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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수라'의 제목은 황정민이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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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아사리판이네!" 배우 황정민이 영화 '아수라'의 시나리오를 읽은 뒤 내뱉은 말이다.

시나리오를 직접 쓴 김성수 감독은 원래 이 영화에 '반성'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하지만 영화제작사 사나이픽쳐스 한재덕 대표가 "누아르 영화인데 뭘 반성하느냐"며 차라리 '지옥'으로 바꾸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김성수 감독은 "황정민 씨가 내뱉은 '아사리판'이라는 단어에서 힌트를 얻어 결국 '아수라'로 제목을 정했다"면서 "아수라라는 뜻과 영화 내용이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아수라는 전쟁이 끊이지 않는 혼란의 세계인 아수라도에 머무는 귀신을 일컫는다. 이 영화의 영어 제목은 광기 혹은 광란(Madness)의 의미를 담은 'Asura: The City of Madness'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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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제목은 흥행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제작자나 감독은 고심에 고심을 거듭해 짓는다. 개봉 직전에 제목이 바뀌는 경우도 있다.

얼마 전 개봉한 '범죄의 여왕'(이요섭 감독)의 원래 제목은 '원수'였다. 극 중 아들 익수(김대현)가 엄마 미경(박지영)을 너무 힘들게 해서 원수라고 붙인 것이다. 그러다 영국의 추리소설 작가 애거서 크리스티의 별명이 '범죄의 여왕'인 걸 우연히 알게 돼 이를 차용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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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천상륙작전'(이재한 감독)은 '엑스레이 작전'이라는 제목으로 내걸릴 뻔했다. 엑스레이 작전은 연합군의 인천 상륙을 지원하고자 해군 첩보부대가 인천 지역의 북한군 동향을 수집한 작전이다. 그러나 '전쟁 영화가 아니라 병원 이미지가 난다'는 지적을 받고 방향을 틀었다. 상륙작전이 진행된 당일인 '9.15'도 제목 후보군에 올랐지만, 사람들이 잘 모른다는 이유로 결국 가장 익숙한 '인천상륙작전'으로 낙점했다.

배우 유해진이 원톱을 맡은 영화 '럭키'(이계벽 감독)는 일본 영화 '열쇠 도둑의 방법'이 원작이다. 잘 나가던 킬러가 기억을 잃고 무명 배우와 인생이 바뀌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 영화다. 원래 제목은 '키 오브 라이프'였다가 블라인드 시사회에서 관객들이 제안한 '럭키'로 바꿨다. '럭키'의 영어 제목은 'Lucky'가 아니라 'Luck, Key'이다. 행운이라는 의미의 'Luck'과 열쇠를 뜻하는 'Key'의 합성어다. 열쇠 때문에 행운을 얻게 된 점을 표현하려 했다고 한다.

손예진이 주연한 영화 '비밀은 없다'(이경미 감독)는 당초 '불량소녀'에서 '행복이 가득한 집'으로 바뀌었다가 최종적으로 '비밀은 없다'로 바꾼 경우다.

김혜수, 마동석 주연의 '굿바이 싱글'(김태곤 감독)도 원래는 '가족계획'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개봉을 한 달 앞두고 "밝고 유쾌한 코미디 영화"라는 점을 살리기 위해 지금의 제목으로 변경했다.

'특별수사:사형수의 편지(권종관)는 '감옥에서 온 편지'가 첫 제목이었으나 너무 무겁다는 이유로 바꾼 경우다.

김성훈 감독의 '끝까지 간다'도 비슷한 사례다. 이 영화의 원제는 '무덤까지 간다'였다. 그러나 당시 세월호 참사로 인해 사회 전체가 애도 분위기인 점을 감안해 '무덤'이라는 어두운 단어를 빼고 지금의 제목으로 바꾸면서 흥행에도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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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흥행 영화들을 보면 두 글자나 세 글자로 된 제목이 많다. '명량'(1위), '베테랑'(4위), '괴물'(5위), '도둑들'(6위), '암살'(8위), '부산행'(12위), '해운대'(13위), '변호인'(14위), '실미도'(15위) 등이 대표적이다.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 '카이: 거울 호수의 전설', '시발, 놈: 인류의 시작'처럼 부제가 달린 영화 제목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영화계 관계자는 "제목은 작품의 이미지를 아우르면서도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싶어 하게끔 지어야 한다"면서 "아무래도 흥행과도 관련이 있기 때문에 막판까지 고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