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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공격 능력 가지면 김정은 죽는다?' 조선일보는 영어 공부를 좀 더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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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JONG UN
In this May 10, 2016, photo, North Korea's leader Kim Jong Un watches a parade from a balcony at the Kim Il Sung Square in Pyongyang. The U.S. imposed sanctions Wednesday, July 6, 2016, on North Korean leader Kim Jong Un and 10 other top officials for human rights abuses in an escalation of Washington's effort to isolate the authoritarian government. (AP Photo/Wong Maye-E) | ASSOCIATED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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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에서 동아시아를 관할하는 최상위의 외교관인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다. 당연히 그가 북한에 대해 하는 발언에는 큰 무게가 실린다.

그런 그가 12일(현지시간) '김정은이 핵 공격 능력을 갖게 되면 곧바로 죽는다'고 경고했다. 한국의 몇몇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렇다.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12일(현지 시각) "김정은이 핵 공격을 감행할 만큼 진전된 능력을 보유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 곧바로 죽는다(and then immediately die)'"고 말했다. (조선일보 10월 14일)

chosun ilbo
조선일보의 14일 오전 홈페이지 캡쳐. 김정은의 비장한 표정과 헤드라인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다른 언론의 보도 내용도 대동소이했다:

러셀 차관보는 워싱턴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 김정은이 핵 공격 능력을 보유할 수는 있겠지만 곧바로 죽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YTN 10월 14일)

어라, 그런데 다섯 차례에 걸친 핵 실험으로 북한은 이미 핵 공격 능력을 갖고 있지 않은가? 작년 초부터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은 여러 차례 제기됐다. 혹시 미국이 이미 네이비실 특수부대를 북한에 몰래 투입했나?

미 국무부 내에서 한반도 문제를 포함해 동아태 정책을 총괄하는 책임자가 김정은을 겨냥해 '죽는다'고 초강경 경고를 하고 나선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조선일보 10월 14일)

맞다. 정말 이례적인 일이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이게 얼마나 이례적인 일인지는 잘 몰랐던 것 같다. 이 정도로 이례적이라면 나는 나의 해석이 옳은 것인지를 다시 생각해볼 것 같다.

조선일보가 인용한 AP의 기사 원문은 이렇다:

He argued that the nuclear program has only diminished the security of North Korea and its dictatorial leader Kim Jong Un and hurt its diplomatic and economic standing.

"Put yourself in Kim Jong Un's place. That is not a good place to be. Perhaps he's got an enhanced capacity to conduct a nuclear attack and then immediately die. But that can't be plan A," Russel said. (AP통신 10월 12일)

굵은 글씨로 처리한 문장이 바로 문제의 표현. 이 문장의 해석으로 바로 나아가기에 앞서 이 문장의 맥락을 살펴야 한다.

러셀은 북한이 자국의 핵 개발이 자국의 안보를 위해서라고 주장하지만 그게 잘못된 생각이라고 말한다. 그는 북한의 핵 개발은 북한과 김정은의 안보를 저해시키기만 했으며 외교적, 경제적 지위에 피해를 입혔다고 주장한다.

"김정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라. 별로 좋은 상황이 아니다. 핵 공격을 감행할 수 있는 능력이 강화됐을 수도 있지만 (핵 공격을 하면) 곧바로 죽을 것이다. 그건 플랜A가 될 수 없다."

사소한 차이 같아 보이겠지만 그 함의는 완전히 다르다. 북한이 핵 공격을 감행할 경우 미국(과 유엔군)의 강력한 반격을 받아 김정은 정권이 목숨을 부지하지 못하리라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러셀은 이 당연한 이야기를 하면서 결론적으로 '북한의 핵 개발은 정권 안보에도 도움이 안 된다'는 주장을 하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를 '북한이 핵 공격 능력을 갖게 되면 죽는다'로 해석하게 되면, 미국 국무부의 동아시아 담당 최고위 외교관이 갑자기 전경련의 지원을 받아 광화문 네거리에서 김정은 인형을 갖고 불장난을 하는 어버이연합의 일원으로 변신하게 된다.

너무 '이례적'이지 않나? 물론이다. 엉뚱하게 해석해서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