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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공천개입' 친박 3인을 모조리 무혐의 처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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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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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12일 새누리당 공천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로 고발된 최경환·윤상현 의원,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을 모두 무혐의 처분하며 판단 근거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검찰은 "발언의 구체성이 떨어져 처벌에 이르기 어렵다"고 설명했지만 한편으로는 친박 실세 정치인들에 대한 '짜맞추기' 수사로 면죄부를 준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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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을 ‘누나’라고 부르는 남자로 알려져 있는 윤상현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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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총선에서 ‘진박 감별사’로 맹활약했던 최경환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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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에게 호통을 치는가 하면 김종인의 대통령 생일 축하 난을 마음대로 세 번이나 거부한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

이번 사건은 4·13 총선을 앞둔 올 1월 말 같은 당 김성회 전 의원이 친박계 실세로 꼽히는 윤 의원과 최 의원, 현 전 수석과 차례로 나눈 전화통화가 발단이 됐다.

녹취록에는 김 전 의원이 '친박계 맏형' 서청원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화성갑의 예비후보로 등록하려하자 세 사람이 다른 지역구에 출마하라고 회유·압박하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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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록 당사자 김성회 전 의원

공직선거법은 당내 경선 후보자를 폭행·협박·유인한 자에 대해 5년 이하 징역형이나 1천만원 이하 벌금형에, 재산상 이익이나 공사(公私)의 직을 제공하겠다는 의사 표시 행위에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한다.

우선 검찰 수사의 쟁점은 윤 의원이 김 전 의원을 협박 또는 겁박했는지 여부였다.

앞서 보도된 녹취록을 보면 윤 의원은 김 전 의원에게 "까불면 안된다니까", "내가 별의별 것 다 갖고 있다니까, 형에 대해서" 등의 발언을 했다.

'하라는대로 하지 않으면 비리를 폭로하겠다'는 식의 협박으로 볼 여지가 있는 대목이다. 김 전 의원도 당시 윤 의원에게 "이거 너무 심한 겁박을 하는 거 아니냐"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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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검찰은 윤 의원의 발언이 협박으로 볼 정도로 구체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다. 협박죄가 성립하려면 어떤 식으로 '해코지'를 하겠다는 구체적인 '해악의 표시'가 있어야 하는데 녹취록 발언만 보면 그렇게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두 사람 간 '친분', 김 전 회장이 검찰 조사에서 "협박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 진술 등도 고려했다.

검찰 관계자는 "해당 발언만 떼어놓으면 겁박으로 보이지만 전체적인 맥락에서 보면 윤 의원이 김 전 의원을 걱정하는 취지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윤 의원과 최 의원이 김 전 의원에게 사실상 공천을 약속했다는 의혹도 '발언의 구체성'이 처벌 여부를 가늠하는 잣대가 됐다.

윤 의원은 당시 김 전 의원에게 "내가 ○○지역은 당연히 보장하지"라고 회유했다. 김 전 의원이 "경선하라고 할텐데"라며 의구심을 보이자 "경선하라고 해도 우리가 다 만들지. 친박 브랜드로"라며 재차 안심시키는 대목이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사실상의 '공천 약속'으로 해석했다.

최 의원도 비슷한 시기 김 전 의원과의 통화에서 '특정 지역구 공천을 보장해달라'는 요구에 "그건 보장하겠다는 거 아니냐. 그렇게 하면(지역구를 옮기면) 우리가 도와드릴게"라며 비슷한 취지의 얘기를 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전체적인 대화 내용을 살펴볼 때 단지 '도와주겠다'는 뜻을 전달했을 뿐 대가를 약속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두 의원이 후보자들의 공천 과정을 총괄하는 공천심사위원회에 소속되지 않았다는 점도 근거로 삼았다.

검찰은 청와대에 있을 당시 김 전 의원에게 같은 요구를 해 직권남용 의혹이 제기된 현 전 수석도 "지역구 출마와 관련해 단순히 대화로 해결하라는 권고를 직무상 부당한 행위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무혐의로 종결했다.

하지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이 법 조항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해석해 '친박 3인방'에 사실상 '면죄부'를 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은 이들의 발언이 '한 지역구를 두고 같은 당 후보자끼리 경쟁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언'이라고 결론냈지만 이들의 당내 영향력과 당시 대화 분위기 등을 감안할 때 단순 조언이나 권고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당사자가 직접 '겁박', 특정 지역구 공천 '보장'이라는 표현을 썼는데도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해당 법 조항으로 누구도 처벌하지 못할 것"이라며 "이번 검찰 수사는 공천 개입과 관련해 아주 안 좋은 선례를 남겼다"고 짚었다.

검찰이 최 의원과 현 전 수석에 대해 대면 조사 없이 사건을 종결한 것도 뒷말이 나온다.

검찰은 지난달 김 전 의원을 참고인 신분으로, 윤 의원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각각 불러 조사했으나 최 의원과 현 전 수석은 서면조사로 진술을 대체했다.

심지어 고발 수사의 첫 단계인 고발인 조사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수사 의지를 의심하는 목소리도 있다.

고발인 가운데 하나인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검찰이 애초 고발인 조사는 생략하고 자료 추가 제출 요구만 해와 봐주기 수사를 하려는 게 아닌지 강한 의심이 들었다"며 "결국 우려가 현실이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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