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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트럼프가 여성이었다면, 사람들의 반응은 지금과 매우 달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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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UMP DEBATE
Republican presidential nominee Donald Trump speaks during the presidential debate with Democratic presidential nominee Hillary Clinton at Hofstra University in Hempstead, N.Y., Monday, Sept. 26, 2016. (AP Photo/Patrick Semansky) | ASSOCIATED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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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사고 실험을 해보자. 도널드 트럼프가 만약 여성이었다면 어땠을까?

한 번 상상해보자. 만약 트럼프가 여성이었다면, 사람들은 트럼프를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이건 26일(현지시간)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선후보 1차 토론을 지켜본 뒤, 칼럼니스트 해들리 프리먼이 던진 질문이다.

그는 27일 가디언에 실린 칼럼에서 다음과 같이 적었다.

여성이었다고 상상해보자. 어젯밤 토론회장에서 상대 후보를 향해 소리를 지르고 허공에 손가락질을 해대며, 온라인에 그녀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는 충분한 증거가 있는데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말하는 여성을 그려보자. 완전히 경험이 전무한 한 여성이 지난 수십년 동안 정치의 최전선에 있던 누군가보다 탁월한 정치적 식견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모습을 떠올려보자. 당연히, 상상이 안 될 것이다. 문자 그대로 이건 상상 밖의 일이다. (가디언 칼럼, 9월27일)


trump debate

정말 상상 밖의 일이긴 하지만, 상상력을 최대한 발휘해보자. 만약 트럼프가 여성이었다면 언론들은 여기저기에서 나온 평가와 발언 등을 소재 삼아 이런 제목을 뽑았을지도 모른다.

- 트럼프 토론 태도 논란 : "그녀는 매우 거만하게 굴었다"
- 트럼프는 왜 더 활짝 미소 짓지 않는가?
- "트럼프는 의상에 신경 쓸 시간에 토론 준비를 더 하는 게 좋았을 것이다"
- [단독] 트럼프가 낀 반지 이탈리아산 고가 명품 XX 브랜드 제품으로 드러나
- 트럼프의 반짝이는 구두가 그의 무능과 무지를 증명한다
- 트럼프 판정패...전문가들, "여성적 매력 살려 유권자에 어필해야"
- "트럼프는 여성이 정치를 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 거짓말, 고성, 횡설수설..."트럼프는 '상남자'처럼 행동했다"
- [시론] 트럼프에게서는 자애로운 어머니의 모습을 찾을 수가 없다
- 대선 토론의 진정한 스타는 트럼프가 입은 명품 XXXX 셔츠였다
- 트럼프 단숨에 '완판녀' 등극...'토론회 셔츠' 다 팔려
- 미국 정치 역사상 최악의 후보가 여성이라는 건 우연이 아니다
- [칼럼] 미국인들은 진정한 여성다운 후보를 보고 싶다
- 트럼프의 토론 패션 : 새빨간 힐로 남성들을 기죽였지만, 그뿐이었다
- [기자수첩] 트럼프는 내가 지독히 싫어하던 옆집 이모를 연상시킨다
- 여론조사 : 76%는 "트럼프의 행실이 옳지 못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여성이 아니며, 트럼프는 당연히 그런 대우를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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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클린턴은?

이미 클린턴의 지지자들 중 일부는 트럼프의 더 정신 나간 발언들을 클린턴이 비난하지 않았다고 불만을 제기한다. 연방 소득세를 내지 않은 것이 "스마트"한 행동이었다는 발언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러나 클린턴은 그렇게 할 수 없었다. 그녀는 지금 지지자들에게 어필하려는 게 아니라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아마도 그런 종류의 공격을 "너무 날카롭다"고 생각할 것이다. (가디언 칼럼, 9월27일)

힐러리 클린턴은 최근 블로그 '휴먼스오브뉴욕'과의 짤막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그러나 저는 제가 발표를 할 때 그렇게 열정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저도 팔을 휘저으며 말하는 걸 좋아합니다만, 보아하니 그건 사람들에게 약간 공포를 자아낼 수 있다고 합니다. 또 저는 너무 많이 말해서도 안 됩니다. 그건 '너무 시끄럽다'거나 '너무 날카롭다', 또는 '너무 이렇다'거나 '너무 저렇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죠." (휴먼스오브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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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의 말은 과장이 아니다. 클린턴이 웃으면 '너무 많이 웃는다'는 비판이 나오고 웃지 않으면 '너무 웃지 않는다'며 조롱 섞인 반응이 나온다.

힐러리 클린턴이 3월 15일에 5곳에서 경선에 승리하자 폭스 뉴스의 브릿 흄은 클린턴이 승리 연설에서 화를 내며 외치고 있다고 트위터에 썼다... "왜 화가 난 거지?" MSNBC의 조 스카보로는 트위터에 "미소 지어. 근사한 밤을 보냈잖아."라고 썼을 때, 우리가 놀랐어야 했나? 힐러리 클린턴의 미소는 멋지고, 자주 미소 짓는다. 버락 오바마도 마찬가지다. 빌 클린턴도 그렇다. 하지만 아무도 이 두 남성에게 미소 지으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미국 정치의 성차별 - 허핑턴포스트 블로그, 3월28일)

물론, 그게 전부가 아니다.

워싱턴 포스트 만화가인 앤 텔나이스는 커리어 초기에 비슷한 감정을 경험했다. “사람들은 ‘아, 클린턴은 목소리가 너무 커, 소리 지르잖아, 매력적이지 않아.’라고 말했다. 우리가 그런 걸 비판하고 있어선 안 되지 않은가.”

윌킨슨, 텔나이스, 젠 소렌센(퓨젼의 정치 만화가 겸 만화 편집자)은 클린턴이 영부인에서 상원의원, 국무장관을 거쳐 대선 후보로 변신하는 것을 지켜 본 세 여성 만화가다. 그들은 클린턴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으레 젠더에 기반한 비난을 던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날카롭게’ 외쳐댄다는 말들부터 존재하지도 않는 ‘여성의 카드’를 쓴다는 등이었다. (여성 만평가 3명이 힐러리 클린턴을 그리는 것에 대해서 솔직하게 말하다 - 허핑턴포스트, 8월2일)

트럼프는 무례하고 무능하고 무식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성차별적인 공격에 시달리는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만약 그가 정말 여성이었다면, 트럼프는 애초에 이 자리까지 오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트럼프는 역사상 최악의 후보라는 혹평과 비판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 왔다.

해들리 프리먼의 칼럼은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끝난다.

"트럼프는 정말 이 선거에서 이길 수도 있다. 그는 남성이지, 여성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건 나쁜 일이고, 사실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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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클린턴 - 도널드 트럼프 1차 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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