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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은 '문빠' '안빠' 가지고는 정권을 교체할 수 없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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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HN HEE JUNG
안희정 충남지사가 4일 충남도청에서 청양 강정리 마을 주민들과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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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충남지사. 월간중앙이 도올 김용옥과 함께 기획한 차기 대선주자 릴레이 인터뷰의 첫 번째 대상이다.

공교롭게도 둘은 사실 사제지간. 안 지사가 83년 고려대 철학과에 입학했을 때 도올은 그 학과의 교수였다. 그래서 안그래도 도올의 잡설이 많아 밀도가 떨어지는 인터뷰(김종인 의원과 인터뷰가 그랬다)가 거의 골다공증이 걱정될 정도로 부실해졌다. (인터뷰의 첫 질문은 "내 강의 학점을 딴 적이 있나?"다)

그럼에도 안희정이라는 이름의 원석은 빛난다. '혁명아' 안희정의 옛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저는 열여섯 살 때 이미 학교를 때려치우고 트로츠키, 레닌처럼 혁명을 해야겠다고 서클을 차린 혁명아였어요. 고등학교도 두 번이나 잘리고, 검정고시 어렵게 봐서 대학에 들어갔는데 대학도 네 번이나 잘리고, 두 번 징역을 갔어요. 온 청춘을 혁명에 바쳤어요." (중앙일보 10월 12일)

감옥을 나온 혁명아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혁명 그 자체의 종료'였다. 국내에서는 민정당(노태우), 민주당(김영삼), 공화당(김종필)의 3당 합당이 이루어졌고 국외에서는 베를린 장벽이, 소련이 무너졌다. 혁명아는 삶의 의미를 잃었다.

"도대체 혁명이 뭐냐 하고 생각해 보니까, 그냥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자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정의가 뭐냐 하고 또 고민해 보니까 사람으로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일 뿐이라는 단순한 결론에 도달케 되더라고요. (중략) 그래서 정신을 차리고 1994년에 철학과 졸업장을 획득하고 노무현과 지방자치실무연구소를 꾸리게 되었죠." (중앙일보 10월 12일)

명실공히 현재 야권 대선 주자 중 선두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 나올 수 없다. 안 지사는 이제 '문빠'니 '안빠'니 하는 열광적 지지자들의 결집으로 대선을 이길 수 없다고 말한다. "세대교체 아닌 시대교체야말로 저에게 주어진 사명"이라고 안 지사는 덧붙였다.

그 대신 안희정은 정치가, 직업정치인이 '신뢰'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 국민이 근원적으로 정치인들을 불신하는데, 그들이 헌법을 개정한다고 해서 더 나은 사회가 도래하리라는 보장이 있겠습니까? (중략) 모든 직업 영역은 국민의 그 직업에 대한 신뢰도만큼만 발전합니다. 정치도 하나의 직업입니다. 그런데 신뢰도가 너무도 빈약합니다.

경제민주화? 지방자치 분권? 농촌 살리기 문제? 중대선거구 개편? 이런 의제들이 모두 국가체제 전체에 대한 비전과 유기적 관련 속에서 해결돼야 합니다. (중앙일보 10월 12일)

안희정이라는 인물에 대한 기대감을 자극하는 인터뷰였긴 했지만 인터뷰이 못지 않게 많은 말을 (그것도 별 영양가 없는) 하는 인터뷰어 때문에 밀도는 많이 부족해 아쉽다. 인터뷰 전반을 수놓는 도올의 장광설 중 그나마 귀 담아 들을 만한 부분은 아마 인터뷰 말미의 조언이 아닐까:

"누가 자네 보고 ‘진지빤쓰’라고 말하더라. 진지한 것도 좋지만 유머 감각을 더 배우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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