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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가 필요한 당신에게, 짧지만 깊이 있는 성인용 그림책 3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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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tvN의 예능 '삼시세끼'가 또 한 번의 시즌을 마쳤다. 자극적인 예능이 넘쳐나는 시대에 조용한 농촌의 이야기는 그 존재만으로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었다. 밥을 해 먹고 농사를 지을 뿐인 이야기가 사랑을 받은 이유는 아마 많은 사람들에게 이런 잔잔한 위안이 필요했다는 증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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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시세끼’처럼 사람들에게 작은 위로를 주는 몇 권의 그림책을 소개한다. 읽기 편한 짧은 글들은 마음을 울리고, 예쁘고 귀여운 일러스트까지 함께 해주니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다. 읽기에는 오래 걸리지 않지만, 읽은 시간에 몇 배의 시간을 들여 곱씹게 되고 정성껏 사유하게 될 책 3권을 소개한다.

1. 칠십명의 시인들이 가진 ‘순간’을 구현하다, ‘순간을 읊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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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낮은 곳에
젖은 낙엽보다 더 낮은 곳에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그래도 살아가는 사람들
그래도 사랑의 불을 꺼뜨리지 않는 사람들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 김승희”(책 ‘순간을 읊조리다’, 칠십명의 시인, 봉현 저)

이 책의 저자는 70명의 시인과 일러스트 작가이다. 70명의 시인 중에는 우리가 학창 시절 접했던 과거의 시인들도 있고, 현재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시인들도 있다. 그 사람들이 가진 멋진 글귀들이 모였다. 그 글귀들은 마음에 작은 울림을 준다. 주제도 한 가지로 설명할 수는 없을 정도로 다양해서 많은 사람들의 취향을 저격할 수 있다.

그 글귀에 어울리는 일러스트들은 덤. 단순히 내용을 그려낸 것뿐만 아니라 하고자 하는 이야기, 글에서 풍기는 인상 등을 담아냈다. 몇 편의 경우에는 ‘캘리그라피’를 활용하여 글씨 자체에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하나하나 읽어나가다 보면 나의 ‘순간’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된다.

2. 하루의 끝자락에서 건네는 위로, ‘오늘도 울지 않고 살아낸 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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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하루라는 건 엄마손파이의 한 겹처럼 아무 맛도, 아무 느낌도 없는 게 정상일지도 몰라. 하지만 그 얇은 결들이 산산이 흩어지지만 않는다면 결국 켜켜이 모여서 무언가라도 만들어갈 거야. 바삭한 청춘이든, 달콤한 청춘이든”(책 ‘오늘도 울지 않고 살아낸 너에게', 장재열, 소윤정 저)

그림책이라고 말하기에는 약간 글이 긴 편이다. 그럼에도 가벼운 일화들을 함께 다뤄서 어렵지 않게 읽힌다.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다시피 힘겨운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위로가 담긴 책이다. 그렇기 때문인지 좀 더 직설적인 느낌을 풍긴다.

책에서 언급되는 상황들은 누구나 겪었을 법한 이야기들이다.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렇다고 해서 타인의 행복 혹은 불행과 비교하며 나의 상황을 위로하는 방식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로 이 책이 나에게 ‘공감’을 표시하는 것만 같다. 그랬구나, 라며 나를 위로해주는 친구와도 같은 책이다.

3. 외로움-사랑-성장-삶, ‘짧은 외로움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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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슬플 때, 우리를 정말 우울하게 만드는 것은 지금 나를 절실하게 붙드는 이 감정이 결코 이해 받을 수 없다는 절망, 즉 온전한 고립감이다. 기실 이 고립감은 다른 모든 감정의 그림자 같은 것으로서, 진심 가득한 웃음 끝에 이따금 어룽이는 우울한 잔영은 결코 기이한 경험이 아니다” (책 ‘짧은 외로움의 기록', 김민호, 정유선 저)

재미있는 부제가 붙었다. ‘하루 종일 톡이 울려도 썸이 없을 때’. SNS에서의 시끄러움과 대비되는 현실의 침묵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한다. 공감이 가는 상황들에 고개를 끄덕이다 보면 어느 순간 마지막 챕터인 ‘삶’까지 다 읽게 된다. 그 과정이 아주 자연스러워서 약간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읽는 독자들마다 다르게 느낄 것 같고, 거듭해서 읽는다면 읽을 때마다 다 다른 느낌을 받을 것 같은 그림책이다.

이 책은 글 작가와 일러스트 작가가 작업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함께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점이 작품 속에서 충분히 잘 드러난다. 이보다 더 적절하게 서로를 도와줄 수는 없다. 글만 읽어도 좋은데 그림만 봐도 즐겁고, 두 가지가 함께 보면 더할 나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