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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에 트럼프의 발언을 옹호하는 대자보가 붙었는데, 매우 의미심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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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2005년 음담패설을 주고받은 녹음 파일이 공개됐다. 트럼프는 당시 '액세스 할리우드' 진행자였던 빌 부시에게 자신은 처음 만난 여성들에게 키스한다며 "나는 기다리지도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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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할 수 있다. X지를 움켜쥐고 어떤 것이든 할 수 있다."

이것이 당시 트럼프가 한 말이다. 이에 여성들은 그의 발언에 강하게 대응하며 자신이 당했던 성폭력의 경험을 트위터에 공유하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2차 대선 토론에서 그것이 성폭력인지 인지하지조차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고려대학교에는 이런 트럼프의 음담패설을 '성폭력'으로 호도하지 말라는 내용의 대자보가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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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자보의 제목은 "사적 자리에서 한 농담을 성폭력으로 호도 말라"이고, 부제는 "트럼프에 대한 인권유린을 멈춰 달라"이다.

아래는 대자보 첫 장의 일부 내용이다.

"별것도 아닌 발언 가지고 죄다 성폭력이라고 구정하는 일부 불편러들의 발언은 어이가 없다. "

"친한 남자들끼리 이런 말 할 수도 있지 않은가. 남자들은 모두 이런 말을 한다. 그런데 이런 말조차 하지 말라는 것은 지나친 사적 영역에 대한 침해이다. 과연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맞는지조차 의심스럽다."

"이게 무슨 성희롱이고 여성혐오인가. 그냥 사적 장난에 불과하지 않나. 다음의 발언이 무슨 기분이 나쁠 껀덕지라도 있는가. ... 이제는 예쁜 여자를 보고 예쁘다고 이야기할 수도 없는가. ... 성폭력을 운운하면서 기본권 중의 핵심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려는 불편러들의 발언은 참으로 허망하고 어리석은 오지랖이라고 할 수 있다."

"시도도 하지 않았는데 무슨 성폭력인가. 누구나 한 번씩은 이런 말장난으로 할 수 있지 않는가."

불과 얼마 전, 고려대학교 학생들 사이에서 '단톡방 성폭력' 사건이 일어나 사회적인 문제로 불거졌던 것을 떠올려 보면 의외의 내용이 담긴 대자보라고 볼 수 있다.

대자보의 두 번째 장에는 세 글자가 강조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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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링.

그리고 이어지는 대자보의 내용이다.

"고대 카톡방 사건에 비교해봐도 트럼프의 섹드립은 매우 약한 수위이다. 카톡방 사건에서 드러났던 발언과 한 번 비교해보자. 새내기를 대상으로 "아 진짜 새따(새내기 따먹기)는 해야 되는데" 정도 말이라도 했는가. 트럼프가 Pussy라는 단어를 썼다고 뭐라 하는데, "Most Vozy Person?", 보픈했냐? 등의 말이라도 했나. 저 정도 음담패설도 못 받아주는 게 과연 민주주의 국가인가. 미국은 더 이상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다. 대한민국에서는 다 받아줄 수 있다."

"우리 고려대학교에서는 트럼프보다 심한 말을 1여년 넘게 한 사람에게 정학 5개월밖에 주지 않았다. 이는 휴학을 1학기만 하면 큰 불편을 겪지 않고도 해결될 일이다. 사회생활을 많이 해 보신 어른들이 그 사실을 알았던 것이다. 남자들은 다 이런 말을 하고, 이런 것 따위가 범죄가 될 수 없으며, 징계 대상으로서도 미약하다는 사실을."

"트럼프여, ... 자유대한으로 오라. 우리는 당신을 위대한, 남자다운 대통령으로 모실 수 있다. 남자로서 할 수도 있는 그런 농담 다 받아줄 수 있다."

트럼프를 옹호하는 내용이 전혀 아니었다.

이 대자보 아래에는 "경제학과-정경포효반 공동학생회 대자보전"이라고 적혀 있다. 이들은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내용으로 쓴 대자보를 통해 트럼프의 '여성 혐오'와 고려대 단톡방 사건으로 인해 수면으로 떠오른 한국의 '성폭력 문화'가 잘못됐다는 것, 그리고 가해자들에 대한 징계 수위가 매우 낮았다는 것을 동시에 꼬집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고려대학교 후문 게시판에는 '동기, 선배, 새내기를 대상으로 한 광범위한 카카오톡방 언어성폭력 사건을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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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자보에 따르면 이들은 언어로 새내기와 동기들을 성희롱하고 성적 대상화했으며, 성폭행 가능성을 암시하는 이야기와 여성혐오적인 발언을 나누기도 했다. 그리고 이 사건의 가해자들은 '5개월 정학 처분'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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