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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회사들이 동독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던 임상실험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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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CAL EXPERIMENT
RunPhoto via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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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에 영향력 있는 독일 잡지 슈피겔은 냉전 시대에 동독에서 서구 제약 회사들이 했던 임상 실험들에 대한 폭로 기사를 냈다. 스위스, 미국, 서독 등의 주요 제약 회사들이 900번 정도 실험을 하며, 최소 5만 명이 실험 대상이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실험 장소는 총 50곳의 병원들이었으며, 동 베를린의 명망있는 샤리테도 그 중 하나였다.

동독인들의 가장 큰 동기는 돈이었다. 그들은 무너져 가는 의료 시스템 때문에 외화가 절실히 필요했다. 제약 회사들 입장으로는 동독에서 실험 대상자를 구하는 게 훨씬 더 효율적이었고, 연구 한 번 당 독일인들에게 최고 80만 서독 마르크까지 지급했다.

이런 계약을 성사시킨 기관은? 수십만 명의 유급 직원과 수십만 명의 정보원을 거느린 동독의 악명 높은 비밀 경찰 슈타지였다.

약품 시험에 대한 슈피겔의 시리즈는 여러 획기적 생명 윤리 사건들과 비슷한 언어와 주제를 담고 있었다. 이번 폭로는 이를 동독인들을 인간 기니피그로 압제한 스캔들 사건으로 묘사했다. 제대로 보고되지 않은 죽음과 부상, 저체중으로 태어난 아기와 우울증 환자, 제대로 정보를 주지 않은 합의, 간간히 반대가 일었음에도 대부분 협조하고 싶어 안달이 난 강력한 제약 회사와 의사들이 등장했다.

과거 피험자들, 후회하는 의사들의 인터뷰까지 포함된 이 연구는 미 공중 위생국이 터스키기에서 시행한 매독 실험[주: 매독을 치료하지 않고 내버려두면 어떻게 되는지 알기 위해 앨라배마 흑인들을 속이고 진행한 실험], 과테말라 성병 실험[주: 존스홉킨스대 병원이 1945~1956년 과테말라에서 774명을 성병에 걸리게 했다], 미국과 영국의 인간에 대한 방사선, 생물학, 화학 전쟁 실험 등을 떠올리게 한다. 슈피겔의 시리즈는 독일의 저명한 의학 역사가 폴커 헤스가 연구 기록을 살피면 정의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란 희망적인 결론을 내렸다.

헤스와 동료 두 명은 최근 ‘테스텐 임 오스텐’, 즉 ‘동쪽에서 실험’이라는 독일어로 된 방대한 검토 자료를 냈다. 그들은 이 실험들은 슈피겔이 예상했던 스캔들과는 거리가 멀며, 동독 실험들은 대부분 용납 가능한 의료 윤리 기준(특히 당시 관습으로는) 하에 진행되었다고 결론내렸다. 합의 절차가 서구에서만큼 철저하지 않았을 수 있다, 일부 경우에는 플라시보 통제와 비교군의 타당성에 있어 심각한 의문이 있다고 인정하긴 했지만, 당시 서독에서의 관행과 극적으로 다르지는 않았다고 이들은 말한다.

독일의 다른 역사가들 및 윤리학자들도 자료를 검토하고 결과를 발표했다. 전체주의 체재에서의 의료 윤리 기준과 관행의 기능에 대해 강렬한 질문을 제기하는 사건이지만, 이 드라마틱한 사건은 생명 윤리 학계에서는 거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확연하고 극단적인 예외인 나치 수용소 실험과 소련 정신 의학의 폐단을 제외하고는 이런 질문들은 거의 연구 대상이 되지 못한다. 사회주의 시기의 중부 및 동유럽의 의료 윤리는 학자들 사이에서 완전하다시피한 무지의 대상이다.

앞으로 여러 해에 걸쳐 헤스 등의 결론이 타당한지 검토해 보려 하는 다른 학자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끌어낼 수 있는 교훈 한 가지는 전체주의 정권에서의 의료 윤리에 대한 기대치는 비판적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정반대되는 이러한 결과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 일반적인 설명이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동독은 세계의사협회 회원국이 아니었으므로 냉정하게 말하면 헬싱키 선언을 지킬 의무가 없었는데도, 헬싱키 선언을 위반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서구 기업들은 자신들의 지적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헬싱키 선언에 준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싶어할 좋은 이유가 있었지만, 세계의 다른 곳에서는 헬싱키 선언을 자주 어기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동독에서는 요구 사항을 준수했다. 왜 그랬을까?

당시의 동독 등 사회주의 국가들의 의료 윤리의 독특한 조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문화사, 법, 사회과학, 철저한 문서 연구가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힘든 작업이지만, 문제가 많았던 지역에서 세계 어디와도 다른 조건 하에서의 윤리 이론, 기준, 관행의 발달, 해석, 적용을 평가할 드문 기회가 발견되곤 한다. 그리고 그 결과를 우리의 시공간과 비교할 때 큰 이해를 얻을 수 있다.

* 이 글은 허핑턴포스트 US에 게재된 글을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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