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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순 회고록'의 진실은 무엇일까? 직접 읽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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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G MEMOIR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송민순 회고록'인 '빙하는 움직인다-비핵화와 통일외교의 현장'을 들어 보이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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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예상못한 베스트셀러.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의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가 최순실과 우병우 민정수석으로 꽉 막혀 있던 정국을 일순 뒤집어 버렸다. 시내 서점에서 송 전 장관의 회고록은 매진된 지 오래.

회고록을 낸 출판사 창비도 이런 상황은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것 같다. '빙하는 움직인다'의 1쇄는 지난 7일 1500부만 발행되어 현재 모두 판매된 상태라고 한다. 외교안보 분야의 책은 조금씩 꾸준히 팔리는 경우가 대부분인데다가 한국의 출판시장은 계속 위축돼 온 상태라 메이저 출판사인 창비에서도 1쇄를 1500부만 찍은 것으로 보인다. (창비 관계자들은 지금쯤 이불을 열심히 발로 차고 있지 않을까 싶다)

허프포스트에서도 뒤늦게 책을 구하려고 시중 서점에 문의했지만 결국 이북(e-book)을 구입하는 걸로 만족해야 했다.

회고록으로 인해 불거진 2007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논란의 핵심은 이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북한의 의견을 물은 후 결의안 기권을 결정했는가? 송 전 장관은 회고록에서 그렇게 주장하고 있고, 이 때문에 새누리당은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전 대표를 '내통', '반역' 등의 표현을 써가면서 비난하고 있는 것.

반면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등은 '북한 의견을 들어보자'는 언급이 나온 18일 회의 이전인 16일 회의에서 이미 '기권'을 하기로 결론이 난 상태였다고 주장한다. [관련기사] '송민순 회고록'에 등장하는 5명의 기억은 영화 '라쇼몽'처럼 제각기 다르다

2007년 11월,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을 두고 무슨 일이 있었나?

송민순 회고록 입장이재정 등 다른 관계자 입장
15일- 안보정책 조정회의에서 정식 논의
- 이재정(통일), 김만복(국정원), 백종천(안보실장)은 기권 주장
- 김장수(국방)은 특별한 의견 X
- 김장수: "나도 찬성했다"
16일- 대통령 주재로 통일, 외교, 국정원, 비서실장, 안보실장 5인 회의
- 결론 못 내
- 노무현: "방금 북한 총리와 오찬했는데 찬성하기 참 그렇네"
- 이재정: 결론 냈다. 대통령도 "이번은 통일부 장관 의견 따르자"
18일- 내 편지를 읽고 대통령이 다시 논의
- 국정원장: 북한 의견 확인하자
- 문재인: "일단 확인해보자"고 결론
- 이재정: '통보'였지 물어본 게 아니다
- 홍익표: 통일부 장관이 "문재인도 찬성해서 언짢아"
- 문재인: "기억이 나지 않아"
20일- 싱가포르에서 북한 반응 쪽지 받고 대통령이 '기권' 결정

위의 표에서도 볼 수 있듯 송 전 장관과 다른 관계자들의 입장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은 바로 2007년 11월 16일의 회의 결과다. 송 전 장관은 결론을 내지 못했다고 하는 반면 이재정 전 장관 등은 그때 이미 결론을 냈다고 말하고 있다.

직접 회고록을 살펴보자. 송 전 장관의 회고록이 그리고 있는 16일 회의의 모습은 이렇다:

...11월 16일 오후 대통령 주재하에 나와 통일부장관, 국정원장, 비서실장, 안보실장 등 5인이 토론했다. 대통령은 다 듣고 나서는 “방금 북한 총리와 송별 오찬을 하고 올라왔는데 바로 북한인권결의안에 찬성하자고 하니 그거 참 그렇네” 하면서, 나와 비서실장을 보면서 우리 입장을 잘 정리해보라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떴다. 우리는 뒤에 남아서 더 격론했지만 결론을 낼 수가 없었다. (송민순, '빙하는 움직인다')

이날 회의가 끝나고 송 전 장관은 만년필로 직접 쓴 호소문을 밤 10시에 대통령 관저로 보낸다. 북한인권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여기에 마음이 동한 듯, 노무현 대통령은 18일 저녁 다시 회의를 열라고 지시한다:

노 대통령은 주무기관인 외교장관이 그토록 찬성하자고 하니 비서실장이 다시 회의를 열어 의논해보라고 지시한 것이다. 저녁 늦게 청와대 서별관에 도착하니 다른 네 사람은 미리 와 있었다. 이구동성으로 왜 이미 결정된 사항을 자꾸 문제 삼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나는 다시, 인권결의안에도 찬성 못하면서 어떻게 북한 핵과 평화체제 수립을 위한 우리의 방안에 협력해달라고 다른 나라들을 설득할 수 있겠느냐면서, 내가 장관 자리에 있는 한 기권할 수 없다고 했다. (송민순, '빙하는 움직인다')

여기까지 읽으면 사실 송 전 장관과 다른 관계자들의 증언에 큰 차이가 있다고 말하기가 어렵다. 각자의 상황에 대한 '인식'에만 차이가 있는 것이다. 유일하게 북한인권결의안에 끝까지 찬성 의견을 보였던 송 전 장관은 계속 자신의 의사를 관철시키기 위해 '결론이 나지 않았다'고 인식한 반면, 통일부 장관 등을 비롯한 다른 회의 참석자들은 '이미 결론이 났다'고 생각하고 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이후의 이야기를 읽어보면 여전히 논란의 여지는 남는다. 18일 회의에서 북한의 의견을 확인하기로 하고 나서 19일 '아세안+3' 정상회담을 위해 송 전 장관이 노 대통령과 함께 싱가포르로 출국한 후다:

11월 20일 저녁 대통령의 숙소에서 연락이 왔다. 방으로 올라가보니 대통령 앞에 백종천 안보실장이 쪽지를 들고 있었다. 그날 오후 북측으로부터 받은 반응이라면서 나에게 읽어보라고 건네주는 것이었다...

...노 대통령은 “그런데 이렇게 물어까지 봤으니 그냥 기권으로 갑시다. 묻지는 말았어야 했는데…… 송 장관, 그렇다고 사표 낼 생각은 하지 마세요”라고 했다. (송민순, '빙하는 움직인다')

북한에 '통보'를 했다고 하면 노 대통령이 굳이 이런 발언을 했을 이유가 없다. 게다가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당사자들이 모두 살아있는 16일, 18일의 회의와는 달리 이 발언은 해외순방 중 대통령의 숙소에서 송 전 장관과 노 대통령 사이에서 있었던 대화로 다른 증언과 대조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당시 결의안과 관련하여 남과 북이 판문점 연락사무소 등의 대화채널을 통해 전통문을 주고 받은 공식 기록이 없다는 보도가 나옴에 따라 이 문제는 앞으로도 진상 규명이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 상황. 이 이슈가 문재인 전 대표의 대선 행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