아노 앞에 앉아서 뚜껑을 여닫기만 한 존 케이지가 그 대표적 인물이다. 존 레논의 부인으로 알려진 오노 요코도 중요한 메시지가 담겨있어서 그렇지 퍼포먼스 자체로는 특별해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조각조각 자르다(Cut Piece)’는 그녀의 전위 퍼포먼스 초기작 중 하나이다. 그녀는 무대에서 보살처럼 태연하게 앉아 있고 다른 사람들이 그녀의 옷을 천천히 잘랐다. 사람들이 페미니즘이란 게 뭔지 알기도 전에 페미니즘을 선언을 한 셈이다. 상류층에서 자란 사실에 저항하듯 성적 노출을 소재로 한 작품인데 할복까진 아니더라도 극단적인 자해를 연상시키는 폭력적인 요소가 있는 게 사실이다. 이는 그녀가 유명해진 이후에도 계속해서 탐구한 소재였다. …. 그녀의 초기 작품의 핵심은 수동성이었다. 이 작품들에서 종종 그녀는 떠나거나 물러서거나 다른 사람에게 자리를 내어 주는 행위를 한다. 미완성, 자리바꿈, 기발함 따위가 모티프가 되었다.” (책 ‘우연한 걸작’, 마이클 키멜만)

3. 닥치는 대로 수집하다가 나온 걸작

thomas dent mutter

제주도에 가면 박물관이 많다. 그 중 탄성이 절로 나오는 곳들이 있다. 주인장이 하나에 미쳐서 물건을 모으다 보니 박물관까지 열게 된 것이다. 신중하게 모은 것이라 보기만 해도 입이 떡 벌어지는 아이템들이 눈에 띈다. 그런데 그와 반대의 경우도 있다. 닥치는 대로 모으고 쌓아가다 보니 박물관이 되고 그것 자체가 훌륭한 걸작이 된 예다.

“필라델피아의 외과의사 토머스 덴트 무터(Thomas Dent Mutter)는 1830년대 당시 의료의 메카였던 파리에 갔다. …. 그는 병리해부학과 임상병리학을 체계적으로 연결시킨 것에 강한 인상을 받고 필라델피아로 돌아왔다. 얼마 후부터 그는 수업에 필요한 해부학과 임상 표본을 모으기 시작했다. …. 이제 우리는 무터 박물관의 전시물 중 상당수가 예술 작품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프랑스 낭만주의 회화의 대가 테오도르 제리코는 절단된 사지를 그렸고, 현대미술가인 키키 스미스는 살가죽이 벗겨진 인체 조각을 만들었고, 네일랜드 플레이크와 데미언 허스트는 의료 기구를 배열해 작품을 만들지 않았던가. …. 원래 의학적인 목적으로 만들어진 무터 박물관이 진귀한 소장품들을 전시하면서 어떻게 과학과 예술의 경계를 멋지게 흐렸는지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다. 이 소장품들 앞에선 예술 작품을 볼 때와 비슷하게 반응하게 된다. 즉 이성을 넘어 감동하게 되는 것이다.” (책 ‘우연한 걸작’, 마이클 키멜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