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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노벨상 수상자가 세포의 자가 포식을 발견한 그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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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연구가 과학의 패러다임을 바꿔 놓는가? 약 40년에 걸친 효모 연구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일본 도쿄공업대의 오스미 요시노리(大隅良典·71) 영예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일단 오스미 교수가 이번에 위대한 업적으로 인정받은 '자가포식 현상'을 발견하게 된 계기는 매우 흥미롭다.

1988년 도쿄대 조교수로 임용, 드디어 독립적인 연구자로서 첫발을 뗀 오스미 영예교수는 당시 세포 내에서 '액포'(液胞)라는 소기관을 현미경으로 관찰하다가 본 적이 없는 작은 알갱이가 생겨나 격렬하게 춤추듯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뭔가 중요한 것이 아닐까'하는 호기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그는 이날 몇 시간이고 현미경을 들여다봤는데 이것이 '오토파지'(autophagy·자가포식) 현상을 세계 최초로 관찰한 순간이었다고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전했다.-연합뉴스(10월 4일)

이 단계에서 그는 이 현상이 의학계의 패러다임을 뒤흔 들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는 노벨상 수상 소식을 듣고 이렇게 얘기했다.

"당시는 오토파지가 사람의 수명이나 암과 관련됐을 것이라고 확신하지 못했다"-오스미 요시노리/연합뉴스(10월 4일)

그러나 그는 이 '오토파지' 현상이 '중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파헤치기 시작했다. 그는 이 자가 포식을 못하는 돌연변이 효모를 찾아 현미경을 들여다보며 5년 여의 세월을 보냈다.

오토파지는 영양분이 없는 상태에서 효모가 필요 없는 소기관(미토콘드리아 등)을 제거해서 이걸 영양분으로 바꿔 흡수하는 과정이다. 좀 더 복잡하게는 세포 속에서 주머니 형태의 소기관을 꺼내 세포질 일부를 둘러싸고 여기에 리소좀이나 액포가 융합해 내용물을 분해해 이때 발생한 아미노산을 영양으로 재이용하는 현상이다

오스미 영예교수는 세포 내 쓰레기통으로 여겨져 주목받지 않았던 액포의 모습을 자세히 파악하기 위해 효모를 활용했다. 미국에서 들여온 효모를 3시간 동안 영양 부족 상태에 놓아둔 후 관찰해 오토파지 현상을 확인했다.

오스미 영예교수는 효모의 유전자에 무작위로 상처를 내 돌연변이를 일으킨 효모 약 5천 종을 만들어 그중에서 오토파지가 불가능한 효모 1개를 찾아냈다.

다른 효모는 기아 상태에서도 1주일 정도 생존하지만 오토파지가 불가능한 효모는 5일 만에 죽었으며 오스미 영예교수는 이를 분석해 그간 기능이 알려지지 않았던 유전자의 하나가 파괴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

연구는 약 3만8천 종의 돌연변이 효모를 검사하는 긴 작업으로 이어졌다.

그 결과 15종의 유전자가 관여한다는 것을 밝혀내 1993년에 논문을 발표했다.-연합뉴스(10월 4일)

그러나 대체 효모가 인체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허프US에 따르면 오스미 교수의 1993년 논문은 인체의 세포들이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매우 중요한 단초'를 제공했다.

허프US는 오스미 교수가 '제과에 사용하는 효모'에서 발견한 자가 포식 현상에 대한 연구는 이후 인체의 세포에서 생성되는 필수적인 노폐물(미토콘드리아 등)이 처리되는 과정을 밝혀내는 실마리를 제시했다고 전했다. 노벨 프라이즈의 홈페이지 역시 그의 연구가 가지는 의의를 아래와 같이 요약했다.

"그의 연구는 세포가 세포 내용물을 어떤 방식으로 재활용하는지를 이해하는 데 대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습니다. 그의 발견으로 인해 생리적인 과정에서 세포가 기아에 적응하는 방식, 감염에 대응하는 방식 등이 자가 포식이라는 기초적인 원리로 인해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노벨 위원회 홈페이지(10월 4일)

오스미 교수가 밝혀낸 '자가 포식'의 생리학적 의미를 좀 더 쉽게 풀자면 아래와 같다.

인체는 60조개의 세포로 구성된다. 세포 속엔 기아나 세균감염 등 각종 스트레스나 신진대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손상되거나 변형된 단백질 덩어리나 미토콘드리아가 만들어진다. 일종의 쓰레기나 노폐물들이다. 이들을 내버려두면 암이나 치매 등 질병이 유발되며 세포의 죽음을 가져온다. 세포는 스스로 이들 변형 단백질이나 미토콘드리아를 없애는 기능을 갖고 있다는 것이 오스미 교수를 통해 규명된 것이다.-메디컬투데이/홍혜걸(10월 4일)

제빵에서 사용하는 이스트(가장 관찰하기 쉬운 진핵 단세포 중 하나)를 관찰하다가 발견한 '액포의 특이한 활동'이 인간의 세포에서 일어나는 가장 기초적인 생리작용을 규명하는 데까지 연결된 것.

"'이게 뭐지'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게 이 세상에 매우 많다. 그런 것을 중요하게 여기길 바란다."-오스미 요시노리/연합뉴스(10월 4일)

"기초연구는 이렇게 (방향이) 전환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오스미 요시노리/연합뉴스(10월 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오스미 교수는 수상 발표가 있던 날까지 노벨상을 탈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던 것으로 보인다.

오스미 교수의 부인 마리코(万里子·71)씨는 "남편은 상에 큰 욕심이 없는 사람"이라며 수상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자택에서 인터넷 중계를 보고 있었다는 마리코 씨는 오스미 교수가 사람 앞에 나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상에도 관심이 없다고 전했다.

노벨상에 대해서도 "신문에서 화제가 된 것을 보고선 오늘 발표 예정이라는 얘기를 했을 정도"라고 덧붙였다.-연합뉴스(10월 4일)

이로써 일본은 2012년 줄기세포 연구를 인정받은 야마나카 신야, 2015년 기생충 감염 연구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오오무라 사토시에 이어 2010년도 이후 생리의학 분야에서 세 번째, 1987년 항체 생성의 유전적 원리를 발견한 도네가와 스스무를 합쳐 역대 네 번째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이번 생리의학상은 일본의 25번 째 노벨상으로 그 가운데 22명이 과학분야에서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