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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자총협회 회장도 '미르 강제모금'에 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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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 FOUNDATION
재단법인 미르 김형수 이사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2015년 10월 27일 서울 강남구 학동로에 위치한 '재단법인 미르 출범식'에서 현판 제막식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전경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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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이 지난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예위) 회의에 참석해 정부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를 동원해 대기업에 미르재단 설립 기금을 강제 모금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하며 “기가 막힌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겨레가 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입수한 지난해 11월6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문예위 위원인 박 회장은 이 회의에서 “(정부가) 이미 재단법인 ‘미르’라는 것을 만들고 전경련을 통해 대기업들의 발목을 비틀어서 이미 450억~460억을 내는 것으로 해서 굴러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포스코 사외이사이기도 한 박 회장은 같은 날 열린 포스코 이사회에서 미르재단에 30억원을 출연하기로 결정했다는 사실을 다른 위원들에게 전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당시 “(포스코 쪽이) 리커창 중국 총리가 한·중·일 정상회담 때문에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중 간에 문화예술교류를 활성화시키자는 얘기가 오갔고, 이를 서포트(뒷받침)하는 수단으로 이것(미르재단)을 만들었다고 설명하면서, (포스코 쪽에서) 이사회의 추인만 원하는 것이지 이사회에서 부결을 하면 안 된다고 해서 부결도 못 하고 왔다”고 말했다.

수십억원에 이르는 거액을 출연하면서도 정부의 일방적인 뜻에 따라 이사회가 ‘거수기’ 역할만 한 데 대한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박 회장은 정부가 국제문화교류 사업을 내세우면서 그동안 문예진흥기금을 운영해온 문예위에 맡기지 않고 또다른 재단을 만드는 데 대한 비효율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문예위)한테 맡겨주면 추가로 아무런 비용이 안 들고, 소위 간접비용의 손실 없이 고스란히 국제문화예술교류 사업에 쓸 수 있을 텐데 괜히 간접비용이 엄청 들어갈 것 같다”며 “문예위 입장에서는 이런 식으로 일을 하는 것에 대한 시비를 한번 걸어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의 이런 지적에 대해 박명진 문예위원장도 “‘메세나가 있는데 이것을 왜 따로 만들어야 하나’ 이렇게 생각을 했다”고 동의하며, “문화체육관광부에 문의해서 다음 회의에 답을 드리도록 하겠다”고 상황을 정리했다. 하지만 박 회장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후속 논의는 따로 없었다”고 말했다.

도종환 의원은 “박 회장의 발언은 그동안 미르재단에 대한 무리한 모금을 둘러싸고 재계에서 쌓인 불만과 피로감을 확연히 보여준다. 게다가 국제문화교류 사업은 문예진흥기금 등을 통해 충분히 할 수 있는데 굳이 재단을 따로 만든 것은 문화정책의 일관성 차원에서도 맞지 않는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퇴임 후 활동을 염두에 두고 박 대통령의 측근들이 관여해 미르재단을 만들었다는 세간의 의혹을 방증하는 게 아니겠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