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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치약'에 관한 당신의 걱정이 '기우'에 불과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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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서울 이마트 성수점 고객만족센터에 환불조치 후 회수된 아모레퍼시픽의 치약들이 카트에 가득 쌓여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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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적으로 인정된 피해자만 현재까지 256명가습기 살균제 사건. 피해자 가족들이 영국까지 날아가 시위를 벌이는 등, 아직까지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고 있다.

그 와중에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불똥이 의외의 방향으로 튀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26일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된 화학물질이 검출된 치약 11종을 회수한다고 발표한 것.

파급은 굉장했다. 식약처 발표 이튿날부터 바로 해당 제품 판매가 중단되고 환불 조치기 이루어졌으나 소비자들의 분노는 아모레퍼시픽 대표부터 원료 공급사, 그리고 식약처 담당 공무원을 향한 형사고발로 이어졌다.

toothpaste charge
법무법인 넥스트로 남봉근 변호사가 28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아모레퍼시픽 치약 가습기살균제 성분 검출과 관련해 고발장을 제출하기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심지어 강남의 한 아파트 주민들이 문제의 치약 제품들을 관리소장에게 선물로 줬다는 이야기까지 나와 논란을 빚기도 했다.

식약처는 문제의 치약 제품에 함유된 성분의 함량이 인체에 무해한 수준이라고 밝혔으나 소비자들은 여전히 불안하다.

특히 소비자들은 식약처가 안전하다면서 법으로는 허용하지 않는 모순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조선희(32) 씨는 "CMIT/MIT 성분을 치약에 사용하지 못하게 해놓고 해외 기준에 따르면 소량이라 안전하다는 설명이 말이 되느냐"며 "게다가 그 성분이 많은 논란을 일으킨 가습기 살균제 속 문제 성분이라고 하니까 더 화가 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9월 28일)

아직까지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소비자들의 우려는 십분 이해할 수 있지만 지금의 반응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 무엇보다도 식약처가 판매중지와 회수를 결정한 이유는 '문제의 성분이 치약에 사용됐을 때 인체에 유해하기 때문'이 아니다.

약처에 따르면 CMIT/MIT 성분은 치약에 허용되지 않는 물질이다. 국내에서는 벤조산나트륨, 파라옥시벤조산메틸, 파라옥시벤조산프로필 등 3종만 치약의 보존제로 허용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CMIT/MIT를 제한 없이 사용하고 있으며, 유럽에서는 구강 점막 등에 사용하는 씻어내는 제품류에 대해 15ppm까지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 치약 11종은 치약 속 CMIT/MIT 성분이 안전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국내법에서 허가하지 않은 성분을 사용했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연합뉴스 9월 28일)

이 문제를 처음 제기한 이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인 이정미 의원(정의당·비례대표). 26일 공개한 보도자료에서 이 의원은 "가습기살균제 원료물질인 CMIT/MIT가 ‘치약’에 함유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CMIT/MIT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치약용으로 사용금지한 물질이고, 2012년 환경부가 유독물로 지정한 물질입니다. 이 물질로 인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는 95명(단독사용자 5명, 복수사용자 90명)에 달합니다. 이번 조사는 식약처의 ‘의약외품 관리’가 얼마나 허술한지를 다시 한번 확인한 것입니다. (중략)

식약처 등 정부관계자는 CMIT/MIT가 함유된 치약을 전량회수하고, 구강청결제로 사용되었는지 여부를 확인하여 신속한 회수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그리고 물티슈, 치약 등 개별상품에 대해서 관리하지 말고 이제는 EU처럼 CMIT/MIT를 사용할 수 없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할 것입니다. (이정미 국회의원, 9월 26일)

그러나 유럽에서도 구강 점막 등에 사용하는 씻어내는 제품류에 대해 CMIT/MIT는 15ppm까지 허용된다. 게다가 문제의 치약에서 검출된 CMIT/MIT 함량은 최대 0.0044ppm이라는 식약처의 발표도 있었다.

CMIT/MIT는 호흡기를 통해 폐로 들어가면 화학 성분이 폐 조직에 들러붙어 호흡곤란 등 각종 문제를 일으킬 우려가 있다. 그러나 피부·구강의 점막을 통해 흡수됐을 때, 혹은 삼켜서 소화기를 통해 흡수됐을 때는 흡수량이나 인체에 작용하는 방식이 전혀 다르다. 식약처는 "치약에 함유된 성분이 구강의 점막을 통해 인체에 흡수되는 경우, 또는 실수로 삼킨 경우에는 인체 유해성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9월 29일)

식약처가 스스로 사용을 규제한 성분이 든 제품이 유통되는 것을 막지 못한 책임은 분명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엄연히 유럽에서도 구강에 사용하는 씻어내는 제품류에 대해 소량 허용하는 성분의 함유를 두고, 국민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던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직접 빗대는 것은 '공포 마케팅'이란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