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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이 KGB를 부활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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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TIN
A man waves a flag showing Russian President Vladimir Putin in front of the monument of late Serbian Duke Mihailo Obrenovic, during a meeting to show their support for a referendum in Republika Srpska, in Belgrade, Serbia, Saturday, Sept. 24, 2016. Bosnia's Serb mini-state is holding a referendum this weekend that has turned into a proxy political battle between the West and Russia, stoking ethnic tensions and triggering fears of new clashes more than 20 years after the end of the Balkans War. ( | ASSOCIATED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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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권력 기반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부 주요직책을 새로운 세대의 충성 세력으로 교체하는 한편 옛 스탈린 시대를 방불케 하는 막강한 보안부서를 신설하는 등 친위세력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권력집중의 대표적인 케이스가 스탈린 체제에서 악명을 떨친 국가보안위원회(KGB)를 부활하는 것으로, 현 연방보안국(FSB)을 해외정보국(SVR)과 통합해 초대형 안보기구로 격상시킨 것이다.

러시아 신문 코메르산트가 보도한 이러한 기구개편에 대해 크렘린이나 FSB 모두 부인하지 않고 있다.

28일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스탈린 시대와 동일한 명칭인 국가보안부로 불리게 될 초대형 부서는 25만 명의 요원을 거느리는 KGB에 버금가는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FSB는 1990년대 초 정치 개입을 금지한 보리스 옐친 대통령의 개혁으로 그 권한이 대폭 약화했으나 푸틴 체제에서 권한을 되찾기 시작, 국경통제와 국경경비대, 전자정보 수집 등의 권한을 회복했다.

아울러 KGB 요원 출신들이 정계 요직으로 진출해 푸틴 친위세력을 구축했다.

푸틴은 그러나 한편으로 FSB 고위 간부들의 재계 유착을 차단하는 등 FSB 내부 개혁에 나섰으며 수사위원회를 신설하는 등 FSB를 견제하는 기구를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이를 국가보안부로 통합키로 한 것은 이러한 분산 통치 방식 대신 권력 통합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푸틴은 이제 지난 7월 국내 보안부대를 통합해 크렘린의 직접 관할하에 둔 국가경비대와 국가보안부 등 2대 초대형 기구로 국내 보안정보 분야를 통합하게 됐다.

이러한 권력 통합에 대해 모스크바의 보안전문가인 타티야나 스타노바야는 볼셰비키 혁명 당시 비밀경찰이었던 체카의 부활이자 승리라고 비유했다.

소련의 붕괴와 함께 산산 조각났던 KGB가 터미네이터처럼 다시 뭉쳐서 부활했다는 지적도 있다.

또 진보계 국가두마 의원을 지낸 겐나디 구드코프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9월 18~19일 밤을 계기로 러시아가 권위주의적 체제에서 전체주의 체제로 전환했다"고 개탄했다.

푸틴은 앞서 올여름 주요 정부 직책에 대대 대대적인 숙정을 단행해 과거 KGB 출신 동료들을 정리하고 새로운 충성 세력들로 충원했다.

연방 마약단속국과 연방 경호국, 연방 이민국, 러시아철도공사와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모두 교체됐다.

푸틴과 개인적인 친분을 가져 주위에서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KGB 동료 출신들을 자신의 의지를 보다 충실하게 이행할 수 있는 신진 세력들로 일제 교체한 것이다.

옛 스탈린을 시대를 방불케 하는 푸틴의 이러한 권력집중은 심화하고 있는 국내외 위기 상황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가 하락에 따른 재정 악화와 두 자리 숫자의 인플레, 서방의 제재에 따른 국제금융계로부터의 단절 등 내외의 어려움에 직면해 과거 체제 수호에 전력했던 'KGB'의 기능과 역할을 부활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직은 크림 반도 합병이나 시리아 사태 등 관심 분산 정책으로 위기를 모면해 가고 있으나 내정악화에 따른 사회불안과 불만이 폭발할 것에 대비해 내부 권력을 다져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권력 상층부의 '궁정 쿠데타'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스탈린이 KGB를 통해 1인 장기 통치를 가능케 한 전력을 상기케 하는 점이다.

새로운 양대 기구가 푸틴의 통치를 떠받치는 역할을 할 것은 자명하며 누가 2대 기구의 장을 맡더라도 푸틴의 직속 관할하에 놓일 것이다.

국가 지도자가 정부와 보안기구를 동시에 장악하는 것은 지난 1982년 KGB 총책에서 공산당 서기장이 된 유리 안드로포프 이래 처음이다. 안드로포프 역시 유가 하락상황에서 아프가니스탄 전쟁으로 인기 만회를 노렸으나 결과는 재앙으로 끝났다.

그리고 경제위기가 악화하면서 어떠한 탄압이나 선전으로도 막지 못한 체제 붕괴와 혁명으로 이어졌다.

푸틴도 권력집중과 통제, 그리고 더욱 영리해진 선전으로 유사한 위기를 돌파하려 하고 있으나 성공 여부는 미지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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