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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적인 낙태금지법 폐기' 부른 폴란드 '검은 시위'의 뒷이야기(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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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리비프 – 최근, 폴란드 여당 법과정의당은 낙태 전면금지 법안을 폐기했다. 3일 폴란드가 우파로 기우는데 저항하며 생식권에 대한 애도의 의미로 검은 옷을 입은 시위대가 전국에서 항의를 벌인 뒤였다. 전국에서 파업과 평화적 시위가 벌어졌으며, 60개 도시에서 수많은 여성이 참여한 것으로 추정된다.

시위의 영향으로 낙태 전면금지 법안이 폐기되기는 했지만, 폴란드의 전통적 우파와 중도 성향 당 간의 정치적 분열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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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 라젬 당의 고하 아담치크는 시위자들을 모은 온라인 운동을 시작한 여성이다. 그녀는 처음부터 동기는 분명했다고 말한다. 전국의 작은 도시의 소녀들에게 이 나라가 나아가는 방향에 대한 우려를 표현할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한다.

“우리의 메시지가 퍼져가는 방식에서 이 시위는 아주 단순하고 참가하기 쉬웠다.” 아담치크가 월드 포스트에 말했다.

그녀의 온라인 운동에서 비롯된 파업은 페이스북에서 조직되었고 순식간에 바이럴되었다. 10만 명 이상이 참가하겠다고 밝혔다. 관심을 표명한 사람들이 9만 명 정도 더 있었고, 폴란드 여러 도시에서 개별 페이스북 페이지들이 생겼다. 올해 반정부 시위들이 있었음에도, 이 숫자에 폴란드인들은 놀랐다. 대규모 시위 일주일 전에 폴란드 여성들은 여러 소셜 미디어에서 #CzarnyProtest, #BlackProtest 해시태그를 사용해 의사 표현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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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위의 엄청난 규모가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었지만, 올해 폴란드의 반정부 시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올해 최소 3번은 시위가 있었다. EU의 폴란드 정치 개입에 대한 항의, 비민주적으로 정부를 운영하고 있다는 말을 듣는 여권의 통치 방식에 대한 항의 등이었다. 수십 년간 싸우며 지켜왔던 가치들이 빠른 속도로 무너지고 있다고 느끼는 유럽 전역의 진보주의자들의 추세의 일부라 할 수 있다.

텔레그래프의 피터 포스터는 ‘아테네부터 암스테르담까지, 그리고 그 사이 여러 곳이’ 우파로 기우는 데는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있다고 지적한다. ‘가장 길게 지속되고 있는 경제 침체와 2차 대전 이후 최악의 난민 위기의 조합’이 유럽인들을 진보주의에서 멀어지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뉴욕 타임스는 유럽 전역에서 극우 정당들을 포함한 우파 정당들이 상당한 표를 얻고 있으며, 이것은 미국 정치의 양극화와 도널드 트럼프의 부상에도 적용되는 현상이라는 분석이 있다는 기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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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다른 곳들과 마찬가지로, 2015년 선거에서 우파 법과정의당이 승리한 뒤 폴란드에서는 불만이 들끓고 있다. 불과 몇 달 전인 올해 5월에는 수만 명이 거리로 몰려나와 법과정의당이 집권 후 나라를 운영하는 방식에 불만을 표시했다. 일부 시위자들은 폴란드에 독재가 자리 잡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시위의 이유라고 밝혔다.

법과정의당 이전의 여당이었던 중도우파 정당 시민강령의 지도자이자 전 외교부 장관인 그제고슈 스헤티나는 5월에 시위자들에게 “[폴란드인들은] 독재 정치의 악몽이 일어나는 걸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폴란드인들과 EU는 법과정의당의 개헌이 폴란드의 민주주의를 직접적으로 위협한다고 지적했고, 유럽 연합 집행 위원회는 최근의 개헌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이런 수사는 EU 역사상 처음이다.

집행 위원회는 언론 자유에 대한 법 등 수사 대상이 된 법들은 현재의 집권당 아래 정부의 권력을 강화하는 법이라고 보고 있다. 좌파 폴란드인들은 지금 일어서지 않으면 우파 여당이 계속 정치적 독점을 넓혀가서 폴란드가 빠른 속도로 우경화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헝가리가 그런 예로, 헝가리 최대의 좌파 신문이 최근 문을 닫았다.

올해 초, 폴란드 전 대통령 3명이 최근 선출된 정부가 현존하는 규칙을 넘은 ‘권력의 강탈’을 하고 있다는 공개서한을 냈다. 기존 정당들에 대한 믿음은 약해졌을지 몰라도, 폴란드인들은 직접 민주주의를 이용해 권리를 위한 싸움을 하고 있다. 법과정의당이 작년에 집권한 직후인 2015년 12월부터 거의 끊임없이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이번 낙태금지법 반대 시위를 비롯한 폴란드 시위에 대한 매체의 보도는 진보 성향 폴란드인들의 커져가는 불만을 주로 다루지만, 전통적으로 종교 색채가 강한 폴란드에서는 이번 낙태금지법과 현 집권당이 자신들의 가치를 정확히 반영한다, 그래서 이번 법이 발의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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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금지법 발의는 보수 단체 ‘오르도 이우리스’의 제안으로 시작되었는데, 의회에서 발의되기 위해 필요한 서명자 수인 10만이 넘어 발의된 것이었다. 그러나 2011년에도 비슷한 발의가 있었는데, 제 1독회(first reading, 讀會) 때 당시 집권당 시민강령이 거부했다.

‘오르도 이우리스’의 법률 분석가 카리나 발리노비츠는 낙태 관련법이 더 엄격해져야 한다고 믿는 사람 중 하나다.

“우리는 현재 법이 강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현재 태아는 법으로 보호받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과 같은 권리를 얻지 못한다.” 발리노비츠가 월드포스트에 한 말이다.

보수 단체 ‘오르도 이우리스’는 폴란드 법을 가톨릭의 가치에 맞게 고치려는 변호사와 연구자들로 이루어져 있다. 인구의 최소 87%가 가톨릭 신자를 자처하는 폴란드는 이미 유럽에서 가장 가톨릭적인 나라로 꼽힌다. 가톨릭 교회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어 비난받는 우파 정당인 법정의당이 집권하자, 정교 간의 구분이 점점 더 흐릿해지는 것으로 보인다.

월드포스트 인터뷰에서 국제사면기구 폴란드 지부장은 ‘오르도 이우리스’의 제안이 폴란드 사회에 대한 위협이라고 비난했다.

“그 발의안은 굉장히 엄격하다. 우리는 위협을 과대평가하는 게 아니다. 의사들이 조언만 해도 처벌받을 수 있게 된다. 의사들에게 끔찍한 압력을 준다. 그리고 낙태를 하는 여성들이 감옥에 가게 될 수도 있다.” 국제사면기구 폴란드 지부장 드라긴야 나다즈딘의 말이다.

정당에 따라 의견이 나뉘었으며, 발의안이 폐기되기 전에 이뤄진 전국 설문 조사들의 결과는 제각각이었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58%가 낙태 전면금지에 찬성했다고 보도한 반면, 파이낸셜 타임스는 반대 의견이 다수였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러한 민의는 폴란드가 낙태 관련 법을 다뤄온 방식에서 평등하게 반영되지 않은 것 같다. 낙태 전면금지법 발의안은 제 1 독회(讀會)를 통과했지만, 대규모 시위와 파업이 일자 여당이 곧 폐기했다. 동시에 엄격한 현재의 낙태법을 완화하자는 발의안은 즉각 묵살되었다. 일부 폴란드인은 이러한 불균형에 계속 불만을 품고 있다.

“현재의 낙태 규제를 완화하자는 제안은 수십만 명의 서명을 받았는데도 즉시 폐기되었다.” 좌파 라젬 당의 요안나 브로노비카가 분노하며 말한다.

오르도 이우리스가 제안한 법은 단 한 가지 경우에만 낙태를 허용한다. 즉 십대 소녀가 강간을 당했거나 태아가 생존 가능성이 없다 해도 강제로 출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법에 따르면 낙태를 할 수 있는 유일한 경우는 산모의 생명에 직접적인 위험이 있을 때뿐이다. 그러나 ‘직접적인 위험’이 무엇이고 어느 시점에서 누가 결정하느냐를 두고 큰 논쟁이 벌어졌다.

폴란드 의사들은 이 발의안이 법제화되면 낙태를 하기로 한 결정이 적절했다는 증거를 강제로 제출해야 할까 봐 두려워했다. 산부인과 의사 로무알드 뎁스키는 최근 폴란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그렇게 되면 의사들이 감옥에 가지 않으려고 여성이 죽게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폴란드의 젊은 의사 카야 필라친스카 박사 역시 자신과 동료들은 발의안을 보고 분노와 공포를 느꼈다고 월드포스트에 말했다. 발의안은 폐기되었고 다시 등장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폴란드의 우파들은 아직도 낙태를 금지하라고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이번 발의안과 일반적인 정서는 폴란드 사회에 문제가 되고 있다.

많은 폴란드인이 보기에, 이번 낙태 전면금지 법 발의안은 공정하지 못한 권력이 폴란드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또 하나의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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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금지법 반대 시위에 참여했던 앤드류 피터 에들스는 군중은 분노했으나 행동은 얌전했고, 참가자의 수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우리는 몇 명이나 모일까 궁금해했다. 참가자 수를 보고 다들 믿을 수 없어 했다.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부는 오후였고, 사람들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비에 젖었지만 결심이 뚜렷이 드러났다. 시위 후에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로 가득한 카페에서는 유대감이 있었다. 낯선 사람들과 이번 일에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이야기를 나눴다.”

시위에 참여한 바르샤바 주민인 18세의 올가 올셰브스카는 이 경험에서 힘을 얻었다.

“전부 아주 힘이 되는 경험이었다. 모두 검은 옷을 입은 수천 명의 사람이 노래하고 소리를 질렀다. 솔직히 나는 말로 표현할 수도 없다. 여기 여성들은 정말 강력하고, 정부가 생각했던 것처럼 고분고분하지 않다고 나는 생각한다.”

검은 시위는 격분한 폴란드인들이 직접 발 벗고 나선 사례였지만, 발의안이 폐기되는 승리를 거두었음에도 폴란드의 미래에 대해 힘과 낙관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혹시 있을지 모를 반발을 피하고자 익명을 요구한 바르샤바의 일부 여성들은 월드포스트에 폴란드가 암흑기로 돌아가는 걸 보고 있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지도자들에게 완전히 배신당한 기분이며, 이제 유일하게 남은 직접 민주주의인 ‘집단 시위’에 의지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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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의 글은 The Huffington Post US에서 소개한 기사를 한국어로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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