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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 재단 사무실을 계약한 사람은 차은택의 후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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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3월의 차은택 감독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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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 재단’의 사무실을 빌리며 계약을 맺은 이는 차은택(47) 광고감독의 가까운 후배인 것으로 드러났다. 차 감독은 하는 행사마다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해 ‘문화계의 황태자’로 불리고 있으며, 박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꼽히는 최순실(60)씨와도 각별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최순실씨가 케이(K)스포츠 재단 이사장에 자신이 다니던 스포츠마사지센터 원장을 앉힌 데 이어, 차 감독이 미르 재단에 개입한 게 분명해짐에 따라 청와대의 해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가 5일 단독 입수한 미르 재단의 서울 논현동 사무실 임대차 계약서를 보면, 계약시점은 2015년 10월24일이고 임차인은 김아무개(43)씨로 기재돼 있다.

김씨는 광고업계의 그래픽디자이너로 차 감독과 오랫동안 광고 제작을 함께 해왔으며 평소 ‘형 동생’ 할 정도로 가까운 관계라고 주변 사람들이 전했다. 김씨는 미르 재단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만큼 차 감독의 부탁을 받고 사무실을 구한 것으로 보인다.

임대차 계약기간은 2017년 10월까지 2년이며, 보증금 1억5천만원에 월 임대료가 600만원이다. 계약금 3천만원은 계약을 맺은 10월24일 현장에서 지급한 것으로 돼 있다. 차 감독은 그동안 “미르 재단에 관여한 적이 없다”고 밝혀온 만큼 3천만원은 어디에서 나왔는지 해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계약서를 뜯어보면 미르 재단 설립 과정이 얼마나 다급하게 진행됐는지 나타난다. 계약서의 특약사항 12항에는 사무실 인테리어 공사를 위해 “2015년 10월25일부터 10월27일까지 임대차 무상 유보기간을 제공한다”고 나와 있다.

임차인이 이틀 만에 인테리어 공사를 마치겠다고 약정한 것이다. 실제로 임대차 계약 다음날인 25일은 일요일인데도 전국경제인연합회가 18개 그룹에 긴급 연락을 띄웠고 다음날인 26일 기업 임직원 50여명은 팔래스 호텔로 허겁지겁 모여 4시간 동안 가짜 서류에 도장을 찍느라 분주했다.

26일 같은 시각 문화체육관광부의 담당공무원은 세종시에서 케이티엑스(KTX)를 타고 서울로 올라와 재단 서류를 접수하는 ‘출장 서비스’를 제공했다. 미르 재단은 27일 재단 등록을 마친 뒤 오후에는 현판식까지 치렀다.

그 사이에 사무실 인테리어 공사가 완료됐다. 전경련과 문체부가 총동원돼 군사작전처럼 치러진 재단 설립 과정이 ‘자연인’ 차은택씨의 사무실 임대 계약서대로 진행된 것이다.

<한겨레>는 차 감독에게 여러차례 전화를 걸었으나 해외에 나가 있다는 로밍신호만 들려올 뿐 전화를 받지 않았다. 전경련의 해명을 듣기 위해 담당인 이용우 사회본부장에게 수차례 전화와 문자를 보냈으나 응답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