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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라, 편법으로 얻은 무능 부럽지 않다" 이대생 편지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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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의 ‘비선 실세’로 알려진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의 이화여대 입학 과정과 학점 특혜 의혹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 이화여대 학생이 정유라 씨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글을 대자보로 붙여 화제다.

20일 이화여대 서울 신촌캠퍼스 컴플렉스에 붙어 있는 ‘어디에선가 말을 타고 있을 너에게‘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보면, “나, 어제도 해가 뜨는 것도 모르고 밤을 꼬박 새워 과제를 했다”며 “너는 모르겠지만, 이화에는 이런 내가, 우리가 수두룩하며 이렇게 다들 열심히 해서 이곳에 입학을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 있지 않으면서도 어떻게 인지 출석 점수는 다 받아내는 너는 채플(수업) 때면 대강당 앞 계단이 늦지 않으려는 벗들의 발걸음으로 가득한 걸 알고 있냐”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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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는 또 “누군가는 네가 부모를 잘 만났다고 하는데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부럽지도 않다”며 “정당한 노력을 비웃는 편법과 그에 익숙해짐에 따라 자연스레 얻어진 무능. 그게 어떻게 좋고 부러운 건지 나는 모르겠다”며 정유라 씨를 거세게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글쓴이는 “나는 비록 너보다 학점이 낮을 수도 있겠지만, 너보다 훨씬 당당하며 내 벗들과 함께 (이 사태에) 맞설 수 있어서 기쁘고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앞서, 한겨레 보도와 법무부 국정감사 등에서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가 수준 이하의 리포트를 제출하고도 B학점을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정유라 씨는 지난해 이화여대에 승마 특기생으로 입학했으며 입학과 학점 취득 과정에서 특혜 의혹에 휩싸였다. 사실이 알려지자 이화여대 교수들과 재학생·졸업생들은 연일 진실 규명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다음은 대자보 전문

‘어디에선가 말을 타고 있을 너에게’

나, 어제도 밤샜다. 전공책과 참고도서, 그렇게 세 권을 펼쳐 뒤적이면서. 노트북으로는 프로그램을 돌리고 때로는 계산기를 두들기면서, 해가 뜨는 것도 모르고 밤을 꼬박 새워 과제를 했어.

고학번이어서가 아니야. 새내기 때도 우글 소논문을 쓰느라, 미적 레포트를 쓰느라, 디자인 과제를 하고, 법을 외우느라 나는 수도 없이 많은 밤을 샜지. 아마 너는 모르겠지만, 이화에는 이런 내가, 우리가 수두룩해. (그리고 다들 정말 열심히 해서 이곳에 들어왔지.) 중앙도서관에서 밤을 샐 때, 내 옆자리가 빈 적은 한 번도 없었어.

너는 어제 어디서 뭘 했을까? 국내에 있지 않으면서도 어떻게인지 출석 점수는 다 받아내는 너. 채플 때면 대강당 앞 계단이 늦지 않으려는 벗들의 발걸음으로 가득한 걸. 네가 알고 있을까.

누군가는 네가 부모를 잘 만났다고 하더라. 근데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부럽지도 않아. 정당한 노력을 비웃는 편법과 그에 익숙해짐에 따라 자연스레 얻어진 무능. 그게 어떻게 좋고 부러운건지 나는 모르겠다.

이젠 오히려 고맙다. 네 덕분에 그 동안의 내 노력들이 얼마나 빛나는 것인지, 그 노력이 모이고 쌓인 지금의 내가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 실감이 나. 비록 학점이 너보다 낮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너보다 훨씬 당당해. 너, 그리고 이런 상황을 만든 부당한 사람들에게 그저 굴복하는 게 아니라, 내 벗들과 함께 맞설 수 있어서 더더욱 기쁘고 자랑스러워. 아마 너는 앞으로도 이런 경험은 할 수 없을거라니. 안타깝다.

다시 네개 이런 편지를 쓸 일이 없길 바라. 그럼 이만 줄일게.

2016년 10월, 익명의 화연이가.

우리는 모두에게 공정한 이화를 꿈꾼다. 이화인은 본관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